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비결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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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비결이 무엇인가요?”

황경춘

2012년 06월 05일 (화) 00:31:10

인간의 행복을 가늠하는 여러 요소 중 건강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사람이 바쁜 생활 속에서 건강의 진정한 고마움을 알고 나름대로 대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 자신 30대 초반에 좌골신경통으로 좀 고생은 했으나,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계속했습니다. 50대 초반에 절친한 언론계 동료를 암으로 잃어 큰 충격을 받았는데도 제가 추구하는 행복의 테두리 안에서 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회나 직장에서 혹은 경제적으로 얻어지는, 지금 생각하면 말초적이고 인생의 큰 흐름에 별 의미가 없는 좁은 소견의 쾌락에 치중하는 생활이었습니다.

60대 후반에 아스피린 중독으로 평생 처음으로 한 주일 입원 신세를 지고 정밀 검사도 받았습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퇴원한 뒤로 건강에 대한 생각이 약간은 바뀌었으나, 건강이 행복의 으뜸 요소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마누라가 암으로 위 전체를 들어내는 대수술을 받게 된 때였습니다. 인생을 얼마나 허송했는지를 통감한 것도 그때였습니다.

운 좋게 90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며 여생을 즐길 수 있는 처지이니 말이지, 큰 진리를 깨닫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단순한 사리를 좀 더 일찍 느끼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를 되씹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설 세배 때는 물론이고 그 밖에 기회 있을 때마다 건강에 주의하라는 부탁만을 주로 합니다. 그것이 효도의 첫길이라고 타이릅니다. 저희 내외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어느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다가 가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전 어느 모임에서 앞자리의 언론계 젊은이가 “선배님, 건강 비결이 뭡니까?”라고 물어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약간 당황하다가, “뭐, 비결은 없어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나서 저 자신 좀 쑥스러웠습니다.

가끔 “건강하십니다”라는 인사말을 듣습니다만 이렇게 좀 진지하게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어색해집니다. 그래서 “운이 좋아서”라든가 “우연이지요”라고 얼버무릴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저 자신 가끔 그런 생각도 합니다. 세 사람에 하나 꼴로 걸린다는 그 흔한 암도 여태껏 저를 피해 갔고, 가벼운 고혈압 증세를 빼고는 다른 노인성 질환이나 기력의 쇠퇴로 받는 괴로움도 별로 심하지 않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물려준 유전자 덕택을 비롯한 선천적 행운의 요소 이외에 평소의 생활 습관이 지금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도 자위하고 있습니다.

고혈압 약은 보건소의 처방대로 장복하고 있으며, 영양 보충제도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여 충실히 먹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사오는 한방 보약은 환약이든 탕약이든 잘 먹었습니다. 그때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약이나 영양 보충제는 충실히 챙겨 먹습니다. 어떨 때엔 7~8종이나 되는 알약을 약간의 물로 단번에 삼키는 저를 보고 약 먹는 데 고생하는 아내나 아이들은 항상 부러워합니다.

젊었을 때에는 가끔 과식을 한 적도 있었으나, 대체로 식사는 소식이고 식물성 음식을 좋아하며 집에서의 식사는 거의 한 시간에 걸쳐 천천히 합니다. 애써 소식을 하려고 노력 안 해도 위가 자연적으로 포식을 막아 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만 고기를 꼭 먹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별로 없고, 어릴 적부터 고기보다 생선을 좋아했습니다. 얼마 전 정기 검사 때 의사가 혈액에 헤모글로빈이 부족하니 가끔 의식하며 붉은 살코기를 먹으라고 충고할 정도입니다.

담배는 평생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많이는 못하면서 술과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저녁 식사 때 아내와 둘이 반주를 즐길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에 약해 금방 얼굴이 붉어지고 생리적으로 많은 술을 몸이 받지 못합니다. 커피는 하루에 서너 잔은 마십니다.

일제 때 학교 체력검정에서 100m를 13초대로 달리고 넓이뛰기는 4m30 정도의 꽤 좋은 기록을 내고 철봉도 잘 하는 편이였습니다. 지금도 동네 산책로에 있는 철봉을 잡고 가벼운 운동을 할 적도 있습니다. 나이를 잊고 옛날처럼 덤비다가 아차하고 제 정신으로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몇 년 전까지 하던 근육 운동은 이제 그만 두고 주로 스트레칭으로 굳어져 가는 몸을 푸는데 이것을 생각 날 때마다 꾸준히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 한 40 분 동안 단전호흡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가벼운 운동과 지압 등을 침대 위에서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습관은 매일 물을 상당히 많이 마십니다. 아마 2리터 정도는 될 겁니다. 밤중에 두세 번 화장실에 갈 때마다 물을 마십니다. 노인들은 특히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기사를 오래 전에 읽은 뒤부터 시작한 습관입니다. 컴퓨터 앞에도 항상 물병이 있습니다.

이런 물리적 노력과 생활 습관 외에, 저는 정신건강에도 신경을 씁니다. 좀 내성적이고 마음이 여린 탓에 남의 말을 잘 듣고 이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인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궂은일은 곧 머릿속에서 떨쳐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좀 이기적이지만 궂은일엔 눈을 감고 주로 좋은 소식만을 찾고, 듣고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에게 물려 줄 많은 재산은 없지만, 제 몸의 건강을 잘 유지하여 그들에게 경제 부담이나 정신적 고통을 덜 주고, 사회의 지탄을 받지 않는 선량한 애비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 늙어서의 저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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