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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多産)모임
신아연 2012년 08월 01일 (수) 04:40:56
교회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네 가정의 부부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납니다. 야무진 신앙생활,똑부러지는 취미활동은 각각 다른 데서 하고 이 모임은 그저 밥이나 먹고 개개는 것이 다이기 때문에 마실꾼처럼 부담없이 어슬렁거리고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듯 명분도 목적도 없이 두루뭉술한 만남을 되풀이하던 중 웬걸, 다른 모임에는 없는 우리만의 뚜렷한 특징을 찾았습니다. 다름 아니라 연배가 같은 네 쌍의 부부 밑으로 아이들이 무려 15명이라는 사실입니다.대부분 하나나 둘, 많아야 셋인 우리 세대에서 네 집이 모여도 보통 16, 17명이 고작이지만 우리 네 가정은 온가족이 모두 23명이나 되고, 게다가 한 집은 애들 할머니까지 모시고 삽니다.

자녀가 다섯인 집이 한 집, 넷인 집이 각각 두 집, 우리집만 둘뿐이라 미리 알았더라면 애초 모임에 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아이를 다섯 둔 집의 부인은 저하고 같은 50살인데 놀랍게도 막내가 다섯 살, 그 바로 위도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우리 부부를 뺀 나머지 세 부부는 자식 자랑이 대단합니다. 하나만 더 낳는 건데, 그랬으면 우리도 다섯이잖아, 우린 아직 안 끝났어, 곧 다섯에 도전할 거야, 그럼 우린 가만 있나? 하나 더 낳아 여섯 만들지. 주거니 받거니 흥부네 부럽잖게 자식농사가 아직도 한창인 양 호기롭습니다.

제 먹을 건 타고 난다는 말을 요즘도 하면 온전한 정신 취급 못 받겠지만 신기하게도 우리 모임은 자식 많은 순서대로 형편도 넉넉합니다. 사는 게 풍족하니 자식을 원하는 대로 둘 수 있는 건지, 자식이 자꾸 생기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해서 결과적으로 남보다 잘 살게 된 건지 여튼 세 집 모두 유유자적입니다.

자식많은 사람들 공통으로 하는 말, “자식은 많고 볼 일이야. 내가 한 것 중에 제일 잘한 게 애 여럿 둔 거지.” 하는 것까지 세 집이 똑 닮았습니다. 아마도 우리 자랄 때처럼 집안에 애들이 뒹굴뒹굴, 고물고물 저희들끼리 놀고 싸우고, 큰 애들이 동생들 챙기고, 동생들은 큰 애들 보면서 저절로 배우고 무럭무럭 크는 모양입니다.

여럿은커녕 하나, 둘 가지고도 전전긍긍, 키운다는 표현조차 황공할 정도로 ‘자식을 모시고’ 사는 요즘 세상에 ‘자식 키우는 재미’ 운운하는 자체가 생경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집안의 ‘상전’이니 어미 아비된 도리와 책임으로 따끔하게 야단을 치는 일도,마음 터 놓고 푸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일도 쉽진 않으니까요. 부모가 못해 놓고는 공연히 학교 탓이나 하고 막상 학교가 개입하면 이번에는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니 새중간에서 애들 버르장머리만 나빠지고 더 심하면 사회적 통제도 불가능해지는 게 현실이지요.

북한이 못 쳐들어 오는 이유가 남한의 무시무시한 청소년들 때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더니 집집마다 조막만할 때부터 애들 때문에 생몸살을 앓고 크면 큰대로 휘둘리느라 재미는 고사하고 언제 한번 맘 편할 때가 있는가 싶습니다.

한 둘도 이런데 여럿 자식이면 오죽할까 싶은데 모임에서 들어보면 자식 숫자대로 부모 노릇에 치이고 골병드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우리 ‘다산 (多産)모임’은 부모도 자녀도 자신들의 역할에 각자 ‘베테랑’ 인 것 같습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부모 자식 관계에도 적용된다고 할까요. 말하자면 부모 자식 간 서로가 서로의 생물환경, 심리환경에 화순하고 위순하게 반응하며, 동물적 본능의 얼개를 보다 본능적으로 감응하고 있다는 느낌같은 것인데, 관계의 유대와 접착력이 크고 더 따뜻하고 자신감이 강하고 외부에 대한 면역력도 셉니다. 한마디로 가정이 매우 건강하고 화목합니다. 유연한 물처럼 부모 자식의 관계에 서로 흠뻑 빠져들어서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한 둘 아이에 집착하며 주물러 기어이 터뜨리고 마는 불안하고 시들시들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할 수만 있다면 아이를 많이 낳기를 ‘강추’합니다. 이를 위해 직접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우리 다산 모임은 더 이상 할 일없이 밥이나 먹고 개갤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자식 많이 낳기를 권하는 중요한 사람들로 거듭 나야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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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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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marius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신변잡기인 것 같아 마음에 걸렸는데 또 이렇게 격려해 주시니 안심합니다. 다산이 좋습니다, 역시 소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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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6 20: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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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220.XXX.XXX.168)
'다산모임' 너무 재미있다. 나도 하나 만들어 볼까 그 순간 내가 왜 이러지 하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글이 어찌나 사람을 붙잡는지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다 읽었습니다. 잘 다듬어지고 여물어서 어디 한 곳 빈틈없습니다. 다산이냐 소산이냐를 따지기 전에 벌써 글의 끝에 내가 와있었습니다. 다 온다음에야 소산이든 다산이든 나는 이미 너무 오래 살아 해당이 없어.다시 세상에 오면 나도 다산모임 꼭 만들거야 말도 안 되는 꿈을 가질 정도로 글을 다 읽고 나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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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4 08: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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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30)
인내천님, 재밌는 자녀 숫자 구분입니다.^^ 사람이 재산이지요. 대신 잘 키워야 재산이지요. 사람을 제대로 길러내는 일의 어려움이란... 정말 힘든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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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6: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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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30)
김윤옥님. 아픈 과거를 아프지 않게 돌아보시네요...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역사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답니다. 과거, 아픈 시대의 삶이 지금의 나의 안락함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숙연함,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죄없는 민초들의 삶을 가슴 아프게 돌아보게 되는 것도 역사의식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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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6: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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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제가 부모가 된 뒤로는 자녀가 넷, 다섯씩이나 되는 가정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19살 위인 오빠의 돌봄으로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그 때가 제겐 가장 풍요로운 때였습니다.
많은 동생들 힘들다 생각 못하고 거두고 나서
정작 자신의 자녀들 한창 클때 뇌출혈로 가셨습니다.

1/4후퇴 때는 제가 다섯살 정도였는데
당시 여고생이던 언니가 나를. 동생은 엄마가 업고 피난행렬에 끼었지요.
그 언니는 피난지에서 병사했습니다.

많은 형제틈에서 자란 이런저런 아픈 추억 또한
귀하지않다 할 수 없겠지요.
요즘 나홀로 왕자, 공주님들이 경험할 수 없는
아프고 아름다운 추억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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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23: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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