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공식_(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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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공식

박상도

2012년 04월 11일 (수) 05:31:28

여기 사랑하는 두 젊은 남녀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모는 결혼을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친모가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의 기본 설정입니다. 사람들은 온갖 비판을 막장 드라마에 쏟아내면서도 오늘은 또 어떤 사건이 드라마 속에 펼쳐질지 궁금해 합니다. 이런 막장 드라마는 현실감 없는 설정 때문에 만드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그 드라마가 ‘막장’임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륜 드라마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47%로 OECD국가 중 4위라고 합니다. 1위인 미국의 이혼율이 51%이니까 1위와 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혼의 주된 사유는 배우자의 외도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의 이혼 사유 1위와 남성의 이혼 사유 2위가 상대방의 외도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불륜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다시 살펴봐야 할 사회적 현상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불륜 드라마가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한 종편채널에서 방송이 되고 있는데 주부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 온 한 주부가 아이가 다니는 학원 원장의 남편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입니다. 그런데 불륜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에 ‘불륜’이라는 대사는 안 나옵니다. 왜일까요?

인지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언어는 개념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즉, 언어가 없다는 것은 개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을 조금만 뒤틀면 같은 말이라도 표현을 달리하면 No라는 대답을 Yes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몇 해 전 미국에서 prop.8 이라는 법안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동성애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인데 투표결과 이 법안이 통과되어 동성애자들과 진보적 성향의 젊은이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 두 가지 방법으로 의견을 물었습니다. 하나는 ‘게이 결혼에 찬성하십니까?’ 였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개인이 배우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해도 된다고 보십니까?’였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반대했던 사람들이라도 두번째 질문에는 ‘침해해선 안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질문은 본질을 교묘히 피해서 동성애자의 의도를 옹호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두 번째 질문에는 ‘동성애’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겠습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미국 국민들은 오히려 닉슨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과 사기꾼을 연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미국 국민들이 닉슨이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아 대통령이 사기꾼이 될 수도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닉슨은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대통령과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같은 교량 위에 얹어 놓은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습니다. 언어는 개념이며 누구의 입에서 어떤 언어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불륜 드라마에 ‘불륜’이라는 대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 사람의 행위를 불륜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륜’이라는 대사가 나오는 순간 그 드라마는 진흙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불륜 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우선 잘생긴 남녀가 나옵니다. 상대 남자는 전문직 종사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해심 많고 자상합니다. 나이에 비해 두 사람 다 무척 젊어 보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는 분위기 있는 카페나 별장 또는 유람선 같은 특별한 장소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날씨는 왜 그렇게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이동할 때는 꼭 외제승용차를 타고 갑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아니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회상하는 순간에는 ‘yesterday yes a day’ 같은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아!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막 누군가라도 만나서 사랑을 확 불사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예쁘게 포장을 해 놓으니 ‘불륜’이라는 드라마의 기본 설정은 보이질 않고 두 사람의 사랑에 가슴 졸이며 시청하게 됩니다. 시청자의 오감을 마비시켜야 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선 드라마 속에서 ‘불륜’을 지상최고의 사랑으로 승화시켜 놓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불륜의 ‘불’자도 드라마 대사에서 용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불륜이 애절한 사랑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위의 설정과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배 나온 평범한 중년의 남자와 주름이 자글자글한 중년의 여인이 서로 한눈에 반하고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은 이 둘은 동네의 허름한 분식집에서 장터국수를 시켜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그리고 나선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 뒷산으로 봄 소풍을 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는 한물간 유행가가 흘러나옵니다. 물론 이러한 설정으로 만든 드라마를 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면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륜의 실제 모습은 이보다 더 누추합니다. 그리고 그 본질은 추악합니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꽤 중요한 한 가지는 돈을 벌기 위해섭니다. 그리고 그 돈은 시청자의 시간을 광고주에게 팔아서 얻게 됩니다. 방송사가 시청률에 목을 매는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방송 제작자들은 역치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는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소재를 선정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청자에게 불륜을 설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랑으로 둔갑한 불륜에 이성은 마비되고 부끄러움은 사라졌습니다. 불륜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저 무지개 너머에 나의 진실한 사랑이 존재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하지만 지금 같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상황은 복잡해 집니다. 우리는 지금 정말 나쁜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YK (14.XXX.XXX.156)

옳은 말씁입니다 .불륜 드라마를 가장 에로틱한 사랑으로 묘사해도 절대 안빠지고 채널을 돌릴 수 있는 자가 있습니다 .
바로 " 10 대 사춘기 시절 풋사랑을 느껴보고 20 대 청춘의 순수한 사랑을 충분히 경험한 자 " 입니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 감정과 감성의 변화를 무시한 채 오로지 학습에만 열을 올리고 취업이 완전하면 배우자를 잘 만난다라고 착각을 한답니다 .
요즘 한국이 불륜 공화국이라 불려지고 또 불륜 드라마에 빠져 대리 만족하는 것도 어찌보면 사랑 한 번 못하고 부모의 일방적 지침에 맞춰서 순종하고 착실하게 살다 결혼한 자 같습니다 .

불륜은 엄연히 도덕적이지 않고 가족과 가정 나아가 사회 질서도 무너트리는 요인이 됩니다 .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순수한 이성적인 사랑을 자연스럽게 하고 성인이 될 때만이 불륜에 얽히지도 않고 빠지지 않고 올바르고 성숙한 가정 생활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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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7 17: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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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푼이 (58.XXX.XXX.179)

도덕불감증의 시대...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로마가 망해간 과정을 보면 답이 나온다고 봅니다. 투기,경쟁,급속한 성장만을 추구하느라 기본 상식과 도덕 관념은 뒷 전에 밀린 후유증...무엇보다 우민을 영업 대상으로만 알고 아첨하기 바쁜 패륜 작가와 피디도 한 몫한다고 봅니다. 자살한 어느 피디와 그의 열 몇 살 연상의 역시 인기 여작가의 삶 그 자체가 인륜을 벗어난 파행적이었으니..그 작가들이 바로 자극적이고 부도덕한 주제를 드라마로 만들어 흥행의 귀재로 등극을 했었죠..대중은 지도자(정치,문화,언론,종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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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10: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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