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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과 정당의 색
안진의 2012년 04월 16일 (월) 00:39:16
4년 전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파란색 당의 승리가 있었습니다. 당시 파란색은 보수를 지향하고 있는 한나라당, 친박연대의 상징색이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4ㆍ11 19대 총선은 빨간색의 새누리당에 과반수 의석을 내주었고, 개표방송의 당선 현황판은 우리나라 지도를 온통 빨갛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전통적 보수를 의미하는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당의 상징색까지 바꾸었습니다. 새누리당의 이미지 쇄신 정책은 기존의 어떤 보수정당도 채택하지 않았던 빨간색을 새로운 상징색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초기 새누리당이 빨간색을 상징색으로 할 때는 적잖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보수정당의 정체성은 실종되고, 북한ㆍ일본ㆍ좌파를 연상하게 한다는 비난도 받아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이라는 한글 서체를 검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며, 소극적으로 파란색도 포용하되 빨간색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으로 급히 수정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새누리당의 색채 전략이 선거전에 있어서 타 정당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먼저 색채인식에 있어서 색깔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반사적으로 빨강을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따라서 여러 명의 후보 중에 가장 인식하기 쉽고 이후에 기억하기도 좋은 색깔이 빨강이 됩니다.

베를린(Berlin)과 케이(Kay)의 기본 색 이름의 진화과정을 보더라도 흑과 백의 무채색 다음으로 가장 먼저 발달한 유채색 이름이 빨강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탄생의 과정인 출산과 죽음 그리고 수렵생활에서 겪는 사냥의 과정 등, 생존의 맥락에서 가장 먼저 자극을 받고 호명이 필요했던 색으로, 우리의 기억색 중 가장 선명하게 남는 색이 빨간색입니다.

이러한 빨강은 우리나라의 표준 기본색 가운데 주황과 함께 색의 순수한 정도, 즉 가장 채도가 높은 색이기도 합니다. 선호도의 문제를 떠나 채도가 높은 빨간색은 사람의 눈을 끄는 힘, 즉 주목성이 대단히 높은 색이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유세에 탁월한 색이 됩니다.

또한 색을 보았을 때 심리적 활동의 영향으로 어떤 현상이나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이 색채연상인데, 빨간색의 색채연상은 사회 문화적인 맥락에서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빨간색은 피, 위험, 북한 등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를 통해 약동하는 젊음과 도전, 혁신의 긍정적 이미지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그간의 장년, 안정에 기반을 둔 파랑과 함께 당 쇄신정책으로 내세운 청년, 혁신을 상징하는 빨강까지, 이 두 가지 색채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태극기의 청과 적색 모두를 선점함으로써 애국이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하는 효과도 갖게 되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오랜 민주화 정통성을 반영하는 노란색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노랑은 1987년 대선에서 평민당 김대중 후보가 입었던 점퍼의 색이며, 2002년 대선에서 열린우리당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켰던 ‘노사모’의 색입니다. 노란색은 환희, 광명, 명랑을 상징하며, 희망과 긍정의 따뜻함을 전하는 색입니다. 민주통합당은 민주당의 오랜 표식이었던 녹색을 보조색으로 사용하며, 희망의 정치로서 노란색을 주조색으로 유세를 하였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보라색이었습니다. 보라색은 권력과 부귀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웃사이더의 색이기도 합니다. 빨강과 파랑의 혼합으로 나타나는 색인 만큼 화합을 중시하는 색이며, 정치 사상적으로 페미니즘의 색이기도 합니다. 죄수의 의복색인 ‘푸른 수의’를 뜻하는 것으로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고난과 핍박 속의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자비와 정치 혁신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각 정당의 상징색인 노랑과 보라를 뜻하는 ‘개나리·진달래 연대’로 힘을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짧은 유세기간, 빨강의 단일색이 주는 주목성에 비하면 노랑과 보라의 혼재된 시각적 노출은 색 자극의 강도를 분산시키고 때로는 혼란을 야기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거유세에서 컬러는 ‘표시’이며 동시에 ‘의미’를 각인시키는 강력한 시각적 무기가 됩니다. 새누리당은 빨간색을 통해 노쇠한 기존 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젊음과 약동의 느낌을 주며 공격적이고 빠른 템포로 변화한다는 이미지를 보여 줬습니다. 색의 역발상을 통한 강렬한 이미지 변신은 유효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컬러의 이미지가 허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미지는 곧 콘텐츠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은 각 정당의 상징색에 걸맞은 내용과 이에 따른 치열한 노력이 담기는지를 볼 것이며, 다가올 12월 대선을 통해 다시 검증하고 심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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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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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새누리당이 선택의 여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어서 빨강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타 정당이 이 빨강을 선택했다면 얼마나 적화야욕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공격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시중 우스갯말 처럼 새누리당이 하면 신나는 붉은 악마고 진보진영이 하면 빨갱이가 되는 우리의 오랜 세뇌가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의 이번 총선거의 패배는 색 선택에 기인했기보다 막말을 일삼는 야당의 자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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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14: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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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너무나 옳으신말씀입니다.
그러나 진실을 담는 말에 합당한 격을 더 한다면
더 많은 신뢰와 공감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진정성을 너무나 잘알고 존경했지만
그 분 말씀에 조금 격식을 갖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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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1 23: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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