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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무례,무례!
고영회 2012년 06월 08일 (금) 12:09:54
푸른 불이 들어왔습니다. 건널목을 건넙니다. 갑자기 앞쪽에 좌회전하는 차가 휙 지나갑니다. 깜짝 놀랍니다. 아직 길을 건너고 있는데 뒤쪽에도 차가 쓱 지나갑니다. 등골이 써늘합니다.

건널목을 건넙니다. 중앙선 너머 차로에서 차가 급히 달려옵니다. 움찔합니다. 정지선 앞에서 끼익 섭니다. 다행입니다. 어떤 차는 정지선을 넘어 건널목 표시선 앞에서 머리를 디밀고 서기도 합니다.

인도는 사람이 다니는 길입니다. 그 길에 떡하니 차를 세웠습니다. 어떤 건물 앞에는 주차표시가 있는 곳에 차를 세우긴 했는데 길이가 짧아서 그런지 뒤꽁무니가 인도에 걸려 있습니다. 사람이 차를 피해 다녀야 합니다.

제 사무소 뒤편 길은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습니다. 퇴근 무렵에는 차가 많이 다닙니다. 그 길은 차 3대가 빠듯하게 지나다닐 정도 너비입니다. 어느 집 앞에 차를 한 대 세웠습니다. 세워도 되는 곳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두 대가 지나다닐 정도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건너편 집 앞에 또 한 대를 세웠습니다. 이제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양 방향에 차가 길게 늘어섰습니다. 빵빵거리지만 별 대책이 없습니다. 이런 길에 어떻게 차를 떡하니 세울 수 있는지 그 강심장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갑갑합니다.

예전에는 모든 길을 차 우선으로 만들었습니다. 큰 길 네거리에는 지하도를 만들어 사람이 땅 밑으로 건너게 했습니다. 다른 곳에 육교를 만들어 타고 건너게 했습니다. 그러니 어린이, 나이 든 분, 몸이 약한 사람은 길을 건너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어느 지하도는 지하로 들어가서 한 단계 더 내려가게 만들었기에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이제 거의 모든 네거리에는 신호등을 설치하여 쉽게 길을 건널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걷는 사람 중심으로 바꿨더군요. 이렇게 바꾼 것, 사람대접 받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길을 잘 만들었는데, 차가 걷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앞차가 갑니다. 운전석 창문이 열리더니 담배를 꼰 손이 나옵니다. 재를 창 바깥으로 털면서 담배를 피웁니다. 이런 차 뒤를 따라가면 재수 없게 재가 차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릅니다. 담배를 다 피웠는지 불붙은 담배를 길바닥에 홱 집어던집니다. 불티가 바닥에 튑니다.

차가 무례하게 구는 것은 차를 모는 사람 탓입니다. 차를 몰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차 속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럴까요? 얌전한 사람도 예비군복을 입으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과 통하는 걸까요?

중국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신호등은 아예 무시하고 다닙니다. 빨간 불이고 차가 쌩쌩 달리는데 길에 마구 뛰어듭니다. 심지어 유모차를 밀며 그렇게 건너는 사람이 있습니다.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푸른 신호등에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도 차를 마구 들이댑니다. 차도 사람도 무례하기가 거의 극한 값에 다다랐습니다. 중국의 사회수준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 수준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무례한 게 차 말고도 참 많습니다. 선거기간에는 나라를 위해, 지역을 위해 온갖 일을 다 할 것처럼 악 쓰며 표 달라고 외쳤던 사람들입니다. 국회에 가자마자 상임위 자리를 다툰다고 하면서 법에서 정한 개원 날을 넘겼습니다. 뽑아 준 국민에게 무례합니다. 의원 배지를 달기만 하면 저렇게 무례해지나 봅니다. 저런 무례한 모습을 또 4년간 봐야 한다 생각하니 앞이 아득합니다.

타면 무례하게 만드는 차, 입으면 제멋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예비군복, 달기만 하면 무례해지는 의원 배지, 어떡하면 이런 것들을 걷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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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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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4) (119.XXX.XXX.227)
*고영옥 2012-06-08 08:37
좋은 칼럼 보는 재미 감사하고요,,,,,,,,,,,
*홍정욱 2012-06-08 10:49
무례, 민폐..우리사회의 보편화된 현실임을 절감합니다.
해결책은 과연 있기나 할까요?
법과 제도로서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학생교육과정의 절반 정도를 동양고전으로 바꿔야 할 것같습니다.
*이병욱 2012-06-09 15:16
절대 동감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관행들이 사라질지는 아득하기만 합니다ㅡ 주차 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차는 자꾸 늘어만 가니 갑갑하기 이를데 없답니다, 아마 우리 다음세대는 좀 나지지 않겠는지요.
*오마리 2012-06-09 22:44
깊게 공감하는 글입니다.
어디 무례한 게 한 두가지입니까? 무례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정치가 해야할 대업인데 그들이 먼저 무례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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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09: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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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 (119.XXX.XXX.227)
고영회 변리사님,
그런 길을 매일 다니시고도 말짱하시니 참 대단하십니다.
그 방면에 숙련된 조교라고들 하지요?
중국의 도시 길엔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승용차, 버스, 트럭이 서로 상대방을 조금도 두려워하지않습디다.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저만치 앞서가는 신사 숙녀들이던데요.
지난 11년 닦은 실력으로 저는 이제 두 주먹 꽉 쥐고 양쪽을 대여섯 번씩 살피던 날의 자신을 가엾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놓쳐도 2분 후면 다음 차가 오는 지하에서 천둥치듯 뛰는 잘 차려입은 청년들처럼 너무 빠르게 빡빡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덕 선생님이 차를 타고 교문을 나서면 갑자기 저질 기사가 되는 것도 그런 것이겠지요.
워싱턴은 아직 여유가 있어서 살아볼만한 도시라 생각되고,
국립공원이 있는 동네에 살고있는 것을 지나는 길에 머무는 친지들에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주변으로 오시는 길 있거든 알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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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09: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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