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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온 게놈
방재욱 2012년 02월 06일 (월) 02:02:01
흑룡의 해로 부르는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외국의 어느 연구소로부터 '용의 게놈(The Dragon's Genome)'이라는 제목의 글이 날아왔는데, 그 메일에는 녹색 도마뱀의 게놈을 분석하였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게놈이라는 말이 우리 곁에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 게놈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사람의 모습이나 성격을 비롯해 모든 생물의 외형적인 특징이나 내면적인 특성들은 모두 형질을 발현하는 단위인 유전자(DNA)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생물체에서 하나하나의 형질을 만드는 단위를 나타내는 유전자에 대비하여 게놈(또는 유전체, genome)이란 용어는 한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전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Genome이란 용어는 ‘유전자’를 의미하는 단어인 ‘gene’과 '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ome’이란 어미가 조합된 합성어로 1920년에 윙클러(H. Winkler)에 의해 처음으로 정의되었습니다. 원래의 의미는 정자와 난자 같은 배우자를 이루는 상동염색체의 한 조(set)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게놈은 1930년에 기하라 히토시(木原 均)에 의해서 현재와 같은 '한 생물이 지닌 전체 유전자 집합'으로 다시 정의되었으나 정확한 의미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 때 유전자와 게놈을 동일하게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기본단위는 세포(細胞)입니다. 우리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각 세포의 핵 안에는 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습니다. 이들 46개의 염색체는 23쌍의 서로 같은 모양을 하는 상동염색체로 구분되는데, 23개는 정자를 통해 아버지로부터 23개는 난자를 통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23쌍의 염색체 중 22쌍은 남자와 여자에서 같게 나타나지만 성염색체라고 부르는 나머지 한 쌍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성염색체는 남자의 경우 XY 그리고 여자의 경우 XX로 표기하는데, Y염색체가 바로 남자의 성을 나타내는 특징적인 염색체입니다.

게놈은 23쌍의 염색체 중 한 조인 23개의 염색체 세트를 일컫는 말이며, 모든 생명 활동의 정보가 그 속에 간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놈 내에 들어있는 유전자에 의해 우리의 피부나 머리카락의 색깔, 손이나 발 그리고 얼굴 모양 등의 모습뿐만 아니라 말투, 성격, 질병에 대한 감수성 등이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사람의 염색체가 지닌 전체 게놈은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체 게놈이 지닌 유전자 수는 약 2만 5천개에서 3만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격이나 행동 그리고 지능(IQ)이나 소질의 차이는 게놈 내에 담겨진 생명의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게놈 속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삶에 관한 모든 정보가 간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게놈에 간직되어 있는 프로그램이 완전히 해독된다면 인류의 유전현상은 물론 질병의 진단과 치료 분야 등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게놈을 밝히기 위한 인간 게놈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가 1990년 미국의 에너지부(DOE)와 국립보건원(NIH) 주관으로 30억불(약 3조 3천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시작되었습니다. HGP는 사람이 지닌 30억 개의 염기쌍이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지를 밝히는 작업으로 사람의 전체 DNA의 서열과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기 위해 시작된 과제입니다.

5년씩 3단계 추진 계획을 통해 2005년 완성을 목표로 1990년에 출범한 HGP는 예정보다 2년 앞당겨져 출범 13년 만에 완성되어 2003년 4월 14일에 완성된 ‘드래프트(게놈 초안)’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26일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에 의해 공동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게놈프로젝트가 계획보다 앞당겨질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제적인 연구 협력의 확대와 생물학적 분석기술의 발전 및 컴퓨터 기술의 발전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셀레라 지노믹스(Celera Genomics)사가 상업적 이용을 위해 HGP와의 비교분석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게놈 지도에는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자 중 99%의 염기서열이 99.99%의 정확도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놈프로젝트에서 밝혀내려는 DNA의 염기 배열의 순서가 왜 중요한 것일까요? 이는 DNA의 염기서열에 간직된 유전정보가 DNA와 구조가 비슷한 RNA로 전달되며, 이렇게 전사된 RNA에서 염기 3개가 한 조로 작용하여 아미노산 하나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미노산은 인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생리 현상을 주관하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로 이 단백질들이 바로 DNA의 염기서열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게놈의 구조를 밝혀내는 작업이 중요하게 대두된 것입니다.

유전자인 DNA를 이루고 있는 염기의 배열에 따라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이 이미 밝혀져 있기 때문에 DNA의 염기서열을 가리켜 ‘생명의 설계도’라고 부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간이 가진 단백질 종류는 약 10만 개에 달하지만 10만 개의 단백질을 만드는 염기의 수는 30억 쌍 중 2%에 불과하며, 나머지 98%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사람의 게놈 구조가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게놈이 지닌 유전자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게놈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의학, 약학, 생물학 등의 발전에 커다란 축이 되고 있으며, 암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유전자가 연관된 질환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크게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 실례로 어떤 암환자의 조사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 유전자를 게놈 데이터베이스(D/B)에서 조사하여 지금까지의 연구 정도나 기능 등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동물에 존재하는 유사한 유전자의 기능이나 돌연변이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게 된다면 그 질병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약의 개발이나 유전자 치료 방법의 도입도 가능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밀레니엄인 21세기는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핵에 들어있는 염색체에서 세상 밖으로 미소를 띤 얼굴을 내민 게놈의 시대로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이제 게놈은 단순한 생명과학 용어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그의 사회적 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받아들여야 하는 개념이 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게놈이 지니고 있는 기능들이 밝혀져 환한 얼굴로 우리 인류에게 화답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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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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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방 교수님, 좋은 정보를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genome을 게놈이라 적으셨는데, 제놈이 더 가까운 게 아닌지요?
옮겨 놓은대로 '유전체'로 부르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합니다만...
다음 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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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3: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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