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賊, 山賊 그리고 空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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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賊, 山賊 그리고 空匪

김홍묵

2012년 03월 27일 (화) 01:04:41

‘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
‘고대녀’로 잘 알려진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김지윤(28) 후보가 지난 4일 트위터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올린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문구입니다.
온 나라가 들끓었습니다. “해군기지가 해적기지면, 거북선은 해적선이고, 이순신 장군은 해적 두목이냐?”, “해군이 해적이면 육군은 산적인가?”, “이런 사람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여론에 밀려 김씨는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국방부의 비판에 답하여’라는 제목으로 반박 글을 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을 짓밟고 자연유산을 파괴하며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권과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 비판한 것”이라고.
한 누리꾼은 “쥐새끼가 국군통수권자이니 군인은 쥐떼”라며 망측한 옹호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해적(海賊ㆍpirate, sea robber)은 국가 권력이 통제하지 못하는 바다에서 사적인 폭력을 휘둘러 선박을 위협하여 재물을 강탈하는 도둑을 일컫습니다. 중국에서는 해도(海盜) 양도(洋盜) 수적(水賊) 해비(海匪) 선비(船匪) 등이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해적들은 영화 ‘캐리비언 해적’에서처럼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해적 선장은 반란자의 손ㆍ발ㆍ귀ㆍ코를 자르고, 온몸을 난도질해 수장하거나, 무고한 인명을 붙잡아 인질로 잡고 금품을 요구하거나, 노예로 팔아넘기는 잔인함이 특성입니다.

해적의 역사는 선박통상과 궤를 같이 합니다. 그리스와 이집트 및 페니키아를 중심으로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기원전부터 동지중해와 에게해 일대에서는 해적들이 판을 쳤다고 합니다. 8~10세기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은 수도원이나 영주(領主)의 성관(城館)을 약탈했고, 13~14세기 발트해의 해적들은 국왕이나 제후들의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원전 중국의 진(秦) 한(漢)대, 8~10세기 일본에도 수운(水運)의 요지에 해적이 출몰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해적에 얽힌 사실(史實)도 많지만 황제시대 이전 로마의 두 장군 이야기는 통쾌합니다. 지중해 전역의 해적을 소탕한 폼페이우스와 젊은 시절 해적의 포로가 되었던 카이사르의 에피소드입니다. 지중해를 온전한 내해(內海)로 만들고, 제국 로마의 기초를 닦은 걸출한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더 흥미롭습니다.

30세에 에스파니아 반군을 진압해 원로원 의원과 집정관에 오른 폼페이우스는 39세 때 해적 소탕작전 총사령관(임기 3년)으로 임명됐습니다. 중무장 보병 12만 명과 기병 5천 명으로 구성된 20개 군단, 군선 500척, 전비 1억4천400만 세르텔티아(당시 로마의 1년간 국가 예산 2억 세르텔티아 정도)라는 어마어마한 특권과 함께. 당시 에게해 킬리키아(현재 터키 아나톨리아 남동부) 연안에 근거지를 둔 해적은 멀리 스페인ㆍ리비아 해역과 로마의 외항 오스티아에서까지 약탈을 일삼던 시대였습니다.

폼페이우스는 지중해 전역을 13개 작전 해역으로 나누어 서지중해에서 동지중해의 킬리키아로 그물망을 좁혀 89일 만에 지중해 전역의 ‘팍스 로마나’를 확립했습니다. 나포한 해적선 400척, 침몰시킨 배 1천300척, 1만 명 이상의 해적 사살, 2만 명이 넘는 포로 획득이라는 전례없는 전과를 거두었습니다. 기원전 67년 그해 여름 이탈리아로 수입되는 곡물 수입량이 종래의 양으로 바로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폼페이우스가 에스파니아 반군 진압 총사령관을 맡은 해, 24세의 카이사르는 아테네와 함께 최고의 학문 중심지였던 로도스 섬으로 유학길에 올랐다가 해적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해적들은 카이사르를 킬리키아 해변 본거지로 끌고 가 20탈란트(그리스 화폐 단위)의 몸값을 매겼습니다. 20탈란트는 병사 4천 300명을 1년 동안 고용할 수 있는 거액입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껄껄 웃고 나서 “네놈들이 누구를 붙잡았는지 모르는 모양이군”하면서 스스로 몸값을 50탈란트로 올렸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은 해적 소굴에 남고 종자들은 돈을 구해 오라고 보냈습니다. 종자들이 가지고 온 돈을 주고 풀려난 카이사르는 인질로 잡혀 있을 때도 담대한 행동을 보였고 “언젠가는 네놈들을 목졸라 죽여버리겠다”고 위협까지 했다고 합니다. 거액이 탐난 해적들도 그의 협박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자유의 몸이 된 카이사르는 곧장 가까운 밀레토스로 가 배를 빌리고 병력을 모아 자신을 포로로 잡은 해적선을 습격, 해적들을 모두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모두 교수형에 처했습니다. 목졸라 죽여버리겠다는 농담이 진담이 된 것입니다. 다시 로도스에서 1년 가량의 대학생활을 계속하다 귀국한 그는 제사장으로 첫 벼슬길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적의 출몰에 2천 년 이상을 시달려왔습니다. 김부식(金富軾)의 삼국사기에는 신라 시조 혁거세거서간(赫居世居西干) 8년(기원전 50년)에 “왜인(倭人)들이 군사를 이끌고 변경을 침범하려 하였으나 시조의 신덕(神德)이 있다는 말을 듣고 퇴각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른바 왜구(倭寇:우리나라와 중국 연안을 무대로 인명을 해치고 재산을 약탈하던 일본의 해적 집단)의첫 출몰인 셈입니다.

13~16세기에 걸쳐 극심하게 노략질을 벌여 온 왜구는 14세기에는 100척 이상의 병선을 끌고 와 경상ㆍ전라ㆍ충청ㆍ경기는 물론 황해ㆍ평안도까지 진출하였습니다. 조세로 거두어 서울로 올라가던 곡물운반선을 탈취하고, 육지에 올라와 왕릉을 파헤치거나 재물을 털고 사람까지 노예로 잡아갔습니다. 1376년 고려 우왕(禑王) 2년에는 아예 조운(漕運:서울로의 곡물 운반)을 포기할 정도였고, 왜구는 고려 멸망의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이들에 대한 회유책으로 왜인에게 관직을 주거나, 밭과 집을 주기도 했습니다. 1419년 세종(世宗) 원년에는 동래의 부산포(釜山浦), 웅천의 내이포(乃而浦), 울산의 염포(鹽浦)등을 열어 왜관(倭館)을 설치하고 무역 거래를 허용하기까지 했으나 왜인들은 삼포왜란(三浦倭亂, 1510년) 사량진왜변(蛇梁津倭変, 1544년) 을묘왜변(乙卯倭変, 1555년)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고려ㆍ조선 정부도 군사ㆍ외교 양면으로 왜구 진압 대응을 했습니다. 우왕 3년에는 최무선(崔茂宣)의 건의로 화약ㆍ화포 등 무기를 만들어 충남 진포(鎭浦, 현재 서천)에 침입한 왜구 선박 500척을 불태웠습니다. 세종 원년에는 이종무(李從茂)가 병선 227척, 병사 1만 7,000명을 동원해 대마도(對馬島)와 규슈(九州)를 쳐 큰 타격을 주고 6개월 만에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적(賊) 구(寇) 비(匪)나 도(盜)의 공통점은 ‘도둑’입니다. 훔치고 해치고 약탈하고 죽이는 악한을 지칭합니다. 도적(盜賊) 마적(馬賊) 비적(匪賊) 토적(土賊) 공적(公賊) 의적(義賊) 토비(土匪) 토구(土寇) 대도(大盜)들입니다. 드물게 금도를 지닌 큰 도둑 또는 신대륙 신제도(新諸島)의 발견자로 미화되기도 하지만, 천하쟁패에서 이겨 왕이나 황제가 되지 못하면 대부분 난적(亂賊)ㆍ역적(逆賊)의 꼬리표를 단 도둑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런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해적은 오늘날까지 세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한국 화물선 청룡호를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 말레카 해협을 위협하는 동남아의 해적들은 전 세계 선박들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각국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강력한 해군력을 가진 강대국들도 방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면이 바다인 한국은 요즘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이어도를 자기네 배타적 경제수역 내의 섬이라면서 해상 정찰과 항모 순시를 하겠다는 중국 등의 외교적 군사적 도발과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위기를 해적ㆍ산적과 공비(空匪)가 지켜낼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도적에게 나라의 안보를 맡겨서는 안 되니까요.

UTopco (116.XXX.XXX.199)

용맹하면 호랑이라고 비유하고 농사 지어 거둔 곡식을 훔쳐먹으면 쥐라고 하듯이 노략짓을 하니 해적이라고 한 것이지......
선량한 국민들이 낸 세금을 그렇게 노략짓 해대니 그렇게 칭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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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12: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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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그늘 (211.XXX.XXX.168)

다시한번 우리의 아들들이 지키고 있는 우리의 산하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잠시 내려놓았던 국가.안보.국민의 행복,조국의 미래등의 단어에 대해 생각케해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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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1: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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