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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주도할 DNA는?
방재욱 2012년 04월 12일 (목) 00:30:46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문학이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무지하다고 여겨왔지만 이제는 IT, BT, NT 등 과학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무지하다는 소리를 듣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과 같은 정보화로 사회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생명복제, 유전자 치료, 유전자조작(GMO), 신종플루 등과 같이 우리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용어들이 속속 등장하여 풍미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문이 인간의 지식에 대한 욕구와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발전하게 되는 것처럼 생명현상을 밝히는 생명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면서부터 의문을 가져온 명제 중의 하나는 바로 ‘생명이란 무엇일까(What is the life?)’입니다. 지구상의 생물계에서 죽지 않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구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동식물, 미생물들이 자손을 낳으며 번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한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유사 이래 많은 학자들이 답을 찾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여 왔으나 아직도 완전한 답은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우선 ‘생명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물에게 자신과 같은 후손을 남기는 연속성이 없다면 생물사회는 현재처럼 이어져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물계의 연속성을 유지시켜 주는 생명의 본질은 다름 아닌 유전자(gene)입니다.

별난 행동을 하는 친구에게 ‘너 돌연변이 아니니?’ 하고 놀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돌연변이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원래의 유전자가 변하여 정상과 달리 나타나는 유전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유전자의 주제가’를 부르며 자라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동요입니다. 이 노래에서 보듯이 엄마소가 얼룩소이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받아 얼룩송아지가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속담도 마찬가지죠. 이런 노래들은 유전자의 본질이 곧 생명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생명의 유지는 유전자가 ‘생명의 본질’을 간직하면서 그 맥을 영속적으로 잇는다고 생각할 때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그 실례는 흑인과 백인이 결혼을 했을 때 태어나는 혼혈아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혼혈아는 흑인과 백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유전자가 섞임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혼혈아는 피부가 하얗지 않고 정도의 차이는 보이지만 피부색이 진하게 태어납니다. 이는 피부색을 희게 해주는 유전자가 열성이고 검은색을 나타나게 하는 유전자가 우성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성과 열성 유전자가 함께 작용할 때 우성 쪽의 형질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생명의 본질인 유전자의 특성입니다.

생명의 본질에 대한 초기의 생각은 진화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윈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생물의 진화이론을 확립한 다윈은 1859년에 ‘종(種)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자연선택설’을 제안하면서 환경에 따라 변화해 가는 생명의 본질을 의미하는 ‘제뮬(gemule)’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멘델(Gregor Mendel)은 유전자의 의미를 지닌 ‘젠(gen)’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멘델은 1865년에 생명의 본질을 간직하고 있는 이 유전요소가 영속적으로 자손에 전해진다고 제안하면서 유전법칙을 발표하였지만 당시 유전자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학자들에게 완전히 무시당하였습니다. 멘델의 발표는 35년이 지난 1900년에 와서야 ‘멘델 유전법칙의 재발견’으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윈 이래로 많은 학자들이 생명의 본질로 여겨지는 유전자의 정체를 밝히려 노력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우리 몸에 많이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이 유전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우세하였지만 20세기 중반에 여러 학자들에 의해 유전물질은 단백질이 아니라 유전의 기본 단위인 세포 속의 DNA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생명의 본질인 DNA의 완전한 구조는 1953년에 왓슨과 클릭이 규명해냈죠. 그들은 영국의 저명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지에 DNA는 두 가닥의 사다리 모양이며, 그 두 가닥이 서로 꼬여 만들어진 이중나선 구조라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또 모든 생물이 지니고 있는 DNA는 생물계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유전물질이라고 주장하면서 ‘DNA 중심이론’이란 명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DNA가 자신과 똑같은 DNA를 만들어 내며, RNA 전사를 통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의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왓슨은 약관 26세, 클릭은 37세였는데 그들은 그 연구의 공로로 1962년에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왓슨의 26세는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생으로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나이이고, 왓슨이 노벨상을 받은 35세는 내가 박사학위를 받은 나이라 생각하니 무척이나 격세지감을 갖습니다.

이를 보며 지금도 알맹이 없이 선행학습의 조기교육만 서두르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기초과학의 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 하루 빨리 과학 분야에서 인류에게 크게 기여하는 과학자가 나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요즘 생명의 본질을 나타내는 DNA는 언론 보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업에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창업가 DNA’라는 말이 적용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는 뮤직 내비게이션의 개발에는 ‘음악 DNA’라는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사회 기부에 적극적인 사람들에게는 ‘기부 DNA’가 흐르고 있다고 말하며, 호텔이나 기업에서 서비스 정신이 뛰어날 때는 ‘서비스 DNA’란 말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생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DNA를 찾아볼 것을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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