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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의 춤
박시룡 2011년 12월 12일 (월) 02:10:49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저물어 가는 한 해와 함께 그동안 써왔던 생명찾기 글도 '황새의 춤'으로 작별을 고합니다. 그 동안 생명찾기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진짜 황새가 춤을 출까? 동물들이 사람처럼 춤을 추는 것은 아닙니다. 황새의 춤은 황새를 복원하면서 황새가 사는 서식지에서 생산된 쌀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냥 사람의 입장에서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의 동작에서 붙였습니다. 복원된 황새들의 땅에서 황새들은 즐거워하지 않을까? 그리고 황새들이 즐거우면 우리도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이름이 탄생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철이면 황새들은 춤을 추듯 힘껏 날개를 저어봅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근육을 움직여 체온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영하 10도 이상 내려가는 한밤중에도 황새들은 추위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사육장이 아닌 야생이었다면 남쪽 따뜻한 지방으로 내려갔겠죠. 그러나 사육장에 갇힌 황새들은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모두 물 속에 들어갑니다.

밖은 영하의 날씨지만 물 속만큼은 영상이기 때문에 황새들은 에너지 소모를 최대로 줄이려고 물속에 다리를 담그고 밤을 지샙니다. 긴 다리가 밖으로 노출되지 않게 깃털이 난 부위 바로 아래까지 다리를 물에 담금니다.

이것은 황새들이 영하의 강추위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사육장의 물은 항상 지하에서 뽑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지 전에는 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속은 항상 영상입니다. 이것은 사람도 추울 때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몸이 덥게 느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추운 겨울이면 황새들은 모두 이렇게 족욕을 합니다.

황새가 러시아에서 오던 첫 해에는 황새장에 히터도 달아보았고, 비닐로 바람막도 쳐 보았습니다. 그래도 추웠던지 나이가 가장 많은 황새 한 마리는 그해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병이 들고 말았습니다. 황새가 몇 마리 안됐을 적에는 히터를 설치하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황새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황새장에 히터를 켜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지하수를 퍼 올려 물을 얼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낸 것은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그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는 수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새해가 밝아오면 이미 황새 생태마을로 지정된 충남 예산으로 이 황새들을 옮길 계획입니다. 지금 그곳은 황새를 맞이할 준비로 한창입니다. 이미 그곳은 황새가 살아갈 수 있도록 논에 농약을 뿌리지 않고 농사짓고 있습니다. 황새의 먹이터가 될 둠벙도 파놓았습니다. 그리고 봄에 개울가의 물고기가 올라올 수 있도록 개울과 논으로 이어지는 곳에 어도를 설치했습니다.

올 한 해 이렇게 조성된 곳의 논에는 미꾸라지, 올챙이 그리고 수서곤충들의 수가 그 전년도에 비해 2~3배로 늘어났습니다. 비료를 따로 뿌리지 않아도 땅은 이 생물들로 인해 다시 비옥해졌습니다. 주민들은 자기 땅에 생물들이 이렇게 많이 사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습니다. 근데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올해 수매가가 관행농의 쌀이나 이렇게 어렵게 농사지은 쌀이나 별로 가격차이가 없자, 모두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 비축된 쌀이 줄어들자 예년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쌀 수매를 했기 때문입니다. 근데 비축쌀이다 보니 유기농(친환경) 쌀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게 돼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황새 때문에 어렵게 농사를 지었지만, 가격은 보통 쌀과 똑같이 팔아야 되니, 누가 어려운 농사를 지으려고 하겠습니까? 황새농법으로 인해 소출도 줄었는데, 제 값을 못 받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주에는 주민들이 제 학교로 항의 방문했습니다. 더 이상 이 농사를 계속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러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황새를 위해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설득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내년에는 방사를 앞두고 더 많은 논을 황새농법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새로운 농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주민들을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황새복원 15년, 인공증식, 서식지 선정, 그리고 서식지 복원과정을 걸어오면서 숟한 장애물들을 헤쳐 왔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또 다시 장애물 앞에 섰습니다. "왜 우리가 황새복원을 해야 하느냐?, 황새복원해서 얻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

한 해가 저물면서 주민들의 황새 복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 예정대로 황새를 야생에 복귀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황새 복원은 농민들이 농사짓고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세상을 만들 거라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새해에 '황새의 춤'쌀 출시를 앞두고 주민들 스스로 황새 복원의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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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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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훈 (211.XXX.XXX.129)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황새의 춤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려면 조물주가 창조한 생명체 및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잔잔하게 느낍니다. 뒤의 글 강용석 의원과 관련된 글에서 꼬집고 비판하기 좋아하는 현대인에게 필자님의 혜안에 대해 공감하며 잠시나마 명상에 잠기게 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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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5 1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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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6.XXX.XXX.125)
10억 인구가 70억 되는데 200년 걸렸고 이제 식량은 펀드들의 투자 상품으로 될 정도로 부족하고 중요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고 있고 뒤엎고 있으니......
한개의 작은 촛불이 옆으로 퍼져 큰 태양을 이루길 바라며 계속 컬럼 유지하시고 혹시 황새복원관련하여 계속 읽을 수 있는 다른 매체 있으면 소개시켜 주시길
그동안의 신선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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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12: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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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175.XXX.XXX.253)
감사합니다. stork.or.kr 에서 황새복원에 대해 접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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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5 06: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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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121.XXX.XXX.42)
김윤옥 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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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11: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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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211.XXX.XXX.74)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소중한 것들이 아쉽게 느껴지네요.
황새의 춤은 단순한 쌀이 아니라 문화 살리기 임을 모두가 알아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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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2 16: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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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7)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살피려해도 작고 볼품없는 민초들은 눈에 띄지않는걸 어쩝니까?
맘에 없으니 억지로 될리 없겠지요.
이런 사회문제를 '진보,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으로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작금의 여러 정치,사회적 문제는 진보적 시각이나 보수적 시각이나 누가 보아도 옳고 그름으로 쉽게 분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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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2 14: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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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6.XXX.XXX.125)
맞습니다.
올바름이 사라지고 칼럼의 다양성이 없어지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우리는 아직도 조선시대의 사농공상 남존여비가 시퍼렇게 살아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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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12: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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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121.XXX.XXX.42)
황새와 함께 사는 농촌, 그런 황새 박사님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재미있는 이야기, 유익한 칼럼 잘 읽었습니다. 황새 복원의 후일담 언젠가 다시 읽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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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2 1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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