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낭취물(探囊取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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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낭취물(探囊取物)

김창식

2012년 07월 24일 (화) 00:58:43

쌍전(雙典, 삼국지‧수호지)이 폭력을 정당화하고 권모술수를 찬양한다고 하여 비판하는 시각이 있지만 삼국지의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식을 줄 모릅니다. 한 케이블 TV에서 방영 중인 대하드라마 '삼국지'는 지금까지 소개된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스케일이 압도적이고 디테일이 정교하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촉(燭)나라 오호대장군(五虎大將軍) 중 한 사람인 익덕(益德) 장비는 밉지 않은 인물이지요. 고리눈에 밤송이 수염, 장팔사모를 비껴 든 모습은 장비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개백정 출신에다 호쾌하고 인간미가 넘쳐 친근하게 다가오는 캐릭터입니다.

말술을 즐기는 털복숭이 장비는 센티멘털한 면도 있어 안개비 내리는 날이면 '함바집'에 홀로 앉아 돼지껍질을 안주삼아 술잔을 들이키며 '되는 말 안 되는 문자' 써가며 우국충정을 논할 법도 합니다. 요새는 장비 같은 사람이 흔치 않은 세상이긴 하지요. 호쾌하고 자유를 탐하는 장비의 기질은 나중 의외로 서양인에게 전해집니다. 조르바에게로. '연인(燕人) 장익덕(張益德)'과 '희랍인(希臘人) 조르바'라….

장비는 꾀를 쓸 줄도 알고 유머 감각도 있습니다. 장판교에선 상승장군 조자룡을 구원하여 허장성세로 우마(牛馬)를 동원해 먼지를 일으켜 조조군의 추격을 지연시켰죠(나중 다리를 끊어 공명으로부터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제갈량과 유비를 각각 '물(水)'과 '물고기(魚)'로 비유해, 제갈량이 나타나자 '물이 온다고' 빈정거려 한바탕 웃음을 자아낸 적도 있습니다. 유명한 수어지교(水魚之交)의 유래입니다. 어떻든 그 누가 있어 천하의 제갈공명을 겁도 없이 '물'로 취급 하겠습니까?

장비는 'PK목장의 대결(1:1 맞짱)' 전문이기도 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고전적 전투방식은 양측 군대가 도열한 사이 공간에서 우선 선봉장끼리 한판 붙는 것인데 장비는 성질을 못 이겨 좌고우면하지 않고 먼저 뛰쳐나갑니다. 삼국 최고 '쌈장' 여포와의 저 유명한 대결이 그렇고, 허저, 마초 같은 맹장들과도 일전을 겨루었지요. 결과는 매번 실속 없는 무승부였지만. 한 번은 어스름밤에 매복했다가 조조 군의 용장 장합과 '월하(月下)의 결투'를 벌여 허벅지를 꿰뚫어 쓰러뜨린 적도 있군요.

장비가 강렬한 임팩트를 준 데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조조에게 의탁하고 있던 관운장이 유비의 소식을 듣고 오관을 돌파하여 탈출하던 중 그를 내심 어여삐 여겨 공경한 조조와 막판에 대면합니다. 당시 조조는 한의 승상이자 최고 실세로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관우의 마음을 돌릴 길 없음을 안 조조가 아쉬워하며 만부당(萬不當)한 관운장의 용맹을 재차 칭찬합니다. 이에 관우가 대답하여 가로되,

"전 별 것 아니거든요. 내 아우 장비란 자가 있사온데 백만 대군 중에서 적장 목 따기를 '주머니 뒤져 물건 꺼내듯(探囊取物)' 한다니까요, 글쎄."
"아니, 저… 저런, 저자가… !"
앙앙불락하는 휘하 장수들을 휘둘러 다독이며 조조가 말하길,
"그대가 하는 말을 내 어찌 경청하지 않으리. 제장들은 장비 또한 조심하렷다."
이에 조조의 휘하 장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수그린다.
"니예~ 승상."

장비가 형주성 큰 사움에서 의형 관우가 분사함에 분기탱천, 대취하여 부하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숙제를 내고 (하룻밤 사이에 은갑 수백 벌을 만들라는) 눈뜨고 자다 유봉‧맹달 등에게 목 베임을 당하니,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불의와 용렬을 미워하지만 실속을 멀리하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자의 최후가 그예 그렇더란 말인가. 연 나라 사람 장익덕이 여기서 비명횡사하는구나.

nido (1.XXX.XXX.3)

유시경 선생님, 뒤늦게 댓글을 보았습니다.
저도 '해요체'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크로스 오버 퓨전 삼국지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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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2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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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창밖의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을 보면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혹서의 하루
전설의 장수들이 벌이는 전투장면에서 서늘한 납량특집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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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6 23:36:39

0		0

nido (1.XXX.XXX.3)

김윤옥 선생님 일독 감사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관우도 다루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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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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