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지구촌 정치권력 구조의 지형도를 바꾸는 대권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엊그제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현 총통인 집권 국민당의 마잉지우(馬英九) 후보가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를 젖히고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지금껏 그가 추진해 온 대륙 유화정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여기에 연이어 러시아, 프랑스, 인도 등 세계 60여개 나라에서 대통령이나 총리(의원내각제)를 새로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집니다. 중국에서도 시진핑(習近平)을 앞세워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가 10월로 예정되어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도 11월로 잡혀 있습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내년 2월로 임기를 마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대선이 오는 12월에 열립니다. 2012년 지구촌 대권 레이스의 종지부를 찍는 선거가 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이에 앞서 4월에 열리는 총선은 그 전초전이 될 것입니다. 여야가 서로 개혁과 통합을 앞세워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에서도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을 위해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만큼 능력이 뛰어나고 도덕적으로 떳떳한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국민들의 뜻이겠지요. 경제 문제를 비롯해 빈부격차, 교육문제, 이념대립 및 남북문제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합니다.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국민을 설득하며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껏 경험해 왔듯이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얄팍한 밑천을 드러냄으로써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차관 인사가 뒷골목 병정놀이처럼 원칙이 없이 이뤄진 데다 측근비리도 어김없이 불거지곤 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도 말로만 그치기 일쑤였습니다.

입버릇처럼 온통 나라와 국민을 위하겠다고 외치던 바로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외면함으로써 끝내 초라한 모습으로 임기를 마쳐야 했던 사실을 우리는 뚜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아무리 국민을 내세워도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사정은 비슷합니다.

지금 벌어지는 정치판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당대회에서의 돈 봉투 사태가 과거의 일이라고는 해도 서로 발뺌하며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는 듯한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정치자금 모금의 불법행위를 합법화시키는 정치자금법이 갑자기 상정되어 일사천리로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이런 정치인들을 모아서 대선 캠프를 꾸려야 하는 사정이라면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현재 거론되는 대권주자로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서로 앞장을 다투는 가운데 한명숙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김두관 씨 등이 잠재적인 주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예상 밖의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거론되는 인물들이 끝까지 후보자 명단에 남게 되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은 오는 12월까지 이어지는 선거과정을 통해 국민들은 한 편의 치열한 정치 드라마를 구경하게 될 것입니다. 기존 정당이 분열하고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짐으로써 철새 정치인들의 줄타기 이합집산이 이뤄질 터이고, 그 과정에서도 당내 경선과 보수·진보 진영끼리의 숨 막히는 후보 단일화 작업이 펼쳐질 것입니다.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지막으로 골든벨을 울릴 승자는 단 한 사람뿐이라는 점입니다. 천둥과 번개가 내려치는 가운데 짙은 먹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갈 흑룡(黑龍)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골든벨의 모든 단계를 마치고 오색빛이 영롱한 여의주를 얻기 위해서는 제시된 문제를 모두 통과해야만 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내는 주체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유권자라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막막한 처지에 대한 상실감과 좌절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국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모범답안을 제시한다면 다소 유리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으로 평가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사례로 미루어 이루지도 못할 엉터리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분들이 없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 규제가 풀림으로써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양상이 진행될 것이 분명합니다. 자기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할 사람에 대해서는 즉각 국민들이 걸러낼 것입니다. 유권자들도 쓸데없는 소문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냉철한 시각으로 옳고 그른 것을 가리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유권자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그 개인과 가족, 몇몇 측근들에게만 영광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무한한 자랑과 긍지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제 골든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대권주자 여러분들의 행운과 분발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