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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화중(聯美和中)
임종건 2012년 05월 08일 (화) 00:58:50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연초부터 다양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습니다. 1992년 8월24일 한중 수교 후 한 달 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수행 취재한 기자의 한 사람으로 한중관계는 늘 나에게도 각별한 관심사입니다.

지난 2일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주최한 ‘한중관계의 내일을 묻는다’ 제목의 세미나를 참관했습니다. 이 세미나에는 한국 측에서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가, 중국 측에서 초수룡(楚樹龍·추수롱) 청화(淸華)대 교수, 주봉(朱鋒·주펑) 북경(北京)대 교수가 발제했고, 북경주재 특파원을 지낸 3명의 전·현직 언론인들이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20년 전 북경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자동차와 우마차가 같이 다녔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중국이 그리고 한중관계가 지금처럼 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한중수교 후부터 한 가지 달라진 게 있었습니다. 이전에 작황에 따라서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던 마늘 고추 배추 등 농산물 파동이 없어진 것입니다. 고추 파동이 일어나던 해에는 멀리 멕시코산 매운 고추를 수입해서 가정의 김장을 망치는 소동이 빚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수입하니 시간과 비용이 절약돼 외화 낭비도 줄고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됐습니다. 한중수교로 한국은 최소한 식탁 물가의 안정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것과 함께 현실로 다가온 중국대륙 여행에 대한 기대가 내가 가진 생각의 고작이었습니다.

20년 사이에 한중관계는 어떻게 변해 있습니까? 20년 전 64억 달러이던 교역규모는 작년 말로 2,206억 달러로 34배 증가했고, 인적교류는 13만 명에서 638만 명, 유학생 교류는 13만 명(한국인 유학생 6만8,000명, 중국인 유학생 6만4,000명) 양국 간 직항이 매주 837편에 이릅니다.

한국의 대중국 교역 규모는 대미국 및 일본 교역규모를 합한 것보다 큽니다. 이제는 한중 FTA 협상이 개시돼 교역규모 5,000억 달러 시대를 내다보게 됐습니다. 한국은 교역규모 1조 달러 국가가 됐지만 중국 없이는 어림없는 일입니다. 교역 내용도 중국에서 번 돈으로 대일 무역적자를 메우는 판이라 중국 없이는 무역흑자나 경상흑자 모두 어림없는 일입니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의 존재가 절대적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교역도 그렇지만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특히 그렇습니다.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수교한 나라 가운데 이렇게 빨리 절대적인 의존관계로 발전한 경우는 외교사에도 일찍이 없었다고 합니다.

경제적 교류를 바탕으로 정치 군사 사회 문화 전반으로 교류의 폭이 확장되고 있으나 아직 경제 분야만큼 긴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정치 군사 사회적으로는 폭발위험이 큰 갈등과 긴장의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동북공정으로부터 천안함, 연평도, 서해의 불법조업사태를 거쳐 최근 이어도 사태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불신도 커가고 있습니다.

관훈클럽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한중수교의 성과와 미래의 과제들을 얘기했습니다. 두 명의 중국 측 발제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적 입장인 초 교수는 “두 나라는 경제 문화적으로는 몰라도 정치 안보면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아니다”고 단언하듯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의 호금도(胡錦濤·후진타오) 주석 간에 합의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선언은 허구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그 원인에 대해 한국이 안보면에서 미국과 친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불신이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의식한 듯 “중국은 역사적으로 인접국과 조공관계는 있었지만 영토적 야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방청객 사이에서 가장 수긍이 안 되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보다 진취적인 입장인 주 교수는 “세계에서 중국을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한국은 민주제도 외에 강력한 경제체제와 정신적 중추를 갖고 있다. 중국으로선 배울 것이 많은 나라”라고 했습니다.

한중관계는 중미관계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중미관계가 현재처럼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한 한국이 중미 가운데 택일해야 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중미 간에 큰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었던 ‘왕립군(王立軍·왕리준)사건’과 ‘진광성(陳光誠·천광천)사건’의 수습과정을 두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그는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은 남북한을 통일할 자격이 있다. 한반도가 그렇게 통일돼야 동아시아는 완전히 변한다”면서 아무리 학자라지만 이례적이라고 들릴 정도의 친한(親韓)소신을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사실 한중관계나 중미관계의 핵은 북한입니다. 두 중국인 교수는 북한문제에 대해 중한 양국은 공동의 이익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안에 미국을 포함시키려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한국인의 입장에선 중국이 북한문제에서 과연 한국과 같은 이익과 목표를 갖고 있는지도 선뜻 수긍키 어려웠습니다.

공동의 이익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는 하나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대 북한 정책은 현상유지가 고작이었습니다. 아무런 개혁개방의 대가 없이 3대세습도 용인했습니다. 한반도 안정이 중국의 경제발전에 절대적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요. 북한은 중국에게는 한국과 미국을 상대할 ‘꽃놀이 패’와 같았습니다. 그 놀음에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놀아난 것이 북한 정권이고, 그 결과가 오늘의 북한 민생이라 하겠습니다.

중국이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이 되면 당장 압록강 일대에 미국 미사일 기지라도 들어서는 양 국민들을 자극하면서 유사시 자국군대의 평양 진주를 생각하는 것은 북한을 돕는 자세도 아니요, 중국의 경제발전을 돕는 것도 아닙니다. 한반도 북쪽에 남한만한 경제권이 형성되어 한중일이 비슷한 체제와 경쟁력으로 공생공영 할 수 있어야 아시아 평화는 이뤄집니다.

정덕구 이사장은 양국 간의 긴장요인을 ‘고래와 물개’론으로 비유했습니다. 중국은 고래라 숨이 길어 천천히 가려 하고, 한국은 물개라 빨리 가려는 것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주변국과 친화하지 못하면 중국은 결코 세계적인 대국이 될 수 없다”면서 “배추포기를 키우려고 하지 말고 배추 속을 채우는 정책을 펴라”고 권고했습니다. 배추 속을 채우려면 먼저 밖으로 펼쳐져 있는 배추 잎을 묶어야 하는 원리가 중국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세미나 후 사석에서 주 교수에게 “중국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미온적이다가 4·13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적극 동참한 것은 예전엔 발사방향이 태평양 쪽이었지만 이번 것은 동중국해 쪽이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앞으로는 발사 방향과 관계없이 계속 그럴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의 차기 습근평(習近平·시진핑) 체제는 “반드시 그래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세미나의 결론은 김 교수의 발제에서 제시됐습니다. 연미화중(聯美和中), 미국과 연합하고 중국과 친화하는 길이 한국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고난도의 방정식으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여야가 합심해도 어려운 일인데 대권에만 눈이 벌겋습니다. 종북을 자처하는 세력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벌인 추악한 작태까지 드러나 세상을 어지럽게 합니다.

여기서 하나 덧붙일 게 있습니다. 시대의 기미를 놓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리드하며 한러에 이어 한중수교를 이뤄낸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는 오늘의 시점에서 제대로 평가되어야 하며, 12월 대선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택의 잣대는 중국에 대한 전략적인 안목을 갖추었느냐를 가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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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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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pen (211.XXX.XXX.73)
2 yssim@ktc.re.kr 심윤수 2012-05-08 09:25:09 답변하기 O

어떻게 제게 왔는지 모르지만 ,제대로 찾아온것 같습니다. 중요한 정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감사합니다.좋은 글 기대 하겠습니다.
심윤수


1 hdlee@etnews.co.kr 이현덕 2012-05-08 07:57:28 답변하기 O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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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9 23: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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