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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위복
고영회 2011년 11월 30일 (수) 00:17:48
서울대가 학위복을 새로 만듭니다. 서울대는 1947년 1회 졸업식 때 미국식 학위복을 들여온 이후 65년 동안 그대로 써왔는데, 이번에 한국 전통 선비 의상을 본뜬 새 학위복을 만들어 2012년 2월부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입게 할 계획입니다. 새 학위복은 서울대 고유색인 파란색을 쓰고, 가슴에 상징 표장을 새겼으며, 심의와 학창의, 앵삼 등 조선시대 선비가 입던 복식을 본떠 앞면과 소매에 검은색 띠와 흰 선을 배치했다고 합니다. 숙명여대는 2005년에 새 졸업복을 만들어 썼다니 서울대보다 앞섰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옷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옷을 입습니다. 결혼식장에 가면 신랑은 연미복, 신부는 가슴이 패고 치마자락이 바닥에 치렁 치렁 끌리는 하얀 예복을 입습니다. 전통식 혼례를 올리는 때가 아니라면 거의 이 예복을 입습니다. 결혼식 옷뿐 아니라 예식도 판에 박은 듯 거의 같습니다. 몸만 한국 사람이고 나머지는 외국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 갔을까요?

법정에 가보시죠. 판사는 높다란 곳에 검은 법복을 입고 근엄하게 자리 잡고 다툼당사자를 내려다봅니다. 형사법정에서 공소담당 검사는 검은 검사복을 입습니다. 검은 법복은 일본에서 왔거나 아니면 더 멀리 독일에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법복에서 우리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남자는 사회생활에서 대개 양복에 넥타이를 맵니다. 서양 옷인데 그게 어느 틈에 우리 사회에서 정복이 됐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한복은 결혼식 회갑잔치 같은 곳에서나 입을 뿐 우리 일반 생활에서 사라졌습니다. 전통 한복을 지금에 맞게 고친 개량한복도 개성을 가진 사람이 어쩌다 입을 정도로 귀한 옷이 됐습니다. 정복이라면 으레 한복을 말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복은 양복이라고 여깁니다. 나도 한복을 입으려면 괜히 남의 눈에 띄는 행동으로 보일까봐 조심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 사람이 우리 전통 옷을 입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다면 잘못 됐습니다.

예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농업을 공부할 때 ‘재래종’은 나쁜 품종이란 인식이 머리 깊이 박이게 배웠습니다. 문제를 풀 때 재래종을 개량했다는 문장이 들어가면 대부분 바른 답이었습니다. ‘재래=나쁜 것’이라고 배웠던 것이지요. 재래는 옛부터 있었던 것이니 진화한 결과 그 당시까지 가장 품질이 좋은 품종이었을 겁니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 좋은 성질을 지닌 것을 들여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재래종이 나쁜 종이라는 식으로 가르친 것은 잘못입니다. 오히려 외래종보다 더 좋은 재래종을 찾아내 ‘우리 것=더 좋은 것’이라고 새기도록 가르쳤어야 했습니다.

이런 인식 탓인지 우리 것은 나쁘니 버리고, 외국 것은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 것을 마구 들여와 우리 것을 대신하는 정책이 넘치고, 외국 것을 더 좋아하는 사회분위기가 됐을 겁니다.

요즘 중고생 교복은 자율에 맡겨 교복을 입지 않는 학교가 많습니다. 설령 교복을 입는다 하더라도 옛날처럼 하나같이 검은 모자에 검은 웃옷과 바지를 입던 것과 아주 다릅니다. 그 학교 나름 특징을 살린 교복은 옛날 판박이 제복과 달리 거북하지 않습니다. 우리 전통미를 살려 만든 항공사 여승무원 제복도 보기 좋습니다. 이번 서울대가 새로 만든 학사복에서 우리 모습을 찾을 수 있어 참 반갑습니다.

우리 것을 내려다보는 자세로는 세계를 주름잡는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말로는 ‘우리 것이 세계에서 젤 좋은 것이다.’고 말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잊고 잃어버린 게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높이 여기지 않는데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를 높이 받들리 없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찾는 데 힘을 더욱 쏟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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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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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119.XXX.XXX.227)
오늘따라 크게 공감이 갑니다. 오늘 저녁엔 결혼식 예복으로 입었던 한복을 꺼내 입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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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 0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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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한샘 (119.XXX.XXX.227)
좋은 생각 잘 읽었습니다.
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좋은 글 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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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5: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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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119.XXX.XXX.227)
우리 것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아보이면서 내가 80년도 대만에 FAO농업연수를 가서 본 것이 생각나 소개합니다. 학생 음악실을 보니 음악실에서 공부하는것은 전통중국음악이고. 우리가 배우는 음악은 서양음악이라하여 서양음악실인 다른장소에서 공부하는것을 보면서 대만사람의 주체성을 공부하였으며, 그 후로 나도 대학에서 이 점을 강조하면서 교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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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5: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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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119.XXX.XXX.227)
참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네요, 재래종을 배척하고 홀대하여 지금은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수 없을 정도로 씨앗도 없는 실정이지요, 지킬 것은 지키고 변화할 것은 발전시키고,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생각이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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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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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로 (119.XXX.XXX.227)
공감이 가는 글 감사합니다. 서울대 졸업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 각 행사 등에 우리 전통 옷, 의복, 복장을 되살리는 운동을 벌였으면 합니다. 차제에 우선 환경친화와, 건강친화 견지에서 의복한류 바람을 일으켰으면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란 말이 새삼 실감납니다. 장롱 깊숙히 던져져 있는 한복류를 꺼내 입고 나녀야 되겠습니다. 정말 시기적절한 글 같아 마음 뿌둣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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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5: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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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119.XXX.XXX.227)
나도 결혼 초에 명절에 한복을 입어본 이후로 20여년 동안 한복을 입어 보지 않았네요. 명절마다 한복입는 것을 고려해 보지만, 좀 불편하다는 생각에 양복을 선택하고 말지요.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노랫말에도 영어를 너무 많이 써서 거부감이 들던데, 젊은이들은 이래야 멋있는 모양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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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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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119.XXX.XXX.227)
심의와 학창의, 앵삼 등 단어 뜻 잊어바린지 오랩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결혼할 때 나는 한복 두루마기 차림에 아내는 12폭 치마와 저고리를 변형한 드레스를 입었던 게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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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5: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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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늦었음 (112.XXX.XXX.250)
이 나라는 기득권자들이 매번 스스로 주권을 무장 해제하는 나라임
1500년 전 신라부터 그랬음
역사는 반복됨
애초에 우리 것이란 게 있었는지 그조차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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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30 12: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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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의견 주셔 고맙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으라찻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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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4: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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