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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언어
신아연 2011년 12월 08일 (목) 00:11:51
저녁 장사를 하지 않는 일요일은 오후 네댓 시면 집에 들어가는데 지난 일요일에는 현관문을 들어설 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거실 청소가 제법 깨끗이 되어 있는 데다가 소파 쿠션도 가지런하고 부엌 개수대도 물 한 잔 마신 흔적 없이 말끔했습니다. 게다가 식탁에는 작은 초콜릿 박스까지 놓여 있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도둑이 들었나?” 하도 의아해서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청소하고 설거지 해 놓고 가는 도둑도 있어?”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대꾸합니다. “그러면 난데없이 웬 우렁이 각시가?”
그 시간 아들애는 교회에 있으니 당장 물어볼 수도 없고,초콜릿은 나중에 지가 먹거나 여자친구 주려고 사둔 것인지 모르니 손대지 말자는 둥 둘이 수런대는데 마침 아들애가 돌아왔습니다.

“청소 다 해 놨어요. 초콜릿은 엄마 아빠 드시구요.” “니가 한 거야? 아이구 고맙다,우리 아들.정말 고맙고 착하네. 니가 이렇게 엄마를 거들어 주니 정말 좋구나.” 칭찬을 들으니 기분 좋아하면서도 “엄마는 내가 청소해 놓은 게 그렇게 좋아요? 나한테서 사랑이 막 느껴지나 봐요.” 하며 지금껏 정말로 몰랐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 맞다 사랑에는 다섯 가지 언어가 있다잖아.엄마는 아마도 ‘봉사’가 사랑의 제1 언어인 사람인가 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집안일을 도운 자식이 대견한 듯 남편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정서가 판이한 한국과 호주 두 문화권 사이에서, 그것도 딸도 아닌 두 아들을 키우면서, 소위 말하는 ‘코드’ 차이로 인해 부모 자식 간에 시나브로 앙금이 쌓이고 서로의 가슴에 멍울이 진 가정이 우리 집뿐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서구권 이민으로 인한 좋은 점 열 가지와 나쁜 점 열 가지가 있다면 우리 집은 나쁜 것에 해당하는 열 가지가 골고루 발생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선지피가 뚝뚝 듣는 갓 잡은 들짐승을 소 앞에 턱하니 갖다 바치는, 소의 입장에서 보면 어이없는 사자와, 이슬 머금어 싱그롭고 아삭한 연한 풀잎 한 광주리를,역시나 미치도록 사랑하기에 사자 앞에 놓아주는, 그러나 사자에게는 대책없는 소에 비유될 상황이었습니다.

‘이 맛있는 고기가,이 신선한 풀이 도대체 어디가 어떠하기에 너로 하여금 거북스럽고 부당한 것으로 여기게 한단 말이냐’ 는 것이 지난 20년간 우리 가족의 화두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차라리 서로에게 무심하고 냉담했다면 상처나마 남지 않고, 조금 덜 사랑했다면 서운함 또한 크지 않았을 텐데 , 우리 네 식구는 ‘ 나는 사랑한다고 하는데 왜 그 사랑을 몰라 줄까, 왜 내 사랑을 왜곡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 주질 않을까’ 하며 긴 세월 속앓이를 했습니다.

약 2년 전, 아들애가 가게 개업일에 축하 선물을 사려고 몇 주치의 용돈을 모아야 했다며 시중에서 제일 비싼 샴페인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 두 분의 가게가 잘 되길 바래요.”
지금도 두 애들은 ‘우리 가게’라고 하지 않고 ‘부모님 가게’ 라고 말하지만 그때 제게는 ‘두 분의 가게’라는 말이 서운하고 거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내 것, 내 동생 것’ 하면서 무엇이든 소유권을 분명히 하는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한테는 자기들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작한 사업이니 ‘ 엄마, 아빠 꺼’가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게다가 누가 저더러 비싼 샴페인을 사오랬다고,말은 그렇게 안 했지만 속에서는 고맙기는 고사하고 요사스레 사치스런 술병이 얄미럽고 밉상스럽기만 했습니다. 무리해서 마련한 과분한 선물보다는 손님상이라도 한 번 닦아주고 커피잔이라도 씻는 시늉을 했더라면 제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을지 그때 그 녀석은 정말로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집안 청소를 해 놓고 부엌 개수대를 깨끗이 치워 놓았다는 건 제 부모의 사랑의 언어, 사랑의 코드를 드디어 해독하기 시작했다는 뜻일 테니 어찌 감동적이지 않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각자의 언어가 있다고 하지요.기독교 상담가인 개리 채프먼은 그 언어를 다섯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정과 칭찬,격려, 감사의 표현 같은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말’에서 사랑을 느끼는 사람, 둘째는 감정적 교류와 짙은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을 사랑의 제1언어로 삼는 사람, 셋째는 비록 작은 것이라도 ‘선물’을 받으면 그것이 자신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이자 사랑의 표현이라고 여기는 사람, 넷째는 저처럼 내게 꼭 필요한 일을 자발적으로 기꺼이 도와줄 때, 이른바 ‘봉사’해 줄 때 사랑을 확인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머리를 쓰다듬거나 팔짱을 끼거나 부드럽게 안아주는 따위의 백마디 말보다는 따스하고 섬세한 스킨십에서 보다 큰 사랑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실은 다섯 가지 모두가 마음이 가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루 통한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마다 독특한 감정의 울림과 색깔다른 정서적 반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엄마의 사랑의 언어를 정확히 해독해 준 우리 아들의 제 1 사랑의 언어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그 아이는 아무래도 '인정하는 말'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오늘 어디 한번 그렇게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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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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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211.XXX.XXX.74)
얼마 전 읽었던 오쇼의 책에 '너는 나를 모욕했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니가 한 말에 나는 모욕감을 느꼈어.'라고 표현한다면 싸울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표현 방식 때문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반항하는 마음에 정 반대되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 속 깊이에는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것이 자식이 부모를 바라보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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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9 10: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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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가정문제 세미나 등에 참석해보면 지금 이승훈님의 말씀처럼 '나' 표현을 중심으로 상대에 대한 마음을 전하라는 훈련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일상을 통해, 매순간 닥칠 때마다 부딪혀 보면 실감하게 된답니다. 참 어렵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자식들한테는 더욱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자식된 입장에서 부모에 대한 마음을 말씀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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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0 10: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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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무섭 (220.XXX.XXX.123)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다고 나한테 그럴 수가 있노" 어릴 때 어머니가 자주 하신 말씀입니다. 섭섭한 것이 왜 그렇게 많으신지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diwl 하고 자라나긴 했습니다. 역시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정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아무리 피를 섞은 사이라도 생각은 다릅니다. 그 다름을 인정 안 하는 곳이 가족간이 아닌가 합니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하면서도 가족간에는 그것을 적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로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이견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인데 그것을 받아드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랑'이라든지 '정'이라든지 하는 말은 그 범위가 하도 넓어서 말하기도 듣기도 좋고 아름답고 하지만 서로 실천하고 받아드리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나는 좁혀서 생각하고 내가 준 것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보딥을 하기를 기대 안하는 습관은 있습니다. 어머니로 부터 배운 것을 지금도 잊지 않습니다.
좋은 주제를 빼어난 글솜씨로 표현하셔서 여러가지를 생각케해주셨습니다. 덕택에 아침이 더 밝고 아름답게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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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9 06: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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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아버지학교를 하셨군요. 저는 거기서 마치 호두의 견고한 껍질을 깨듯, 완고하게만 보이는 남자들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매년 그 현장을 취재하지요.평범하게만 보였던 아버지의 삶에도 자녀들의 서운함이 배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인내천님의 경우는 남달랐다는 점에서 아프고 외로운 순간이 자녀들 입장에서는 더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들도 부모가 되었으니 부모님 그 마음을 점점 알아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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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0 1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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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6.XXX.XXX.125)
사랑은 내리사랑인지 저도 사실 부모님에 대한 나의 사랑언어가 무엇인지 한번도 진지하게 고려한 적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살면서 겪는 것들이 부모님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삶의 이야기라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애들에게 저는 강요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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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13: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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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48)
사랑의 방법이, 사랑의 색갈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집안 정리를 해줬다던가, 설거지를 해줬다던가, 살짝 안아줬다던가 어느 것 한가지만 경험해도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요.
다섯 살 손녀가 '우주많큼 함미 사랑해'라고 하길래 저는 '엄마 방 많큼 윤아 사랑해' 라고 해줬더니 크게 실망하면서 너무 작다고... 아니, 엄마방이 얼마나 큰데? 해봤지만 우주많큼 사랑하는 자기 사랑에 못 미친다고 섭섭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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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18: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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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손녀가 실망하게도 생겼습니다.^^ 우주만큼, 엄마방만큼, 모두 재밌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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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0 09: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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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110.XXX.XXX.249)
아침 글을 대하면서, 이젠 조금이나마 여유의 시간을 가지고 보람있는 일에서 기쁨을 찾고 있는 것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을 위하여보다는, 세상과 함께하며 더불어 생각하는 삶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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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13: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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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110.XXX.XXX.249)
저는 두 딸이 있는데 이들이 어려서 미국에서 2년 선교지 태국에서 10여년을 보내서인지 우리와 사고가 영 달라서 황당,당황스러울 때가 지금도 많은데 신작가님도 그런 모양이네요. 공감이 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교회를 잘 다니듯하여 다행입니다. 마지막 보루가 신앙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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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13: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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