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씨의 답변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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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씨의 답변을 듣고 싶다

허영섭

2011년 12월 28일 (수) 00:54:24

내일 저녁 예술의전당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송년음악회가 열립니다. 국립합창단과 서울시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의 협연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연주된다고 하니 자못 장엄한 무대를 기대해 봅니다. 논란을 빚었던 정명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재계약 문제도 모두 마무리된 만큼 그로서도 홀가분한 무대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재계약 내용에 따르면 정명훈 씨는 내년에도 대략 2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석연찮은 비용 처리로 문제의 소지가 되었던 부대경비 항목이 삭제되는 대신 지휘료가 인상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와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이미 지난번 박원순 시장과 만나 합의된 그대로의 수준입니다.

사실, 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에스트로라는 점에서 그만한 정도의 보수를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일부일망정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들이 받는 고액의 개런티를 고려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보수치고는 과다하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이 그를 다시 기용하기로 결정한 데도 그런 평가가 종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입니다.

이로써 지난 6년 동안 서울시향을 이끌어 온 그는 다시 3년의 임기를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박 시장이 정치적 코드가 다른 이명박, 오세훈 등 전임 시장들 밑에서 승승장구해 온 서울시 고위직들에 대해 전면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는 이번의 유임으로 실력과 명성을 거듭 인정받은 셈입니다. 공모 접수가 마감된 세종문화회관 사장 후보에 야권 인사인 문성근 씨의 형수 정은숙 씨와 신기남 씨의 누나인 신선희 씨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과도 뚜렷이 비교가 됩니다.

그러나 재계약이 이뤄졌다고 해서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흔쾌히 납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거가 애매한 외국인 보좌관의 활동비와 사용 내역이 명시될 필요가 없는 해외협연자 섭외비가 그의 계좌로 지출되었으며, 국내 호텔 숙박비를 추가로 결제받기도 했다니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2008년에는 정명훈 씨가 이런 내용을 계약서로 서명하면서 외부에 공개하지 말도록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정명훈 씨와의 계약관계가 이렇게 밀실에서 이뤄져 왔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서울시향의 운영경비가 세금으로 지출된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합리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합니다. 계약 당시의 전임 시장은 물론 담당자들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정명훈 씨 본인의 세계적인 명성과 품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됐던 내용들이 이번 재계약에서 대부분 시정되었다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인데도 국내에는 연주회 때만 얼굴을 내비친다는 지적도 그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서울시향의 권위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서울시민에 대해서도 올바른 예의가 아닙니다. '음악 귀족'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적어도 시늉일망정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의 '찾아가는 음악회'도 대형교회 위주로 진행됐고, 그마저도 정명훈 씨의 서울 체류계획에 맞춰 일정이 잡히기 일쑤였다는 얘기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오케스트라 운영이 독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겠지요. 서울시향의 자체 역량을 키우는 대신 연주회 때마다 외국인 연주자를 대거 불러들여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서울시향의 실력이 향상됐다는 그동안의 평가는 거품에 불과할 뿐입니다. 정명훈 씨가 해외협연자 섭외비 명목으로 직접 비용을 지출했다는 것이 바로 그런 얘기일 것입니다. 외국인 연주자 초청에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국내 연주자의 후진 양성은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연주자와 교수로 직책을 맡아 바쁘게 활동 중인 인물에게 4년이 넘도록 서울시향 악장 자리를 맡겨 연주회 때만 들어오게 한다는 처사도 결코 탐탁지가 않습니다. 국내 연주자 가운데서는 그만한 실력을 갖춘 인물이 없기 때문일까요.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니만큼 당장 예술감독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면 서울시향 운영에 큰 혼란이 일어날 테고, 따라서 정명훈 씨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성을 따진다면 이런 일들이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그의 음악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문외한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진보와 보수의 딱지를 붙여 구분하려는 위험한 움직임조차 엿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대로 바라보는 측면에서 예술가라고 비판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음악은 음악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맞는 얘기지만 계약을 둘러싼 금전 문제와 오케스트라 운영의 문제점까지 무조건 덮어두어서는 곤란합니다. 서울시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음악 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다”는 정명훈 씨 본인의 소망을 위해서도 사소한 문제는 그때그때 이해를 구하고 바로잡아 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정말로 서울시민들이 서울시향과 정명훈 씨를 자랑으로 여길 수 있도록 그의 진심어린 해명을 듣고 싶습니다.

jsk (1.XXX.XXX.82)

사실 전 정명훈님을 참 좋아해요
그러나 서울시향 지휘자가 서울에 없는 분이라
비행기 표와 기타 등등으로 야기가 된다는 것이 생각해보니 좀 그러네요
그렇다면 연주가 있을 때 단원들 평소 실력이 어지간해야 연주를
한다는 이야기 겠지요
그렇담 분명 국내 연주자 가운데서는 그만한 실력을 갖춘 인물을 찾을수 있을텐데
서울시 관계자님들께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새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여러모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쩜 정명훈님도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홀가분해 하실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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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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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126.XXX.XXX.14)

물론 그의 명성은 알고 있고 또 그 명성에 걸맞은 계약을 해야하겠지만
20억의 년봉을 받고도 비행기 일등석등의 비용까지 모두 계약조건에 넣고자 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애국과 별개의 문제이겠지만서도, 좀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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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2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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