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물과학협회 회장인 방재욱 충남대 교수가 5월부터 고정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유전학 전공인 방 교수는 생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줄 것입니다.'

‘줄기세포는 어린이다’, ‘줄기세포로 망가진 연골 재생’, ‘녹내장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 ‘한 발 한 발 꿈을 현실로, 성체 줄기세포’, ‘줄기세포의 산업화 방안’ 등에서 보는 것처럼 줄기세포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풍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줄기세포는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우리 몸은 근육, 뼈, 혈액, 심장조직, 신경세포 등 약 260여 가지의 모양과 기능이 서로 다른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 몸의 세포들을 모두 합치면 그 수는 약 60조개나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세포들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줄기세포에 있습니다.

사람의 발생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이루어진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수정란은 세포분열을 거듭하면서 풍선 모양의 배반포를 이루며 자궁벽에 착상하게 됩니다. 이 배반포 내부의 1/3 정도에 분열한 세포들이 뭉쳐 존재하는데, 이 세포들이 바로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입니다. 그리고 배아줄기세포들의 분열과 분화를 통해 뼈, 심장, 피부, 신경 등의 다양한 조직들이 만들어지면서 사람의 모습을 갖춘 태아로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줄기세포는 ‘stem cell’을 번역한 말로 간세포(幹細胞)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에서 간(幹)은 줄기를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줄기세포는 피부, 위나 창자와 같은 내장조직, 혈액과 같은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분화 분열세포를 지칭하며 1998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제임스 톰슨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줄기세포는 어린 아이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이는 어린 아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줄기세포도 어떤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되어 쓰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줄기세포는 크게 수정란의 분열을 통해 형성되는 ‘배아줄기세포’와 탯줄이나 골수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 그리고 성체의 조직세포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배아줄기세포인 ‘역분화 줄기세포’로 구분이 됩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만능분화 줄기세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줄기세포의 이러한 분화능력을 이용할 경우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로 이식하여 불치병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데, 이러한 기술이 바로 ‘줄기세포 치료’입니다. 그러나 특정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세포를 이식받을 환자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를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배반포 세포의 이용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정이 되지 않은 미수정란에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여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배아줄기세포를 본래의 목적인 질병의 치료 등에 이용하지 않고 자궁에 착상시켜 발생시킨다면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러한 클론을 분화시켜 정상적으로 발생시킬 수 없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해질 것으로 예견됩니다.

탯줄의 혈액인 제대혈이나 성인의 골수 등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하는데 그 줄기세포들은 배아줄기세포와 구분하여 성체줄기세포라고 부릅니다. 성체줄기세포는 뼈와 간, 혈액 등의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시원세포를 지칭하는 말이죠. 배아줄기세포가 태아로 성장하는 배반포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생명윤리의 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데 비해 성체줄기세포는 배아가 아닌 골수나 뇌세포 등 이미 성장한 조직에서 얻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쟁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상용화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 실례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뇌경색의 치료 과정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뇌경색 환자로부터 골수를 10㎖ 정도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3~4주간 배양하여 다량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냅니다. 이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하면 이 줄기세포들이 손상된 뇌 부위에 도달하여 새로운 뇌세포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 분화한 뇌신경 세포에 의해 뇌경색의 증상인 마비 증세가 사라지게 되면 환자의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생명체로 간주되는 배아의 줄기세포를 이용할 때 생명윤리 문제가 동반되는데,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근 성체의 조직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줄기세포는 역분화(逆分化) 줄기세포라고 부릅니다.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이 개발되면서 줄기세포의 개발과 이용에 관한 연구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할 경우 배아줄기세포가 지닌 장점을 활용하면서 생명윤리의 문제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분화 줄기세포가 지니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다른 특징 때문에 그 실용화와 환자에게 적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는 생명과학의 울타리를 벗어나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앞으로 줄기세포가 불치병의 치료나 손상된 조직이나 기관의 이식 등 여러 분야에 널리 이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생명윤리적 가치관의 확립과 함께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만 합니다. 이제 줄기세포의 개발과 이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생명과학자나 생명윤리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