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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슬로시티
김영환 2011년 10월 24일 (월) 08:38:35
며칠 전 차를 몰고 인천 청라지구에서 김포 쪽으로 넘어가 보았습니다. 멋진 아치형 다리에서 마무리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눈을 돌려 좌우를 바라보니 아라뱃길(경인운하)에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금세라도 배를 띄울 수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라뱃길이 완공되면 꼭 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곧 시범 항행이 개시된다는 소식입니다.

아라뱃길은 악취를 풍기는 거대한 물웅덩이 같던 굴포천 방수로를 3킬로미터 쯤 더 파서 인천 서구 앞바다와 김포의 한강뱃길을 연결해 수도권의 수운(水運)을 확장하게 되었는데 인천에서 용산까지 배로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얼마 전 서울시장 보선 텔레비전 토론에서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인 양화대교 교각 간격 넓히기 공사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그냥 지금 상태에서 중단하여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삼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 나경원 후보는 ‘80퍼센트가 끝났으니 나머지 100억 원을 더 투입해 선박의 안전 운항을 보장하자’며 반론을 펼쳤습니다.

텔레비전 토론만 보면 두 후보의 정책 공약은 규모에서 차이는 있지만 부채 축소, 임대주택 건설, 일자리 창출에서는 비슷해 보였습니다. 판이한 것은 토론에서 전혀 부각 안 된 이념과 안보관, 국가관이죠. 마무리 발언으로 박 후보의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에 다른 노래를 부르던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비교적 점잖던 텔레비전 토론과 달리 장외 진영에서는 상호 검증과 치사한 인신공격이 판쳤습니다. 흑색선전은 끝내 고소전을 불러왔습니다. 민주정치는 정당정치고 정당정치는 책임정치라서 임기를 두어 선거하는 것이죠. 선거전에서 무소속 박 후보가 이명박 정권을 매도하고 그가 정신적인 당원이라는 민주당이 여당 후보를 맹공격하는데 여당으로선 상대할 정당이 없으니 후보 개인에게 화살을 집중할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그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라는 것을 만들어 자신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16대 총선후보에 대한 불법적인 낙선운동을 집요하게 주도해 수십 명을 낙선시켜 ‘네거티브의 전형’이라고 불리는 만큼 세상이 그의 베일을 벗기려들 것은 부메랑처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보선은 양서류(兩棲類)같은 폴리페서인 국립 서울대 안철수 교수의 등에 업힌 무소속 후보를 기필코 당선시켜 대선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범좌파의 여당 포위 전면전에 여당이 치열하게 맞서는 상황이니 ‘서울 대첩’이란 말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런 와중에 안 교수가 37.1퍼센트의 지분(6월말 현재)을 보유한 회사 주가는 10월 들어 12일간 142퍼센트나 폭등했죠. 그는 지난 주 시가로 3,000억 원 대의 주식 거부가 되었습니다. 이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주된 관심은 한강입니다. 고려 때 대몽항쟁을 이끈 문신 최우(~1249)가 최초로 궁리했다는 아라뱃길은 거의 9세기 뒤의 후손들이 완공하게 되었습니다. 운하 양안으로 각각 18 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와 드라이브 도로가 생깁니다. 한강에는 요즘 요트도 보이지만 유람선 운항이 정해진 일상일 뿐 무한한 능력은 잠자고 있죠. 인천 앞바다에서 한강으로 거슬러 오르는 선박의 풍경은 앞으로 한국의 관광지도를 바꿀 것입니다.

초고속 시대에 무슨 원시적인 배냐고 하겠지만 요즘 시대의 화두는 느림의 미학입니다. ‘슬로’라는 말과 달리 재빠른 사람들이 곳곳에 ‘슬로 시티’ 표어를 내걸고 ‘천천히 살고 싶은’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어떻습니까. 한강 슬로 시티가 본격화하는 것입니다. 비행기 타고 탄소 배출하며 멀리 갈 것 없이 운하 양안을 걷고, 서울에서 큰 배를 타고 먼 여행을 하며, 인천에서 깊은 내륙까지 줄 지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친환경의 모습입니다.

빌딩의 무게에 짓눌려 숨 막히는, 가끔은 흡연자의 담뱃불로 손등에 화상을 입기도 하는 담배연기 자욱한 도심의 골목길을 벗어나면 이렇게 넓게 한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서울에게는 축복입니다. 손을 잡은 노부부,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 유모차를 함께 밀며 정겹게 걷는 부부, 모처럼 휴가를 얻어 구경나온 동남아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의 식구들, 비용을 아끼려는 중소기업들의 조촐한 체육대회가 한강을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1년에 자전거길 이용자 1,000만 명 이상, 한강 총 이용자는 5,000만 명 이상이랍니다.

한강은 서울권에서만 왕복 70킬로미터가 넘는 자전거 길도 자랑이지만 접근성으로 보아 어떤 ‘올레길’ ‘둘레길’에 뒤지지 않는 자산이죠.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한강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한강 개발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정파를 초월하여….

한강은 ‘토건’이라는 일방적인 구호로 매도될 대상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나 중산층이나 외국인 할 것 없이 누구나 찾아가는 보편적 복지를 창출하는 공간이라는 말입니다. 그 복지를 만들면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한강을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자는 식의 원시적인 반대나 혹시 남이 공적을 세울까봐 두려워하는 파당적인 생각이 있다면 알 수 없이 오랜 세월을 유장하게 흘러온 저 한강물에 띄워 보냅시다. 모두를 위한 한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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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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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115.XXX.XXX.236)
한강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곳으로 만들어 주세요.
우리 모두가 어느 나라에 가서도 자랑 할 수 있도록 ,..해외에 가서
한국의 정치인들의 말이 나오면 참으로 챙피합니다.
한강이라도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할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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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8 01: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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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112.XXX.XXX.250)
실제로 발 담그고 싶지는 않지만,
아예 강물에 발도 못 갖다 대도록 시멘트로 발라놓은 한강은,
멀리서 한 눈에 반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주름이 자글자글한
화장빨...
밤의 어둠 속에 숨은 후에야 야경을 자랑할 수 있는,
조명빨...
한강 주변에서 살 수 있는 부유층들의 사유재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하는 한강 정책...
강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을 허가해 주는 기득권자들이 뽑은 시장...
비용의 사회화, 부가가치의 사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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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7 15: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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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36)
김영환 님께서는 느림의 미학을 말씀 하시는데 대통령께서는 초고속으로 강산을 바꿔버립니다.김 영환님도 어제 안철수교수님의 응원이 담긴 편지를 보셨겠지만 그 분 아니면 흉내도 낼 수 없을 겸손과 진정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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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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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36)
서둘러 공개한 사대강 공사 다음 날 허옇게 배 드러내고 죽은 수 많은 물고기떼가 뉴스 메인 시간에 방영 되었습니다.혹 생태계를 무시한 공사 탓은 아닐까 의심이 듭니다. 물고기 떼 죽음은 곧 더불어 사는 우리 인간의 종말을 예견 하게 하는 것 이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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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1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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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정말 그곳의 풍경과 편리함이 어떻게 좋은 변화를 가져왔는지 진심으로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생태계의 문제는 차후 이런저런 상황들이 생기겠지만 제 눈으로 보고 싶은 이유는 과연 4대강 정책이 잘되고 있는 건지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쓰신 글처럼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습니까! 여야 싸우지 말고 100년 대계의 정책을 국민을 위하여 만들어야 할 것입니디. 이젠 한국의 정치인들의 파워싸움 지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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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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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제글이 표현에 자칫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다시 씁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글대로, 아래 HAPPY님께서 말씀 하신대로 그전보다훨씬 좋아졌다는 말씀을 믿습니다. 그래서 한 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너무 무조건 정부가 하는 일을 나쁘다고만 하지 말고 긍정적인 측면에서도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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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6 01: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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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112.XXX.XXX.231)
한강 슬로시티관련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라뱃길은 경기도 지자체에서 추진한 것으로서,딸 가족이 김포 풍무동에 사는 바람에 공사 관계로 서울에서 종전의 굴포천의 험한?길을 차로 줄곧 다니다가, 얼마전 개통된 아취형 다리를 지나가니까 너무나도 편하고 안전하더군요. 그간 썩은내가나던 굴포천에 한강물까지 가득차서 분위기가 완전 딴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도민, 시민의 생활 편의, 경제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양화대교 교각 문제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조하고 추진해야 마땅한데, 이러지들 못해서 안타까울뿐입니다. 한미 FTA도 하지않는 것보다 하는것이 좀 더 이익이 된다는 것이 그간의 중론이면 4년여의 시간 낭비도하지말았어야했고, 이제는 시간에 쫓기어 끝장 토론하는 꼴불견도 보이고 있으니... 이래서 정치인들이 욕들을 먹어 결국 국민들로부터 여야할것없이 정치 불신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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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5 09: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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