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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진돗개
안진의 2011년 10월 25일 (화) 01:49:39
   
  진돗개 재구  
오래 전 진돗개 가운데에서도 검은색과 누런색이 섞여 야성의 멋이 풍기는 재구를 키웠습니다. 지인이 귀한 진돗개라며 선물하여 준 어린 것을 '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애지중지 몇 달을 잘 키웠습니다. 그러다가 개가 탈이 났습니다. 그때 돌이를 방안으로 안고 들어와 상태를 기록하며 밤새 간호를 했습니다.

어린 돌이는 앓는 상황에서도 토하거나 변이 마려우면 꼭 마당까지 걸어 나가 일을 보았습니다. 끙끙 앓다가 비실비실 일어나 나가서 일을 보고 다시 걸어와 끙끙 앓는 것입니다. 그렇게 며칠을 앓다가 돌이는 먼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다시는 진돗개를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헤어지는 슬픔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라고, 아픈 기억도 조금씩 흐릿해지는가 봅니다. 슬그머니 진돗개를 또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 때문에 개를 키우고 싶어도 여의치 않지만, 어쨌든 진돗개에는 남다른 추억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한 진돗개 단체에서 주관하는 진돗개 전람회 행사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를 가지고 어떻게 전람회를 한다는 것일지, 호기심과 설렘으로 전람회장을 찾아갔습니다.

비가 갠 일요일 오후, 경기도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전람회장에 개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온순하거나 늠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진돗개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운 모습을 보니 "이거 정말 개판이군." 이라는 농담과 함께 행복한 웃음보도 터집니다.

   
  진돗개 네눈박이  
진돗개는 보통 다섯 가지의 모색(毛色)으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백구와 황구를 비롯하여 늑대 같은 잿빛의 재구, 호랑이 무늬의 호구, 그리고 눈 위의 황색점이 있는 흑황색 네눈박이까지 총 다섯 종류입니다. 황구와 백구는 평소에도 가끔 보아왔지만 재구와 네눈박이 같은 유색견은 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람회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진돗개는 왜 황구와 백구만 알려지고 나머지 재구, 호구, 네눈박이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천연기념물 53호인 진돗개는 문화재관리법과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에 의해 보호가 되는데 공식적으로 백구와 황구만을 진돗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모색의 진돗개는 법적으로는 진돗개가 아닌 셈입니다.

   
  진돗개 황구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국견협회 우무종 총재는 백구와 황구만을 계속 교배시키면 대가 이어질수록 모색이 옅어지고 안색(眼色)도 흐려지는 등의 퇴화현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재구, 호구, 네눈박이 같은 유색견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색견과의 교배를 통해 진돗개 고유의 모색을 지켜낼 수 있고 자연스럽고 토종의 맛이 나는 진돗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람회장에서 본 네눈박이와 재구는 강인함을 풍기는 외모와 당당한 성품으로 애견인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유전학적으로도 중요하고 외모도 우수한 네눈박이, 재구 같은 진돗개가 왜 법적인 측면에서 진돗개로 인정받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견인 진돗개의 발전을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법적인 문제의 개정에서부터 단체와 협회마다 조금씩 다른 표준체형의 통일,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혈통 관리, 해외 진출과 육성을 위한 지원 등의 문제입니다.

진돗개 전람회의 겉모습이야 세계 양대 전람회인 영국의 크래프트 그레이트 도그 쇼(Craft Great Dog Show)나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도그 쇼(Westminster Dog Show)에 비할 수 없겠지만, 전람회에 참여한 애견가들이 토종을 지키고 키운다는 일종의 사명감은 대단한 열정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도그 쇼의 출전 개들이 미용실도 다녀오고 한껏 멋을 부려 주목을 받지만, 우리의 진돗개들은 얼굴의 상처도, 운동장의 흙먼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땅에서 오랜 시간 같이한 친구의 모습으로 당당한 것도 살갑게 느껴졌습니다. 모쪼록 우리의 토종 진돗개가 더 멋지게 달릴 수 있도록, 토종에 대한 재발견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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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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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66)
예전에 가깝게 지내는 분이 진돗개를 키웠는데 글에 올리신 사진의 진돗개 처럼 이,목, 구,비가 반듯했습니다. 참 잘 생겼다는 것은 진작 인정했지만 잡종견을 데려다가 비교해 보았더니 그 차이가 더 더욱 확연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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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7 22: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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