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의 김꽃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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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의 김꽃두레

김창식

2012년 04월 04일 (수) 01:28:52

기존의 지상파‧케이블 방송에 종편 채널이 더해져 코미디 프로그램이 활황을 맞고 있군요. 대표주자는 KBS 2TV의 '개콘(개그콘서트)'입니다. 한 케이블 TV 방송이 보여주는 '코빅(코미디빅리그)'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코빅'은 기성 개그맨들이 팀을 이루어 경연을 펼치는 서바이벌 유형의 프로그램이어서 자존심 대결이 만만치 않습니다. 각자 특색 있는 콩트 중 '아메리카노'가 특히 관심을 끕니다.

'아메리카노'는 남자 면접관과 3인의 4차원 여성 응시자 사이의 '밀당(밀고 당김)'을 패러디한 이색 코너입니다. 개성 있는 3명의 여자가 기이한 분장과 옷차림으로 나타나 우스꽝스러운 개인기를 펼치며 별 존재감이 없는 남자 면접관을 골탕 먹이는데 그 과정이 폭소를 자아냅니다. 이 코너는 쟁쟁한 선배 개그맨들과의 아이디어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리더 보드 위쪽에 자리합니다. 코너를 구성하는 3개의 에피소드 중 '핫'한 화제를 뿌리며 인기 고공 행진 중인 '김꽃두레 편'을 중심으로 이유를 살펴봅니다.

우선 남자 면접관과 여성 응시자 김꽃두레 간의 대립구도입니다. 항상 당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남자 면접관이군요. 빨고 있는 막대기 사탕을 얼굴에 문지름 당하는 수모도 겪습니다. 근자에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위상이 남성을 제압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음이 사실이죠. 그렇다고 반세기 전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여성비하의 불편한 잔영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닐 것이에요. 많은 여성들은 이 해프닝을 보며 가부장제도나 권위에 도전하는 당찬 여성상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새디즘의 편린도 살짝 읽히는군요.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비행소녀의 모습을 통해 같은 또래는 동류의식을, 중‧장년 세대는 정작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일탈에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군요. 일탈 충동은 잘 활용하면 예술 창조의 원동력이 되지만 통제하지 않으면 뜻하지 않은 화를 불러오거나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젊은이든 장성한 어른이든 비정상을 향한 쏠림은 다스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행과 운동을 통해. 노래방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적당한 음주는요? 절제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게 좀….

김꽃두레는 요란한 피어싱을 해서 그렇게 불리는데 등장할 때부터 포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 청소년 사이에 유행하는 한 사이즈 큰 점퍼(N사 제품?)를 걸치고 "아이야, 야야, 야~" 괴성을 지르며 가상의 모터사이클(할리 데이비슨은 아니겠죠!)을 탄 채 나타나거든요. 그녀는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여겨지며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남자친구 '민식'(설마 올드보이에 나오는 그 최민식?)이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우정'을 중시하며 발칙한 상상력으로 매사를 뒤집어 생각합니다. 청소년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와 비속어를 교묘히 비틀어 사용하여(면접~ 같은, 연말 연~시, 까인 거야? 백퍼~?) 시청자에게 웃음과 후련함을 선사합니다.

약간 맛이 간 듯 보이지만 김꽃두레가 마냥 엉뚱하고 기상천외하지만은 않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에 무심한 듯 후드득 말을 내뱉는데 대답을 들어보면 함의가 간단치 않습니다. 때로 철학적이고 때로 사회비판적인 사유의 단초를 기발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면접관의 물음에 "허수아비요"라고 대답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녀는 허수아비에 대해 정의합니다. "텅 빈 들판의 미친 존재감. 하의 실종 패션의 종결자. 외줄타기의 명인." 등등. 배트맨의 악당 '조커'도 좋아한다는군요. 그녀가 읊조리는 이유를 들어볼까요? "간지(Kanji)나잖아요. 웃으면서 사람을 죽이니까. 올킬(All Kill)! 진정한 살인미소."

김꽃두레역을 연기하는 개그우먼 안영미의 데카당스한 매력도 이 코너에 정채(精彩)를 더합니다. 그녀는 미녀라고는 할 수 없고 마른 몸매지만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외꺼풀 눈, 매사에 무관심한 표정, 창백하다 못해 혈관이 드러나는 서늘한 피부, 스모기 화장을 한 입술, 또 웃거나 말할 때 입술 꼬리 근육이 살짝 비틀어진다거나…. 이쯤해서 할리우드의 고참 여배우가 떠오릅니다. 그렇군요. 한창 때의 페이 더너웨이를 닮았어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파리는 안개에 젖어' '차이나타운' '작은 거인'에 나오는 여배우입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몰라도 요즘 청소년들이 페이 더너웨이를 알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요즘 청소년들도 지적이면서도 퇴폐적이고, 한편 조신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텅 빈 듯한 젊은 날의 페이 더너웨이를 보면 분명히 좋아할 것입니다. 그녀를 몰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복합성의 미감(美感)'에 대한 집단적 이끌림이 작용할는지도 모르니까요. 칼 융이 주창한 인간의 본성을 규정한다는 집단무의식*.

*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Collective Unconsciousness): 인간의 무의식에 내재한 보편적이고 생득적(生得的)인 반응 양식

그림 (1.XXX.XXX.117)

요즘은 집단무의식이 자꾸만 어긋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답니다.
코메디에서 히트를 치는걸 보니
요즘 사회상이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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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 11: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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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do (114.XXX.XXX.55)

저도 요즘의 정치, 사회상을 보고 그런 우려가 듭니다, 그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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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5 14: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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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XXX.XXX.200)

언제부턴가 코미디 프로를 시청하지않게 되었지요. 자연히 아이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아졌습니다. 어디쯤에서 웃어야하는지 감각도 많이 떨어진 것같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손녀가 가끔 인용하는 유행어도 못알아듣기도 합니다. 저도 말씀하신 코미디 프로를 한 번 보고 눈물이 나도록 웃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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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5 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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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do (114.XXX.XXX.55)

김윤옥님, 코미디 프로 중에서 그래도 '개콘'과 '코빅'은 볼만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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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12: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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