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로 무너진 대통령의 멘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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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로 무너진 대통령의 멘토들

허영섭

2012년 02월 03일 (금) 00:55:55

“무책임 무정견 무기력 불신 불안 불만. 이같은 여섯 가지 폐단으로 일컬어지는 상징적 표현들이 많은 국민들에게 ‘일리 있는 것’으로 투영되는 현실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얼핏 요즘 얘기로 여겨지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벌써 20년 전이던 노태우 대통령 때의 얘깁니다. 1991년 12월,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물러난 최시중 씨가 당시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면서 ‘6공6폐’의 사례로 칼럼에 지적했던 내용이지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5공화국에 이어 6공화국이라고 부르던 때였지만, 정치는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의 지적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정치는 불신, 경제는 망신, 외교는 굽신, 인사는 등신, 우정에는 배신, 날치기에는 귀신….” 이른바 ‘6공6신’이라는 내용이지만, 대통령을 겨냥해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민망한 표현이라 여겨집니다. 물론 그는 이렇게 소개하면서도 “다분히 악의마저 느끼게 하는 독설”이라며 막말이 난무하는 세태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국회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공개적으로 거론됐던 마당입니다.

이처럼 오래 전의 얘기를 끄집어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적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때문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막말만 해도 ‘가카새끼 짬뽕’, ‘꼼수면’, ‘가카의 빅엿’ 등 조롱투의 표현이 남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시중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졌던 터라 그가 후견인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이 1992년 처음 정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자문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초선의원에 불과했던 동향 후배를 일찌감치 대통령 감으로 지목하고 대권 도전에 앞서 서울시장을 거치도록 조언한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앞서의 칼럼에서처럼 우리의 고질적인 정치적 불신과 폐단을 치유할 주인공으로 이 대통령을 염두에 두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결국 지난 대선에서 그 뜻을 이뤘습니다. 그 자신 이명박 캠프의 최고 지휘부인 ‘6인 회의’의 멤버로 활약했다지요. 이 대통령이 그를 권한이 막중한 방통위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한 사실에서도 남다른 신임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가 언론인 시절에 갈망하던 대로 대통령이 나라를 똑바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보필할 만한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역할과 처신을 들여다보면 촉망받는 꿈나무 정치인을 내세워 나라를 바꾸려 했던 애초의 의지나 기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끊이지 않는 돈봉투 얘기는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방통위원장 사퇴의 직접적인 계기가 그러했지만, 또 다른 보도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본인이 함구하고 있어서 더 두고 봐야겠지만 거론되는 정황이 너무 구체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측근의 수뢰의혹과 KBS 정연주 전 사장의 배임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로 마무리되면서 책임론이 제기되던 터였습니다. 방통위 본연의 업무에서도 그는 좋은 점수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공공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해 정책의 혼선만 부추겼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종편의 난맥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돈봉투 폭로가 불거짐으로써 불명예 퇴진을 면치 못한 것입니다.

비단 최시중 씨의 경우만은 아닙니다. 같은 원로그룹에 속했던 박희태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수사대상에 올라 있으며,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도 여비서 계좌에 7억원을 넣어둔 사실을 뒤늦게야 실토하는 등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서도 이미 적잖은 인사의 비리연루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소신껏 보필했다기보다는 자기들 이익을 챙기려고 시류에 편승했던 결과입니다.

지금 이 대통령은 임기를 1년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심각한 레임덕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20년 전의 ‘6폐’나 ‘6신’보다 더 낫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심지어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흔적을 지운다는 등의 이유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으며, 일각에서는 그의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가 흔들리고 사회가 갈등을 겪는 것은 꼭 최고 지도자의 잘못에서 기인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권력층의 측근 인사들이 제 역할에 소홀한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권력 막후에서 자기들끼리 돈봉투를 돌리는 상황이라면 어느 누가 정부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더 참담한 것은 이처럼 불미스런 사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짧은 권력의 달콤한 맛에 취해 본연의 자세를 잊어버린 탓이겠지요. 오는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을 앞두고 대권후보 진영마다 몰려드는 지원세력에게도 똑같이 눈길이 쏠리는 까닭입니다. 혹시 임자 없이 떠돌아다니는 돈봉투를 만져 보려고 정치판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은 아닌가고 말입니다.

김윤옥 (210.XXX.XXX.130)

유유상종이란 말이 이번 정권에서 처럼 딱 들어맞은 적도 흔치않았다 싶습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국민을 어이없게 만들던 인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웃음거리를 제공했는데 최시중씨의 경우도 20여년 전 부터 그들은 서로 알아봤던 것입니다.

물론 어느정권 어느 때라도 허물이 없은 적은 없지만 출범 초기부터 갖가지 비리 부정이 끊이지않은 정권으론 건국이래 처음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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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13: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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