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추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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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추들의 행진

임철순

2012년 05월 25일 (금) 03:32:31

땡추는 땡추중의 준말입니다. 어원은 동냥중을 뜻하는 당취(黨聚)라고 합니다. 이들은 주색ㆍ잡기를 하고 어육(魚肉)을 마음대로 먹는 등 그 행위가 극히 나쁜 가짜 중들입니다. 원래 절이나 시가지에 있으면서 전국적으로 비밀스러운 조직을 운영하며 통일된 행동을 하는데, 그들 중 누가 봉변을 당하면 반드시 복수를 한다고 합니다.

백양사 부근 호텔 방에서 술 퍼 마시고 포커를 하는 스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단박에 떠올린 게 바로 땡추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들은 조계종 내에서는 모모한 스님들인지 몰라도 나에겐 그저 시정잡배보다 못한 땡추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다른 종교인들은 다 그렇지 않은데 왜 승려만 스님이라고 경칭을 붙여 부르게 됐을까, 중이라는 말이 뭐가 어때서 싫어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들을 두둔하기 위해서 한 말이겠지만, 조계종의 간부가 “화투는 일부 스님들의 치매 예방을 위한 놀이문화”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 어떤 승려는 “술이든 도박이든 뭔가 하지 않으면 미친다”고 수행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신문기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들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도락과 편안을 즐길 거면 뭐 하러 출가하여 염불을 외고 선을 한단 말입니까? 불교에 호감을 가진 사람으로서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사건입니다.

불교 중학교를 나온 나는 어려서 한때 중이 될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 고승들의 천의무봉하고 무애한 언행을 읽으며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런 분들이 남긴 시나 말은 또 얼마나 멋있습니까? 불교나 승려에 대해 최초로 실망을 하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해인사 수학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팔만대장경이 보존된 장경각에 입장하는 학생 수를 잘못 셌다고 선배 승려가 후배 승려의 귀뺨을 때리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그 뒤부터는 불교계의 추악한 모습, 땡추들의 꼴불견이 너무도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불교계의 문제 중 하나는 계율에서 벗어난 선사들의 기행과 파격을 본뜨는 것을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풍조라고 합니다. 제대로 깨닫지도 못한 엉터리, 겉과 속이 일관되게 땡추인 사람이 무슨 달관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행동하니 꼴불견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도박하고 성 매수를 하거나 숨겨둔 아내, 이른바 은처(隱妻)까지 거느릴 거면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공개 선언을 하든지.

최근 성현(成俔ㆍ1439~1504)의 <慵齋叢話(용재총화)>를 읽다가 멋진 스님들을 알게 됐습니다. 파주의 信修(신수)는 술을 좋아해 천종백합(千鍾百盒ㆍ천 잔 백 사발)을 고래가 물 마시듯 했습니다. 절 앞에 사는 노인의 아내를 그와 공유하던 신수 스님은 남매를 낳고 서로 내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는데, 여인이 죽은 뒤에도 노인은 그를 형처럼 따랐습니다. “스님이 왜 아내를 대하고 고기를 먹느냐”고 물으면 “어육은 흙이다. 내가 죽인 게 아니니 먹어도 무슨 상관 있겠느냐”고 했고,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맛있는 게 있으면 먹고 색을 보면 곧 취한다. 물이 아래로 쏟아지고 흙이 구덩이를 메우듯 물(物)과 더불어 무심하고, 털끝만큼의 사(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선 초의 遠心(원심)은 옷이 있으면 앞을 가리고 없으면 맨몸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높은 벼슬아치를 봐도 공경하지 않고 하찮은 아녀자들을 만나도 즐겁게 말을 나누었습니다. 일찍이 제자들에게 “내가 뼈를 불에 태워 화신(化身)하고자 한다”고 말했는데, 약속대로 땔나무 위에 앉았을 때 불길이 점점 다가오자 열기와 연기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몰래 방장(方丈)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이 대목이 아주 인간적이어서 마음에 듭니다. ‘뭐 이런 중이 다 있어’ 싶지만 그때 원심은 아마 욕도 했을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폼 나게’를 뭐라고 했는지 몰라도 “아 ΧΧ, 한번 폼 나게 죽어 볼라구 했더니”, 아마 이랬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들은 스승이 죽었다고 울면서 절에 돌아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원심은 “내가 서천으로부터 왔다. 사대(四大)는 이미 화(化)해서 사라졌으나 법신(法身)은 상주해 멸하지 않는다”며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덜 익은 중들이 섣불리 흉내 내서는 안 됩니다. <용재총화>를 읽은 터에 땡추들의 행태를 알게 되니 더 한심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조계종은 도박사건 이후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원로ㆍ중진들이 참여한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자문위원회는“중앙종회는 종책모임(계파)을 해산하고 대의입법기관으로서 기능을 다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수경 스님을 비롯한 수좌(首座ㆍ수행기간이 긴 스님) 10명은 집단 성명을 내 자승 총무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다른 불교종단은 물론 모든 종교인들을 창피하고 망신스럽게 만든 조계종은 합심협력의 쇄신을 꾀하는 게 아니라 계파 갈등과 잿밥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중입니다. 가톨릭 영세를 받았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는 글을 쓴 소설가 최인호는 “인생이란 부처를 향해 나아가는 성불의 수도자, 우리들은 그 성불의 문으로 나아가는 삼수생, 사수생”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내일 모레면 부처님 오신 날인데, 빨리 땡추들을 몰아내고 저마다 제대로 성불로 가는 길을 찾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채길순 (121.XXX.XXX.16)

크게 혼나시려고 땡추를 \'멋지게\' 욕하시네요. 조선시대에는 폼나게를 멋지게라 하지 않았을까요? 보문중 출신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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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07: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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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오늘따라 할 말이 아주 없어서..... 입 다물고 조용히 물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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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7 23: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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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121.XXX.XXX.16)

하시고 싶은 말씀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요. 늘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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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08: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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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그래도 한마디 한다면

길 위에서

아미타 부처님의
무량한 빛에 대해서

무량한 목숨의 의미를
說하려는 스님

장삼으로도 감출 수 없는
훤칠한 키
수려한 용모
쏘는 듯한 눈빛

그 앞에서 길을 잃었다

이 끝없는 시작과 끝을 깨우쳐야
자유 함을 얻으리라
이르시는데

그렇다면
옴쭉 달싹도 할 수 없는
이 붙들림이 자유 함에서
많이 먼 것일까

오후 햇살 가득 찬
개심사 뜰의 배롱나무
바람도 없이 꽃잎
뚝뚝 떨어지는데

개심사에 갔을 때 젊은 스님(?)이 우리가 문학단체회원이라 했더니 자신의 얘기를 써 달라기에 인심 한 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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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0: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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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121.XXX.XXX.16)

멋진 시입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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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9: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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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양 (211.XXX.XXX.129)

이젠 불의와 용렬을 미워하지 않으시나봐요.
프로필이 바뀌어서 살짝 놀랐네요.
중이 되셨어도 잘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
메리부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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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5 15: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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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윤 (211.XXX.XXX.129)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저희 집이 백양사 아래 부근인데, 스님들 자체 정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계속 좋을글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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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5 15: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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