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영환 사에라
     
임진년의 교훈
김영환 2011년 12월 16일 (금) 02:39:01
이제 보름도 안 남은 올해가 지나면 임진왜란 발발 420주년이 되는 임진년 새해입니다. 1592년 4월13일 일본의 15만8천 대군은 부산에 상륙한 후 파죽지세로 20일 만에 한양을 함락했고 임금 선조는 의주 국경까지 도망쳤습니다. 전 국토가 무참히 유린된 7년 전란은 참혹한 상흔을 우리 민족에게 각인시켰습니다. 30년 전 일본 오사카 성의 웅장한 규모에 압도되어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공격하기 위해 떠나는 일본 군대의 모습을 그린 ‘조선출병도’를 전시실에서 보고 전율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임진왜란은 우리들에게 반일(反日)의 원점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불멸의 이순신’ 같은 드라마로 임진왜란 당시의 시대상을 그리며 애국심을 고취해왔습니다. 우리보다 고증에 더 철저한 일본 텔레비전들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임진왜란 당시를 보면 군사력 등 국력의 차이가 엄청납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0년 전에 죽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1582)는 수천 정의 조총을 가진 최신식 철포 부대를 갖고 있었고 그의 측실은 서양의 풍금을 치면서 유리잔으로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조총은 1543년 포르투갈 인이 전해준 화승총을 개량한 것으로 사격개시거리가 약 109미터였다고 합니다.

당시 인구는 조선이 500만 명, 일본이 2,200만 명이었다고 어떤 일본 자료는 말합니다. 군웅할거하던 다이묘(大名)들을 어떻게 통합해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를 궁리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다이묘들의 힘을 빼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본 지도부는 1594년 4명의 소년을 교황에게 파견할 정도로 세상 물정에 밝았습니다.

명과 일본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공리공론에 탐닉하여 사화(士禍)나 일으키던 조선의 문약해빠진 사대부들과 딴판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무능한 선조 밑에서 패가 갈린 조정은 동인과 서인의 악랄한 싸움을 벌였죠. 양비론이 아닙니다. 일본에 파견했던 통신사의 보고는 정반대였죠. “반드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다. 전쟁에 대비하자”는 서인 측의 주장에 “그런 정황이 없는데 왜 민심을 동요시키느냐?”고 전쟁준비를 안 한 집권파 동인 패거리들을 보면 지난 선거에서 ’전쟁이냐, 평화냐‘며 평화가 아닌 염전(厭戰)심리를 부추겨 표를 구걸한 정당이 떠오릅니다.

‘당장 편한 게 좋지’라고 착각한 조정은 많은 일선 지방 관리들의 장계(狀啓)를 무시하고 전비를 게을리한 결과로 임진왜란이 터지자 이순신, 권율, 김시민, 신립, 송상헌, 정발 등 용감한 장군과 700의총으로 상징되는 많은 국민들이 의병으로 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자력 수행이 불가능하여 명의 원군을 받으며 7년간 싸워야했습니다.

1589년 대마도주였던 소 요시도시(宗義智)가 사절로 조선을 방문하여 임금에게 조총을 진상했지만 그 우수한 성능을 파악해 실전에 배치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일본은 1587년 배 26척에 인원을 싣고 남해안에서 정탐활동까지 벌였습니다. 전쟁 발발 후 동인의 영수 유성룡 같은 중신이 서인이었던 율곡의 ’10만 양병론‘을 배척한 것을 통탄했다지만 부질없는 일이었죠.

임진왜란으로 민생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왜군과 맞서 정규군으로, 의병으로 싸워야했고 수십만 명의 왜군과 명나라 군인들이 몇 년간 북새질치는 동안 그들을 먹이고 입혀야 했던 민중의 삶이 얼마나 처참했을 지는 상상이 안 갑니다. 왜군에게 능욕당해 아이를 잉태한 여승과 여인들을 거주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이태원(異胎院, 梨泰院)은 너무나 슬픈 무형의 전적지입니다. 수만 명에 이르는 조선 병사들의 코와 귀가 전리품으로 잘려 일본에 보내졌고 수많은 조선 인질들이 일본으로 끌려갔으며 일부는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노예로 팔려갔습니다.

역사는 300여년 뒤 냉정하게 반복되었습니다. 1910년 일제가 한국을 강제 병합했을 때, 초대 총독이었던 테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는 “…가토(加藤淸正), 고니시(小西行長)의 제장(諸將)이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조선을 일본의 물건으로 삼은 이 밤의 달을 어떤 기분으로 볼 것인가”라고 읊었고, 통감부 외사국장이었던 고마쓰(小松綠)는 이에 답시를 지어 ‘타이코(太閤, 즉 도요토미 히데요시) 전하를 되살아나게 해 조선의 산들에 높게 나부끼는 일장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요즘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를 전문으로 불나비처럼 정권 쟁취를 향해 뛰어드는 정치인들은 임진왜란에서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망한다’는 금언이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세계를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가의 출발점은 안보입니다. 지금의 형세는 임진란 전의 당쟁을 방불합니다. 여당 소속이건 야당 소속이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정치세력은 국민들이 철저하게 퇴출시켜야 합니다. 바로 2012년 총․대선 투표입니다. 그래야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는 더 큰 나라의 불행을 막고 21세기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4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고영옥 (115.XXX.XXX.236)
마지막 2주일을 남겨두고 일년 중 받은 좋은 글 보다 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하루의 밟는 계단이 1000계단이됩니다, 주신 글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1-12-24 15:26:31
0 0
장춘 (115.XXX.XXX.236)
김영환님의 힘찬 논조의 커럼에서 와 닿는 울림이 큽니다.
임진왜란으로 부터 4백20년이 되는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대오 각성하는 투표와 선거라는 정치행위를 하지 못한다면 되풀이 될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의 되풀이가 또 되풀이 될 것이라고 소리를 지른다고 하여 바로 서 질까요?
그 이전에 또는 그 과정 중이라도 특단의 일이 없고서는 역사를 전환케 할 동력을 얻기 어려 울 것입니다.
답변달기
2011-12-24 15:23:36
0 0
장정훈 (115.XXX.XXX.236)
좋은 글 감사. 젊은이들에게 비젼을 키워주는 것은 어른들, 특히 스승의 영향력이 큰 데,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투쟁의 개념만 심어주는 몰상식한 선생노동자(?)에 의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정신세계에 악영향을 및지않도록 올바른 정신을 가진 분들이 세상을 위해 소리쳐야 함. 유태인이 2차대전의 역경속에서 민족말살을 꾀하는 나치들의 도전에 처했을 때, 그들의 정신세계를 이끌 랍비들을 민족 스스로가 보호하고 존중하려는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할까?를 잠시 반추해 봅니다.
답변달기
2011-12-24 15:22:23
0 0
인내천 (183.XXX.XXX.139)
당시의 안보는 율곡의 "10만 양병론"이 옳았지만 지금의 안보는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보아야 합니다.
한 뼘도 안되는 우리나라는 중국,인도에 이어서 세계 3위의 무기수입국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내년엔 14조원 어치의 무기를 수입할 작정입니다.그러면 자랑스러운 세계 1위의 무기수입국이 되겠죠?
그렇다면 우리의 안보는 탄탄할까요?
우리나라 보다는 미국을 위한 무기수입이 아닌가요?
소위 대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말입니다. 60만 대군이 최첨단 무기로 뒤집어쓰고 있어도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틀어쥐고 있는데 무용지물 아닌가요?
우리가 아무리 최첨단 무기로 무장해도 중국을 능가할까요?
일본이나 러시아를 능가할까요?
능가한다고 해도 작전 지휘를 못하는 머리없는 군대를 어디에 써먹을까요? 미국에 충실히 따르면 된다구요? 그건 용병이죠.미군이 전쟁하는 곳마다 끌려다니는 용병 말입니다. 지금 그러고 있죠? 협력적동맹에서 전략적동맹이라는 외피를 쓰고 말입니다.또한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은 오직 북한을 견제하기 위함인데(소파 규정상) 주한미군의 전략적유연성이라는 포장을 쓰고 주한미군이 세계분쟁 어느 지역도 자유롭게 들낙거리고 있죠? 이건 소파규정도 위반이고 국제법도 위반입니다.
중국이,러시아가 우릴 곱게 볼까요?
진정한 우리의 안보는 스위스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없이 침략을 당했고, 용병으로 팔려다니며 목숨을 유지하던 스위스가 영세중립국을 선포하고 어느나라든 자유롭게 교류함으로써 안보걱정 없이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습니까!
왜 우리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에만 올인해야죠? 그것도 해가 지는 나라에....
우리도 1차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서 중립국을 선언하여 중국,러시아,일본,미국 어느나라에도 기울이지 않고 등거리 외교를 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도 보장이 되고 실리도 챙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정학상 우리나라의 위치가 스위스와 흡사합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만나는 지점이기에 우리가 완충지대역할을 함으로써 그들에게도 안정과 평화를 제공하고 우리도 평화롭지 않겠습니까!
어느 한 편에 속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안보는 위협을 받고 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농사꾼인 저도 생각하는 당연한 우리의 안보론을 어째서 정치인들은 모를까요?
정말 모르심 집으로 가세요! 제발,
답변달기
2011-12-17 11:13:00
1 3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