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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타고라스의 딜레마
- ‘떡값’과 ‘대가성’
송광섭 2012년 05월 10일 (목) 00:56:21
잊을 만하면 수시 다발로 터져 나오는 정치권의 증수회(贈收賄)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합니다. 과시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²은 물리학뿐 아니라 돈과 권력의 관계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만고의 법칙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광속을 나타내는 C는 그대로 두고 E를 Energy 대신 Efficacy(효과, 약발, 돈발)로, M을 Matter(물질) 대신 Money(돈)로 변수만 대치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건은 그 자체로 빈축의 대상이거니와 사법처리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이런저런 혼탁한 말의 공방이 그 뒷맛을 더욱 씁쓸하게 합니다.

공직 출마를 양보해준 정치적 거래의 대가를 궁핍한 동지를 도와준 자선으로 둔갑시켜 둘러대거나, 돈 주었다는 상대방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일단 잡아떼기도 하고, 접대를 받았으나 돈은 아무개가 냈으니 문제없다느니, 2차까지는 갔지만 3차에는 빠졌다는 둥 정황의 뻔한 논리적 앞뒤 모순을 덮어두고 우선 꼬리를 자르고 발부터 빼보려 하지만 자못 천태만상의 웃지 못할 코미디로 보입니다.

한때 ‘떡값’이란 말이 많이 오갔습니다. 적은 푼돈(?)의 거래는 그냥 먹고 살기 위해 저지른 ‘생계형(生計形)’ 잘못으로 봐 주려는 온정주의적 발상의 편의적 출구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크기가 ‘떡값’의 범주를 넘어서게 되면 이제 ‘대가성’이란 말이 등장합니다. 거래에 계산된 목적성 개재 여부를 판단의 잣대로 한다는 얘기지만 ‘기브 앤 테이크’나 ‘공짜 점심은 없다’는 보편적 인간 행위의 범칙(凡則)을 특별히 정치판에서만 비켜가 보려는 궁색한 논리적 허술(虛述)에 불외합니다.

‘프로타고라스(Protagoras)의 딜레마’라는 수사학(修辭學)의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프로타고라스(BC 485?-410?)에게 수사학을 배우려고 에우아톨로스(Euatholos)라는 젊은이가 찾아옵니다. 수사학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난 프로타고라스는 이 젊은이에게 “네가 공부를 마치고 난 다음 만일 첫 소송에서 지게 되면 수업료를 받지 않겠다.”는 특별한 제안을 합니다. 물론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젊은이가 공부를 마치자 프로타고라스는 당연히 에우아톨로스에게 수업료를 요구했고, 젊은 제자는 줄 수가 없다고 해서 둘 사이에 소송이 벌어집니다.

제자: 위대한 프로타고라스 선생님! 저는 이 소송에서 지든 이기든 수업료를 지불할 수 없습니다. 제가 소송에서 이기면 판결에 따라 수업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반대로 제가 지면 선생님과의 약속에 따라 또한 수업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존경하는 선생님!

선생: 사랑하는 제자여! 그대는 그동안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도다. 그대는 이 소송에서 지든 이기든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한다네. 그대가 소송에서 지면 판결에 의해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고, 이기면 우리들의 약속에 따라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하네. 그렇지 않은가? 영특한 제자여!

물론 이 이야기는 오만한 수사학 선생이 제자의 학습 성과를 과시하고 검증하기 위한, 각색된 우화이지만 상반되는 양측 주장이 다 형식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으나 양립할 수 없는 경우의 모순입니다.

양자택일이 강요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상대방을 곤경에 몰아넣고 내게 유리한 결론을 끌어내려는 아전인수적(我田引水的) 견강부회(牽强附會)의 도구로 수사학의 양도논법(兩刀論法)을 동원하려는 시도는 결국 시비의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정치판 필수 자금 조달의 ‘정계형(政計形)’이거나 ‘축재형(蓄財形)’을 가릴 것 없이 받아먹은 쪽이나 줘 놓고 응분의 목적이 불발되면 여기저기 까발리며 나발을 불어대는 쪽이나 그들의 행보는 보기에 망측하고 한심스럽거니와, 제발 그들이 토로하는 언사만이라도 논리적 치졸성을 탈피해 듣는 국민들을 덜 웃기고 화나게 해주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프로타고라스의 딜레마’의 수사적 둔사(遁辭)를 흉내 내는 어설픈 꼼수는 제발 그만두라고.

1935년생. 인간의 편의를 추구해 건설기술 현장에서 평생을 보낸 토목공학도. 결과적으로는 지구를 흠집 낸 업보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환경, 인류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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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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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봉 (121.XXX.XXX.16)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도 높은 양반들이나 재벌들에게만 많은지... 메스컴에서 그 분들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인가요?
아니면 중산층은 거의 없어지고 이제 서민, 빈민들만 남았는데 그들은 꼼수를 부릴 능력도 없고, 부릴 꺼리도 없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한편 부럽기도 할 때가 솔직히 있지요 그 큰 떡값을 한 번 받아봤으면... 제 주변의 어렵고 힘든 이웃과 떡을 나눠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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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1 07: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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