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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늘리자고요?
김영환 2011년 11월 28일 (월) 08:41:29

오랜만에 동네 대형 할인점을 둘러보았더니 중국산 제품이 너무 늘어나 있어 놀랐습니다. 장갑을 비롯한 셔츠, 스웨터, 신사복 등 의류는 전부터 그랬다 치고 전자 완구, 컴퓨터 모니터, 웹 카메라는 아예 중국산 일색이었습니다. 이러다가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의 홍수 속에 자라면서 뭘 생각할까 걱정되었습니다. 최근 국회는 최루탄을 터뜨리는 엽기적인 의정 테러 속에 한미FTA를 비준했습니다만 한․중은 FTA가 없어도 중국제품이 계속 인해전술처럼 밀려들어올 것이 분명합니다.

공산품만이 아니죠. 저가 김밥의 원료인 중국산 쌀은 물론이고 고춧가루 마늘, 소금, 배추김치 등 농수산물이 물밀듯이 식탁을 점령합니다. 세탁기, 와인 저장고, 텔레비전에 이어 올해 2,000만대의 생산을 예상하는 중국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최정점에선 연간 5,000만 대를 생산한다니까요.

며칠 전 읍으로 승격해 축하 현수막이 내걸린 김포 양촌 읍을 시내버스로 지나가다 보니 정류장에서 한국사람 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많이 탔습니다. 읍 골목길은 낯선 문자로 간판을 단 상점들이 고국과 연락할 국제전화 카드나 작업복, 외국 민속 음식을 팔고 있어 다소 이국적인 거리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상으로 보아 주로 서남아시아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은 일손이 부족하여 임금이 싼 외국인을 불러오는 형편이니 중소기업이 제조업을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짐작이 갑니다. 그건 정치인들이 제조업 천시에 한몫해온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재개발하면 제일 먼저 내쫓기는 것이 중소기업 공장이죠. 국회의원 후보들은 선거 때가 되면 낙후한 중소기업 공단을 몰아내고 재개발한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정당들은 되지도 않을 ‘금융 허브’ 운운하면서 제조업 기피에 바람을 넣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성난 표심의 폭발을 보았듯이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의 현실은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입니다. 사회안전망을 구미처럼 갖춘 것도 아니니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지금 다국적기업 같은 수출형 대기업이 주도하는 고도정보화 산업은 설비 자동화로 인력 수요가 적고 기술 수준도 높아서 고용 효과가 매우 낮지요. 우리나라가 전에는 경제성장률 1퍼센트로 8~9만 명을 고용했지만 이제는 3~4만 명 선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2010년에 경제성장은 6.2퍼센트를 기록했지만 일자리는 32만 개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되도록 해외에서 ‘아웃소싱’하여 고용을 유발하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겁니다.

이젠 중국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지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시장에 넘쳐납니다. 중소 제조업들이 이처럼 시장을 내준 것은 고임금으로 우리 제품이 경쟁력을 잃고 밀려났기 때문이지요. 기업의 국적을 불문하고 생산기지가 계속 저임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이것을 방관만 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사업체 수의 99퍼센트, 고용의 88퍼센트, 총생산의 5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중소기업이 흔들리니 고용도 흔들리는 것이죠.

부지런히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요즘 어디에서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표어가 나돕니다.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은 ‘벌기 위한 기업’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인지 이름부터 ‘봉사의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물론 성공하길 바라지만 이건 자본주의의 본말이 뒤집혀 제대로 돈을 벌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장에게 생계를 의탁하기엔 불안스러운 것이죠.

역시 ‘잡 세어링(공유)’이 하나의 대책이 아닌가 합니다. 대학병원의 최첨단 고가 수입 의료기들은 공휴일이나 일과 시간이 지나면 구급환자 진료를 제외하곤 거의 쉽니다. 진료비가 왜 비싸냐고 물으면 기계 값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MRI는 좋은 것이 한 대에 30억 원 이상이라는데요. 투자 원금이나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쉴 새 없이 기계를 돌려야죠. 그런데 환자들은 검사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장비는 일정 시간에만 가동해야 한다면 경제가 발전할 리가 없죠.

내가 생각하는 일자리 창출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돈 쓸 준비가 된 사람들이 돈을 빨리 쓸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물론 기기 가동시간을 늘리려면 여분의 직원을 고용해야 하고 이를 해결하려면 혹시 자신의 일자리를 저임금 직원에게 빼앗길까 전전긍긍할지 모르는 험악한 노조의 불만도 달래야 하겠지요. 비단 의료부문만이 아니라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모든 서비스 부문을 파악하여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입니다.

택시와 지하철, 시내버스는 새벽에서부터 다음날 자정을 넘겨 운행합니다. 왜 수입도 적은 이들 직종만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병원도 약국도 대형마트나 편의점처럼 항상 굴러가게 하자는 겁니다. 더 많은 고용을 하여 24시간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겁니다. 몇 십 개의 일반 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둘러싼, 말도 안 되는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자신들이 일하기 싫으면 남이라도 일할 수 있게 방해하지 말라는 겁니다. 남을 일 못 하게 하려면 자신들이 일하라는 것이죠. 갈피를 못 잡는 국회의원들은 각성해야 합니다.
최고의 복지는 무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첫 결재는 놀랍게도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 확대를 위한 예산 185여억 원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필요 없는 부자 아이들까지 세금으로 밥 주는 게 복지라는, 속된 말로 ‘꼴통 짓’하지 말고 그 돈으로 중국산 수입품을 대체할 생필품 제조 공장이라도 세워 일자리를 늘리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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