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공해_(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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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공해

방석순

2012년 06월 11일 (월) 00:39:23

점심식사 후 곧잘 석촌호수 산책길을 돌곤 합니다. 도심 빌딩 숲 한가운데서 파란 호수를 바라보며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를 걷는 기분은 그야말로 짱입니다. 호수라 해봤자 송파대로가 가로질러 동호와 서호로 나뉘고, 그 두 개를 합쳐도 둘레가 고작 2.5km 정도, 그저 조금 큰 못이라 해도 탄할 수 없는 크기입니다. 그래도 점심시간엔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최첨단 현대식 빌딩에서는 얻을 수 없는 위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한 바퀴 돌고 다리가 조금 뻐근하다 싶으면 벤치에 앉아 바람에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을 바라봅니다. 이곳에 눌러 앉아 텃새가 되어버린 백조들이 흰 그림자를 끌며 물결을 가르는 유영은 석촌호수의 명품입니다. 어느 날 막 벤치에 앉으려다 또 하나의 명품(?)을 발견했습니다. 호수를 바라보는 난간 가름장에 얌전히 세워 둔 한 쌍의 종이컵. 누군가 우아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 전문점에서 점심 못지않은 값을 치르고 사 왔을 커피 컵 두 개가 마치 호수를 배경으로 한 설치작품처럼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정하게 놓였어도 그곳은 종이컵이 있어야 할 자리는 아닙니다. 조금만 세게 바람이 불어도 이내 산책길을 뒹굴다 결국엔 호수로 떨어져 수면 위를 떠다니게 될 것입니다. 커피 한 잔 들고 호수를 찾았던 이들이 기대했던 정서와도 동떨어진 결과입니다.

점심시간은 물론 아침 분주한 출근길에도 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더러는 커피가 담긴 컵을 손에 든 채 버스나 전철 칸에 오르기도 합니다.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전철 칸에서 그런 젊은이들을 만나게 되면 멀리 앉았어도 공연히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마시고 난 빈 컵을 제대로 처리할지도 걱정스럽습니다.

전철 안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십대 소녀 두 명을 만나던 날입니다. ‘저 녀석들이 과연 빈 컵을 제대로 챙겨 갈까? 만에 하나라도 차 안에다 버리고 나간다면 야단쳐 줘야지.’ 그러나 아차 하는 사이 둘은 잽싸게 내려 버렸고,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의 자리 뒤 좁은 창턱에 두 개의 컵이 신기하게도 이마를 마주대고 놓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버림받은 컵이었을 겁니다. 종이컵 하나가 떨어진 전철 칸에서 사람들은 용케도 그걸 피해 다니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빈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종이컵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그러다가는 다른 빈자리를 찾아 얼른 몸을 피해갑니다. 전철 바닥에 떨어진 종이컵 하나가 마치 폭발물과도 같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종이컵이 도리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민의식을 시험하는 듯도 했습니다.

이른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났을 때 방안에 퍼지는 커피 향은 행복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나누는 커피 한 잔은 동료애를 더하고, 일과 후 친구와 담소하며 나누는 커피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덜어 줍니다. 실제로 커피는 각성 효과뿐 아니라 소화, 항산화, 치매 예방 등 건강에 좋은 여러 효능을 가졌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삶의 멋을 위해서든 건강 효과를 위해서든 우리나라가 사들인 커피는 지난 10년 사이 양으로는 1.6배, 돈으로는 8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 한 해에만 12만3,029톤을 수입하고 6억6천8백만 달러를 치렀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7,800억 원을 커피를 사들이는 데에 쓴 것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커피 수요로 스타벅스니 카페베네, 탐앤탐스, 커피빈코리아 등 덩치 큰 커피 회사들의 매출이 적게는 5.5%, 많게는 66%까지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이들의 가맹점 수도 최근 3년간 1,300개에서 1만3,000개로 10배나 늘었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커피 공화국’이라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좀 차분히 생각해 보면 이런 숫자들이 어쩐지 위태로워 보입니다. 길 하나 건너마다 생겨나는 커피 가맹점들을 보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예전부터 숱하게 보아온 ‘먹튀’ 사업체들, 그들로 인해 줄도산하던 연쇄점들의 어두운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우리가 바흐의 칸타타처럼 커피 없으면 죽고 못 살게 되었는지, 또 그렇게 커피를 즐기는 우리의 커피 문화 양태는 어떠한지도 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 사 들고 다니는, 소위 테이크아웃 커피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그 허용 범위는 제한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다중이 붐비는 장소, 더구나 흔들리는 차 안에 들고 들어가는 일은 금해야 할 일입니다. 커피 예절을 위해 커피 전문업체들의 캠페인도 필요하고, 공공질서를 위해 교통 당국이나 지자체의 규칙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르며 마시는 커피가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도록.

한승국 (121.XXX.XXX.42)

수입 문화의 역기능이겠지요. 커피보다 더한 게 담배고요. 그 꽁초들이 버려진 자리들을 유심히 보신 적 있으시죠?. 부섭습니다. 결혼문화도, 음식문화도, 입고 자는 문화도 다 처음에는 원조 형태로 들어와 신기해 했고 지도자 나 선각자들이 애용했고 그렇게 뿌릴내려 드디어는 이렇게 수입까지 해서 먹을 정도로 목을 매는(사업적으로도) 패러독스. 저는 아직도 포스트잇이 너무 아까워 10년 전에 구한 걸 다 못 쓰고 있습니다. 하얀 화장지 한 장에도 손길이 멈칫거려지고요. 이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과연 꼭 필요한가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 선생님! 오늘 글 우리 일상의 작은 한 모습에 대한 성찰이 일파만파 참 큰 물놀아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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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3 22: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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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58.XXX.XXX.242)

저도 100% 공감하는 글입니다. 과거 선조들은 커피 아니고 숭늉을 마셨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커피를 즐겼는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커피를 먹으면 기본 예절을 지켜야 하는데 캠페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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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2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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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58.XXX.XXX.242)

선생님의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선진국들에서는 공공장소에서는 코피는 물론이고 아무 음식이나 음료를 먹지 않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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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22: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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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환 (58.XXX.XXX.242)

좋은글잘읽었어요저도동감입니다ㅡ잘계시죠? 건승 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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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22: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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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스타벅스를 필두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커피전문 체인점이 많아도 너무 많다싶습니다.
이많은 커피전문점에서 벌어가는 외화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아까운마음, 두려운 마음까지 듭니다.
저는 제 입맛에 맞지않는 커피를 못마시는 탓에 집에서 조제해서 마십니다.
교회내에서도 커피 전문점을 운영합니다.
브랜드 사용료없이 사회봉사부에서 저렴하게 운영하기에 주변 직장인들도 자주이용해서 다행이다싶습니다.
이런 때는 무난하게 아메리카노(누가 붙인 이름인지..) 한 잔을 두 사람이 나누어마십니다. 빈 컵을 50원에 팔거든요.
분리수거도 교회답게 하니까 재활용도 가능하다고 믿어져 마음에 부담도 적지요.어느교회인지 궁금하시다고요?
영락교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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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15: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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