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달기 세상_(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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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달기 세상

김홍묵

2011년 11월 02일 (수) 00:32:02

# “나는 어머니가 나를 낳는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그분이 우리 어머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다.”
직설적인 표현을 잘 쓰는 ‘보수 꼴통’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헌법재판관 청문회 기사를 읽고 썼다는 칼럼의 한 대목입니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 “정부 발표를 받아들이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한 답변에 대한 비아냥입니다.

김 교수는 또 ‘내일 해가 뜰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그러나 내일 일을 직접 보지 못해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유를 들어, “이런 소리를 자꾸 하면 정신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 나이든 부부가 외출을 앞두고 집안에서 티격태격하는 대화는 삭막한 가정, 그리고 부부관계를 잘 말해 줍니다.
남편: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 아내에게) “발라 봤자지, 대충해요.”
부인: (잔뜩 찌푸린 얼굴로) “브래지어 단추나 끼워요.”
남편: “건포도나 마찬가진데 브래지어 차면 뭐하나.”
부인: (더욱 화가 나) “당신 것 작은데 팬티 입는다고 내가 시비건 적 있어요?”
이쯤 되면 아무리 간이 큰 남자도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바야흐로 요즘은 토달기, 흠집내기의 전성시대입니다. ‘토(를) 달다’라는 말은 어떤 말 끝에 덧붙여 말한다는 뜻입니다. IT 소프트웨어의 발달에다 폭로전문 사이트의 확산은 토달기 수단인 댓글의 홍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민초(民草)들의 불만을 요원의 불길로 만들고 있습니다.

토달기는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폭격형입니다. 자기와 다른 생각은 무조건 틀린 것으로 일도양단하는 것입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최근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5년 전 ‘한‧미 FTA가 양국관계를 지탱해 줄 기둥’이라고 했던 그는 한나라당이 국회 비준을 추진하자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교섭을 추진해 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는 ‘옷만 갈아입은 이완용’이라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둘째는 매도형입니다. 상대방을 흠집내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토를 답니다. 10.26 재보궐선거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명분과 조리를 갖추면서 실은 편 가르기에 역점을 둡니다. 1%대 99%, ‘강남공주’대 ‘협찬인생’같은 공방이 그런 예입니다.

10.26 재보궐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달 11일의 국회 본회의장은 서울시장 후보 성토장으로 변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박원순은 종북 좌파에 이용당하고 있다”, “재벌들에게 삥뜯어 사업을 운용해 온 양아치 사업가”(차명진 의원)로 폄하했습니다. 민주당은 “박 후보에 대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매카시즘적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 대통령, 김황식 총리, 원세훈 국정원장 등 병역미필자가 주축인 정권이 무슨 병역문제를 검증하느냐”(유선호 의원)고 공박했습니다.

셋째는 부화뇌동형입니다. 각자의 생각과 철학이 있겠지만 남이 제기한 이슈에 댓글을 통해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더 나아가 정치판이나 이념단체, 이익집단이 깔아놓은 멍석에서 한바탕 춤을 추고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부의 불균형, 기회의 불균등, 생활의 불평등이 주된 원인입니다.

문제는 이들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점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2040세대’들은 현재의 정치에 무한한 불신, 불만, 불안을 안고 있습니다. 20대는 학업과 취업, 30대는 결혼과 육아, 40대는 자녀교육과 실업이 큰 걱정입니다. “5~10년 안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소리에 솔깃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5060세대’라고 불평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떨려났든 나이 차서 은퇴했든, 그들 입에서 ‘MB X새끼’, ‘한나라당 XX새끼들’ 소리가 도처에서 튀어나옵니다. 자녀들 취업이 안 되니 뒤치다꺼리해야 하고, 서른을 훨씬 넘긴 자식의 유학‧로스쿨 뒷바라지해야 하고, 어쩌다 결혼한 아들딸이 맞벌이 전선에 나서면 손주 돌보기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고, 자녀들 돈벌이가 시원찮으니 공양 받기는커녕 생활도 팍팍해지고, 경제여건을 호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나 여당은 무기력하고. 백수(百壽)를 누리도록 명줄이 길어진다고 하니 더 좌불안석입니다.

지금 우리는 현재보다 훨씬 더 크고 어려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월가 시위 확산과 자본주의 위기, 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위기,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농산물 부족 위기, 천정부지의 기름값과 에너지 위기들입니다. 게다가 지난 겨울 1천만 마리의 소‧돼지를 삼킨 구제역 파동까지 또다시 덮칠지 모를 전망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연구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진력해도 될까 말까한 위협들입니다. 국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내 편만 챙기고, 세금 거둬 제 구실에 맞춰 쓰고, 남의 말에 토나 달 때가 아닙니다. 다가올 혹독한 겨울에 대비해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일본의 계몽지식인이자 교육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4~1901)의 잠언이 새롭습니다. “남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논박하기 위하여 독서하지 말라. 혹은 이야기나 논의의 밑천을 삼기 위하여 독서하지 말라. 다만 사색하고 고찰하기 위하여 독서하라.”

maxx (112.XXX.XXX.26)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나 공감가는 글입니다.
화장실에서의 모습같군요
들어갈때와 나올때의 모습...혹은
중년의...사랑?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같은
이러한 모습이 마치 정의인냥
확성기로 떠들어 대는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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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6 09: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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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2)

저도 천안함 사건은 누구의 소행이었다는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폭발 할 때 당연히 있었을 화재가 없고 폭발음을 들은 인근주민의 생생한 증언도 없었고 다만 두 동강 난 배만 있었습니다. 당연히 믿을만 한 증거가 없이 믿어야하는 국민의 마음에 일어난 이 의혹을 속으로 삭이다 보면 *나꼼수*의 한 판 굿판을 기웃 댈 수 밖에 없습니다..............................................20,30,40세대가 현정치상황에 절망하는 것은 그들 삶이 팍팍해서가 아니고 현정치 행태가 목불인견이기 때문입니다.,그들이 기대하는 건강한 사회가 그들을 구해줄 유일한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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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16: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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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112.XXX.XXX.250)

이제, 미제 본 스테이크를 가지신 가카가
미국 의회에서 박수 받으시며,
또한 미국 노조에게서 일자리 늘려줘서 고맙다며 박수 갈채를 받으시며
추진하신 한미FTA 덕분에,
그러한 구조는 이제 래칫, 되돌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토달면 무조건 우리는 들어야 합니다.
국회? 법? 판결? 시민 사회? 지식인? 투표? 지혜를 모아? ㅎㅎ
뭘로 미국의 토달기에 대응하실렵니까?

우리 뿐인가요? 미국이 존재할 수 백년, 수 천년동안 우리 자식들도 미국의 토달기에 완벽하게 무력할 것입니다.
김홍묵 선생이 미국인이 아니면, 선생과 선생의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도 미국의 토달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위기라고요? 지혜를 모으자고요?
선생은 진정 위기를 인식하고 있습니까?
지금 무슨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까?

상황이 이러한데 고작 댓글 토달기가 불만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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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12: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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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112.XXX.XXX.250)

일이 잘 풀리면, 그 열매는 사유화해야겠죠?
나눠 가지면 그건 공산주의고 사회주의며 포퓰리즘이니까...
그런데, 일이 잘 안 되어 위기가 찾아오면,
그 위험은 사회화해야겠죠?
다들 머리를 맏대고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 위기를 탈출해야죠!
불평 불만 토달 시간이 어딨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위기에서 탈출하면, 또 그 열매는 사유화 해야죠 ㅋㅋ
아하~!
그렇게 그들은 이득의 사유화와 위기의 사회화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위기에 세금 들여 자동차 회사를 지원해줬더니,
위기 지나니까 오히려 자국에서 가격 올리고 지배력을 강화하며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어 주식 대박을 일궈냅니다...
위기에 세금 들여 은행을 살려놨더니 서민 대출 금리를 올립니다.
수 조원 이익이 배당금으로 외국 주주들에게 날아갑니다.
그래도 우리의 아름답고 고매하신 지식인들은 불평이 없습니다.
구조의 부조리를 알만한 분이 오히려 구조의 일부가 되십니다.
구조의 상층부로 올라갈려고 노력하십니다.
구조의 아랫것들에게는 그들이 아랫것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파하십니다.
불평하지 말고 자기처럼 구조의 상층으로 올라오라고 가르치십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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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12: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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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6.XXX.XXX.208)

열매의 사유화, 위기의 사회화 정말 절묘한 표현입니다.
이제 그 토가 토가 아닌 사회로 바뀌는 도도한 흐름에 토를 이렇게 길게 다시는 분들의 행위를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했는데...
우리만의 새로운 사회학 용어로 지정해야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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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3 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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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6.XXX.XXX.208)

놓지 않으시려 기다란 토 다시느라 너무 정성을 쏟으신 것 같네요. 누리고 계시는 자유를 왜 다른 사람 것은 구속하려 하시나요. "토"가 다 나오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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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11: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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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112.XXX.XXX.250)

한 가지 유형이 더 있습니다.
노예감독형입니다.
이런 유형의 노예들은 다른 노비나 노예들보다 좀 지체가 높고 교육도 꽤 받으셔서,
같잖은 아랫 것들, 특히 젊은 것들이 토 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죠.
불만많은 걸 대단히 싫어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사시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교회에서 회개하는 것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인 경우가 많고요,
잘 되면 신분 상승하는 거고, 안 되도 양반에 준하게 살 수 있으니 좋죠.
한미FTA가 되든 일제 식민지가 되든 어쨌든,
어느 시대에나 어느 형태로든 존재하는 상전들의 심기만 안 거스리면서
아랫것들 불만만 단속 잘하면,
배부르고 등 따시며, 머리 속에는 사색하고 고찰할 것들이 넘치니,
뭐, 세상 토달게 뭐 있겠습니까.
불평하는 아랫것들한테 불평하지 말라고 토다는 거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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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10: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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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참으로 공감하는 글입니다.
국내 인터넷을 들어가면 누구나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댓글을 쓰는 홍수 아니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모두 줄여쓰기나 아름답지 않은 말로 변형하여 쓰는 것 또한 저는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우리 국민들이 점점 강팍해지는 것이 시대의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만(세계적으로 어려운 시대) 그래도 말이라도 아름답게 쓰려고 노력해야 세상도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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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02: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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