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예쁘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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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예쁘게 드세요

오마리

2012년 06월 04일 (월) 00:34:58

사람들은 가끔 날더러 같이 있으면 불편할 때가 있다고 불평을 합니다. 깔끔하다는 것이 아마 편안하지 않은가 봅니다.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예절과 교양을 따진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천성이 정리 정돈되어 있지 않은 환경을 싫어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것에 쉽게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 작업실이나 부엌은 무엇이든 정돈과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며 깨끗해야 마음이 편안하고 일이 손에 잡힙니다.

어려서도 나는 식사를 할 때 찌개 그릇에 가족 모두가 숟가락을 넣고 먹는 것이나 비빔밥을 비벼서 그릇 채 식구들이 함께 먹는 모습은 정말 싫어했습니다. 이러한 습성들은 같이 모여앉아 이마를 맞대고 같은 찌개 그릇에 각자의 침이 들어간 숟가락을 이용하여 밥을 먹거나 상대방의 침이 묻은 술잔을 돌리는 것이 정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에게는 반정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사람들에게서 불평을 듣거나 왕따를 당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나의 습성이나 태도가 과연 나빠서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왜 내가 왕따를 당해야 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집에서, 적당히 지저분하게 살거나 비위생적인 식사문화를 지향하며 살아야만 한국적 정서인지요? 무릇 사람이 사는 것은 모두 자기만족과 편리함에 따라 각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외적인 것이 되거나 공공장소에서 행해질 때는 교양이나 문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년 전 캐나다의 국립공원 밴프를 방문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한 일본식당에서 두 명의 한국 소녀들과 우연히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점심시간인
데다 스시(생선초밥)를 만드는 요리사들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그 소녀들의 잡담이 유난히 시끄러워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고 있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던 차, 그녀 중의 한 사람이 식사를 끝내자마자 바로 핸드백에서 머리빗을 꺼내어 머리를 빗는 것이었습니다. 옷차림을 보거나 밴프까지 여행을 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의 중산층 이상 사는 집안의 아이들 같았지만 나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스시바 앞 테이블에서 머리에 빗질을 하다니요!

식사 내내 참고 있었던 나는 그 모습을 보자 그만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되어 나도 모른 사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 가만히 머리를 빗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여행지인 나라에 가서도 또 한국인 망신을 시킬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우려와는 달리 착한 소녀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식당을 먼저 나가면서 내게 다가오더니 수줍은 미소와 함께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근래 신문에서 읽은 한 기사가 영 꺼림칙하였습니다. 그것은 인기그룹 '티아라' 멤버 지연이라는 가수가 모델로 찍은 라면 광고 속 한 장면이 불쾌했던 것입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일본에서 방송되는 광고였는데 그녀가 라면을 먹는 모습에 일본인들이 ‘미개하다’, ‘역겨운 테이블 매너’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된 것입니다. 문제가 된 영상은 ‘티아라’ 지연이 그녀가 출연한 일본 신라면 광고에서 양은 냄비에 팔팔 끓은 라면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지은 뒤 양은 냄비 뚜껑에 라면을 덜어 왼손으로는 뚜껑을 들고 오른 손으로 맛있게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이것을 시청한 일본의 한 네티즌이 유튜브에 이 영상을 올린 뒤 최근 1주일 사이 댓글이 600개 가까이 달렸다고 합니다. ‘그릇이 있는데도 냄비 뚜껑에 덜어 먹다니 미개하다’ ‘저렇게 역겨운 테이블 매너는 처음 봤다’ ‘저렇게 먹는 건 거지보다 더 못한 인간들이나 하는 짓’ 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또 “아이돌을 내세워 TV에 등장한 게 저 정도니 일반인들은 얼마나 더럽게 먹을까?”라며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민도가 낮은 나라로 알려졌는데 역시나, 였다.’ ‘한국이 천한 민족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게 해준 영상’ 등등의 표현들이 난무하였다고 합니다.

가끔 한국 드라마를 이곳에서 시청하다보면 라면을 먹는 장면에서 같은 모습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 역시 왜 라면을 꼭 양은 냄비에 끓여서 양은 냄비 뚜껑에 덜어서 먹는지 그것이 아주 못마땅했으며 그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와 연출자의 수준과 의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나는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물론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자취생들의 찌든 생활을 진솔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음식을 담아 먹을 그릇이 없어서 냄비뚜껑을 사용하는 건지요. 어쩌면 게을러서 그릇 한 개를 더 씻기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라면이 한국에 등장한 이후 60년대, 70년대의 가난함에 대한 향수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식생활 태도는 결코 한국의 전통적인 방식은 아닐 것입니다.

더욱이 티아라의 광고 경우는 대외적인 것이었습니다. 국내 광고에서도 그렇지만 외국 시장의 외국인들을 겨냥하는 광고는 더욱 각별한 연출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후진적이고 미개함이 느껴지는 내용을 광고로 찍어 방송할 필요가 있었는지요. 한국의 식문화와 교양문화가 그 정도로 낙후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드라마나 광고 혹은 해외여행자들의 식당 매너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국인의 수준이 곡해되어서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이제 해외여행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옆집 나들이 가는 것처럼 쉬워진 시대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인의 식사문화와 예절은 가정에서나 학교 사회에서 좀 더 집중적인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매일 대할 수밖에 없는 방송이란 매체를 통하여 예의바른 생활을 지도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할까요.

그림 (1.XXX.XXX.117)

ㅎㅎ그 처자들 어지간히 사는집 자녀들일텐데
혼줄나고서야 제대로 되었겠어요
문제는 요즘 이런거 보아도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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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6 18: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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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자 (210.XXX.XXX.126)

밥을 예쁘게 드세요(오 마리):
아주 적절하고 중요한 지적입니다.ㅣ
유럽등 서양에서는 동양하면 아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젖가락을 사용 한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우아하고(elegant) 멋있게 봅니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주위에서나 한국 드라마에서도 역시(자주 식사장면이 나오는데)특히 젊은
세대에서 젖가락을 사용하는 방법이 정말 웃음이 나올 정도로 괴상하고 망측하기 까지 합니다.
슬픈것은 그 누구도 그것을 문제로 인지 하지도 않는것 같고.........!!! 지적도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유럽등 서양에서는 식탁예절이 매우 엄격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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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16: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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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 (123.XXX.XXX.149)

맞습니다.
외국인도 보는 광고에 옛날 캠핑할 때 라면 먹는 모습을 광고했다니 이해가 안 되는군요.
요즈음은 오토캠핑이 유행이어서 그릇도 다 준비가 되어 산에서도 그렇게 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밥을 예쁘게는 못 먹고 맛있게는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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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09: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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