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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은 어디로
김영환 2012년 02월 28일 (화) 01:45:22
필자가 가끔 다니는 한 시골의 보리밥집은 오래 전에 주방 아줌마를 내보내고 손자까지 둔 주인 아주머니가 혼자 일합니다. 아들이나 딸이 틈나는 대로 설거지나 음식 나르기를 도와주는 정도이죠. 양순하고 일 잘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우크라이나 여성을 돌려보낸 순두부집 주인도 매 한 가지입니다. 해안도로변의 휴게소 음식점이 주인 가족들로만 영업하게 된 사정도 같습니다.

수십 년 간 운영해온 음식점들도 가족이 매달려 남에게 주는 인건비를 절약하지 않고서는 꾸려나가기 어려워졌답니다. 날이면 날마다 거리 곳곳에 편의점과 음식점, 옷 가게가 간판을 달지만 고심 끝에 뛰어드는 생계형 창업의 성공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증거입니다. 다른 창업의 어려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니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머리를 싸매고 취직공부에 전념하는 것이죠.

정치권이 4․11총선을 앞두고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체감 실업자라는 청년실업 대책을 다투어 공약으로 내세웠죠. 어느 당은 중소기업이 전체고용의 88%를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88장학금'이란 걸 만들어 2년 간의 장학금 수혜자가 졸업 후 4년 동안 해당 기업에 근무하도록 하는 공약을 검토하고 있으며 9만원 수준인 병사들의 월급을 40만 원 선으로 높이자는 공약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사생활을 거의 전부 희생하는 병사들에게 9만원은 너무한 것이죠. ‘손가락이 아프다’라든가 펄펄 날아다니면서도 ‘허리 디스크’라는 등의 질병을 이유로 병역의 정면 돌파를 외면해온 고관들 자식들이나 유례없이 병역면제 비율이 높은 정치권 인사들의 행로를 보면 40만원은 아까울 게 없습니다.

어느 당은 300인 이상의 기업에 매년 3%의 청년고용 할당제를 의무화함으로써 81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든다는 것이고 대학을 못 간 실업 청년에게는 최저임금의 80% 수준에 이르는 구직 촉진 수당을 최장 180일 동안 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좋다는 정책을 왜 안하고 있다가 이제 만지작거리나요.

청년실업이 시급하지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심모원려의 정책이 아니라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대증요법 같은 공약입니다. 하기야 딴 생각에 취해 어디서 뭐하고 놀았는지 모를 사람들이니 갑자기 청년의 미래에 대해 뭘 그리 깊이 생각했겠습니까. 현금 지급은 모럴해저드를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근년에는 경기가 좀 회복돼도 청년 취업이 오히려 준다고 합니다. 대규모 제조업은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고용 없는 성장’이 특징인데다가 젊은이들이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좋은 일자리’만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공무원이나 공기업, 교수, 교사 등 안정적인 일자리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조사결과를 보면 공무원, 교수, 교사를 원하는 비율이 초등학생 36.7%, 중학생 42.2%. 고등학생 45.7%, 대학생 51.1%로 커갈수록 높아집니다. 학부모는 더 해서 72.7%입니다. 노량진 전철역 앞 공무원 학원가의 고가교를 메우며 오가는 젊은이들을 보면 모두가 ‘좁은 문’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야 대기업에 잡혀 먹히는 중소기업,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체인화하는 서비스업을 보면서 무슨 창업 권고를 하겠습니까. 도전정신의 실종을 부추기는 정글 사회죠.

2015년이 되면 정년 퇴직자들보다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일자리 숨통이 다소 트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있죠.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일손이 부족하여 현재 5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대한상의 조사로는 중소기업들이 여건만 허락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더 늘리겠다고 합니다. 이들의 평균임금은 134만원(2011년 2월 기준)으로 타이완이나 홍콩, 싱가포르의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3D업종’을 기피할수록 외국인 근로자들이 속속 파고들어 자신들이 나라의 주역이 되었을 때 사회의 양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며 예상치 못한 정치사회적 문제에 골머리를 앓게 될지 모릅니다. 유럽 각국의 극우적 움직임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문제가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공영방송의 ‘Love in Asia' 같은 프로그램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남북통일 후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북한 주민과 경합을 벌일지도 모릅니다.

실업을 탓하기 전에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어떨까요. 옛날 세대들은 지붕을 얹을 재료가 없어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코카콜라 깡통을 펴고 연결시켜 판잣집 지붕을 덮었습니다. 요즘 세대가 상상도 못할 고통을 겪고 나서야 이 나라의 부흥을 이룩했습니다. 중소기업은 힘들지만 여러 가지 경험이 가능한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눈을 낮추기 싫다면 어려서부터 창업을 배워야죠. 그래야 다른 젊은이들의 높은 눈을 맞춰줄 근사한 사업을 스스로 펼칠 수 있죠. 그렇다면 지금 정부, 여야의 정책은 젊은이들을 월급쟁이로 만드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기업을 일으키는 법, 창업을 열심히 가르치라는 겁니다. 15세기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벤처 캐피탈 덕분이었습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과 일본도 초중고 시절에 사업계획서 작성 등 창업의 중요성을 교육시켜 창업 정신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창업교육이 극히 미약합니다. 인생의 목표가 취업인 것 같은 세태도 문제인데 정치까지 거기에 맞장구쳐서 돈 몇 푼으로 젊은이들을 자신들의 부속품으로 만들어 그들의 미래를 왜소화할 작정인가요.

지금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이상한 인권조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잘 가르치는 일입니다. 일자리야말로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복지의 기본이죠. 우리 학교 교육이 앞으로도 전방위적 인간을 키우는 데 실패한다면 후손들은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3D로 밥벌이하듯이 거꾸로 외국에 나가 3D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슬픈 세월이 올지도 모릅니다.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의 상실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금 가장 크게 걱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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