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소설 ‘신ㆍ일본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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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소설 ‘신ㆍ일본의 자살’

황경춘

2012년 04월 23일 (월) 00:31:34

37년 전에 실었던 ‘일본의 자살’이라는 예언적(豫言的) 논문을 두 달 전 다시 실어 주목을 받았던 일본 최대 종합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가 이번에는 ‘신ㆍ일본의 자살’이란 가상(假想) 소설을 실어, 작년의 대지진 이후 더욱 혼미(昏迷)를 거듭하고 있는 일본 정계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습니다.

‘일본의 자살’은 ‘그룹 1984년’이라는 익명의 학자들의 공동 논문으로, 역사상 모든 문명은 외세에 의해 멸망한 것이 아니고 내부의 부패, 무능 및 국민의 환심만을 노리는 무모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망했다는 경고를 준 글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이번에 발표된 글은 논픽션 형식 가상소설로 문필가 후지요시 마사하루(藤吉雅春)를 중심으로 한 경제학자, 관료, 사회심리학자들의 ‘그룹 1984-II’의 작품입니다. 현 총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가 경제 파탄으로 실각하고, 하시모토 토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의 새 정부가 들어서는 등 지금 일본 유권자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정치 시나리오 중 하나를 현실의 사회 및 경제 통계를 인용하며 꾸며 낸 소설입니다.

특히 막강한 중국 돈의 위력을 등에 업은 국제 투기꾼들의 농간으로 한때의 이탈리아처럼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의 경제 심장부가 2014년 7월 현재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한편, 식량과 생필품을 요구하는 서민들의 소동이 일어난다는 충격적인 광경이 현실성 있게 그려져 있어 읽는 사람 가슴을 섬득케 만듭니다.

현재 진행 중인 정치와 경제계의 움직임을 그대로 묘사하며 도출한 이 소설의 결론은, 1973년에 크게 인기를 얻은 과학 공상소설 ‘일본침몰(日本沈沒)’을 읽은 독자들이 작년의 대지진으로 현실성을 높이 인정하게 된 뒤여서, 많은 관심을 끌 거라 생각됩니다.

40대 중반의 후지요시 씨는 극단 배우와 방송사 근무를 거쳐 주간지 기자로 있다가 요즘은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진 논픽션 작가입니다. 그룹 내의 다른 필자들의 이름은 공표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내각책임제 정부인 일본의 이야기지만, 두 나라의 사회구성과 자본주의 경제체제 그리고 복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가들의 논쟁에 유사점이 많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참고가 될까 하여 줄거리를 소개합니다. 때마침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4월 15일 도쿄 발 기사로 지난 7개월 동안 중국 자본의 일본 유입이 뚜렷이 증가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2012년 3월 일본 재무성으로 한 국제 신용등급 전문회사의 미국인 아시아 담당 부장과 일본인인 일본 담당자가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런 방문이 국가 신용등급 변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사라진 1990년대 초 일본의 국가채무 잔액은 GDP(국내 총생산)의 80% 수준이었던 것이 현재에는 200%를 넘었습니다. 2011년에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만 해도 부채 비율은 120% 전후였습니다. 일본의 경우 국가부채의 약 95%를 자국민이 감당하고 있기에 높은 국제신용등급을 유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노다 총리는 자기 정치생명을 걸고 국회 회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소비세 증세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했으니 재정 파탄의 염려는 없다고 재무성 관리는 설명합니다. 그러나 회담 후 이 신용등급 전문회사의 보고서는 “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필요한 야당 지지를 얻는 데 고전 중”이고 “일본은 오랫동안 정책 실행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2012년에서 2015년까지의 3년 사이에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인 약 6백만이 정년퇴직하여 연금 수령자로 전락하여 정부의 재정 기반을 위태롭게 만들 것입니다. 증가하는 정부 총 채무액이 개인 재산 총액에 근접하기 때문입니다.

노다 총리가 5월의 미국 방문에서 귀국한 뒤 사태는 급변합니다. 6월 초에 국회의 특별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조사보고서를 본회의에 제출하여 사고 발생 당시 정부 수뇌부와 전력회사가 긴급대책에 우왕좌왕했던 실태(實態)를 전 국민이 상세하게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재정파탄 예방에 절대 필요했던 소비세 인상 법안의 회기 내 통과가 어려워지고, 원자력발전 재가동에 필요한 긴급 자금 조달용으로 발행한 6백억 엔(8천4백억 원)의 전력회사 사채(社債)가 일본 국채(國債)의 신용등급 하락 발표로 마비된 증권거래소에서 소화되지 못해, 끝내는 내각이 총사직하여 총선거에 돌입합니다.

그 결과 오사카 하시모토 시장이 이끄는 ‘유신회(維新會)’를 중심으로 자민ㆍ민주의 재정재건파가 연립정부를 수립합니다. 하시모토 시장은 총리에 취임하고 개혁 주도로 이름을 날린 전 자민당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가 재무대신 자리를 맡으며 초 비상정책으로 소비세 30% 인상, 공무원 50% 감원, 연금 40% 감축 등을 내놓습니다.

그러자 분노한 시민들의 연이은 반발과 시위로 정권은 다시 붕괴 직전의 혼란에 빠지고, 경제 질서 문란으로 생필품 결핍과 물가 상승의 악성 인플레이션이 계속됩니다. 하시모토 총리의 출신지 오사카의 학교 급식은 예산부족과 식량난으로 중지된 지 오래고, 학교 변소에 휴지가 없어 아이들이 집에서 화장지를 가지고 등교하는 진풍경도 연출됩니다.

한때 도쿄 중국대사관 직원이었던 중국인 J 씨는 2014년 7월 오랜만에 일본을 방문, 동경 번화가 긴자(銀座)를 찾았더니, 주위에서 유달리 북경어와 관동어가 많이 들렸습니다. 어느 고급 의상점 앞에 가보니 그곳은 중국자본 뷰틱이었습니다. 그러자 3년 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났습니다.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폭락하자 이탈리아 주요 기업이나 식당의 상권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가고 많은 이탈리아 공장이 파산한 결과 중국인 혐오 분위기가 위험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옛날 일본 차와 일본인들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크게 봉변당한 사건을 상기한 그는 휴대전화로 일본인 친구를 찾았더니 “아니, 지금 도쿄에 와 있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지금 농수산성 청사 앞에서 시골 농민들이 험악한 연좌데모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 했습니다.

이 소설은 마지막에 2년 전 국제 신용등급 회사 직원과의 회담에 동석한 재무성 간부 여직원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녀가 공무원 50% 감원 지침으로 자진 사퇴하고 남편과 함께 더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데 합의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납니다.

drypen (211.XXX.XXX.73)

하시모토는 오사카에서 재정재건을 하는데 제법 좋은 성적을 올린 실적이 있으니까 그가 총리가 된다면 '자살'까지는 아니겠죠. 일본 민중들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나오면 그의 깃발아래 뭉치는 습성이 있으니까 실제로 재정 재건을 이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재무성 간부직원처럼 자기희생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무서운 민족이라고 하지들 않나요? '북경어와 관동어'에서 관동은 중국 광동어의 오기인듯하네요. 그렇다면 일본의 關東과 혼동의 소지가 있을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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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3 23: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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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춘 (122.XXX.XXX.12)

drypen 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그리고 ‘관동어’는 물론 ‘광동어’의 오기입니다.

걱정 드려 죄송합니다.

계속 지도편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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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5 0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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