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 시장의 파격 행보가 터져 나오면서 시민들의 흥분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그 종합적 평가는 시장을 그만 둘 때나 가능하겠지만, 지난 60여 년 간 서울을 관리해온 과거 시장들과는 행동 패턴이 아주 다른 시장이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워낙 첫날부터 의외의 행보를 하는 바람에 미디어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박원순 시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파격 사례를 하나 더 들어봅니다.

서울 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며칠 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마포구 공덕동 네거리 부근 버스 정류소에 사람들이 늘어서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줌마 A가 옆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습니다.
“박원순은 현수막도 걸지 않았네요. 시민에게 당선 인사도 안 하나. 쯧쯧.”
옆에 서 있던 아줌마 B가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 말했습니다.
“그런 것 붙이려면 다 돈 드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 시민 부담이나 늘어나지.”
그러자 여성 A는 불만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한마디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네거리 길모퉁이를 바라보니 현수막 하나가 가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선거에 낙선한 후보의 현수막이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으레 당선자의 당선 인사 현수막이 먼저 걸리고 곧 이어 낙선자의 낙선 인사 현수막이 걸리는 게 수십 년간 보아왔던 풍경입니다. 그런데 당선자 현수막은 없고 낙선자의 현수막만 걸려 있는 게 여간 외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거리 곳곳을 보니 어디에도 박원순의 현수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원순 후보 선거 캠프는 왜 당선 사례 현수막을 내걸지 않았을까요.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현수막이 허례라고 생각했지 않았을까요. 박 후보는 무소속이자 재산이 마이너스입니다. 시장이 되었지만 현수막 값은 서울시가 아니라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수천 만 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을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관례처럼 내거는 당선사례 현수막이 가식이고 허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선의 흥분에 휩싸여 서투른 선거캠프가 현수막 같은 것은 생각을 안 하다가 낙선한 후보의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는 ‘아차’ 하면서도 비용들이며 따라 하기가 싫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유였던 간에 당선사례 현수막 안 내건 것도 파격적입니다. 기존의 주요 여야 후보는 물론 무소속 후보도, 비록 지방의 시의원 후보일지라도, 선거가 끝나면 현수막을 내거는 게 인사 방법이었습니다.

박시장의 현수막 안 걸기가 장차 하나의 선례로서 남을지, 아니면 그저 한 사람의 파격적 행동으로 끝나버릴지 모르겠습니다. 현수막이 비용에 비해 형식적 인사이고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것을 유권자 스스로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원순 시장도 현수막을 걸지 않아서 개인 혹은 캠프의 경비를 줄인 것처럼 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서울 시정을 펼칠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