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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柔聖) 석진경 10단
임철순 2012년 08월 02일 (목) 01:09:54
런던 올림픽 남자유도 81kg급에서 김재범, 90kg급에서 송대남이 드디어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는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유도 66kg급 8강전에서는 조준호가 심판 판정이 뒤집히는 바람에 억울하게 일본 선수에게 지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조준호는 그러나 의연하게 다시 경기에 나서 동메달을 따 박수를 받았습니다.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 특히 예의와 규율을 중시하는 유도에서 심판의 권위는 절대적입니다. 당연히 공정하게 판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심 논란이 거센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견제 대상이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심이 잦자 7월 30일 열린 카누 슬라롬 경기에서 뉴질랜드 국가대표인 아들에게 가차없이 벌점을 부과한 어머니 케이 도슨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어머니가 심판 보는 데 대해 우려가 제기되자 도슨 모자와 뉴질랜드카누연맹은 국제카누연맹에 ‘공정한 판정’을 약속했고, 어머니는 이를 지켰습니다.

프랑스 유도 국가대표 감독, 동아대 유도부 코치, 부산시유도회장을 역임한 정학균 씨는 현역 시절에 아주 서운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프레올림픽 대표 선발전 결승전에서 그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승부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세 심판 합의로 승자를 가리게 됐는데, 동아대에서 그를 가르쳤던 석진경 부심이 제자 편을 들지 않고 상대편 우세 판정을 하는 바람에 1대 2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정씨는 너무나 힘들게 그 자리까지 갔는데 내 편이 돼주지 않은 선생님이 무척 야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들이 보는 앞에서 제자가 이겼다고 하지 못하는 게 그의 양심이었습니다. 그는 서운해 하는 제자에게 “네가 기술을 더 익혀 한판승으로 이겨라.”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과 비기는 정도가 아니라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실력을 쌓으라는 그의 당부는 더욱 열심히 유도 실력을 쌓는 자극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공정 심판’의 주인공 석진경(石鎭慶ㆍ1912~1990) 선생은 한국 유도 최초의 10단이며 유성(柔聖)으로 불릴 만큼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분입니다. 경기 광주시에서 태어나 배재고보에 다닐 때 유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일본 유학을 떠나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법학부에 다니며 학업과 유도를 병행했고, 조선인을 차별하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간사이(關西) 학생유도대회 우승, 초고속 5단 승단 등으로 한국인의 기개를 널리 떨쳤습니다.

귀국한 후에는 서울YMCA 유도교범(敎範), 제주농업학교 공민 겸 유도교사, 함흥 영생고 교사 등으로 제자들을 길렀습니다. 해방 후에는 조선유도연맹(대한유도연맹의 전신)을 창립해 중앙도장 사범을 맡는 한편 일본어로 된 유도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등 한국 유도의 기초 확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955년에는 유럽유도사절단 감독으로 스위스 서독 등 6개국을 순회하며 한국 유도를 알리는 스포츠외교 활동도 펼쳤습니다. 대한유도회 이사장과 회장, 국제유도연맹 부회장도 역임한 그는 대한유도학교(현 용인대)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동아대 숭실대 중앙대 고려대에서 교수 또는 강사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습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는 심판으로 활약했습니다.

석진경 선생은 1965년 한국 최초로 9단으로 승단했으나 1975년 63세 때 갑자기 뇌졸중에 걸려 15년 동안 긴 투병을 해야 했습니다. 박용성 대한유도회 회장등 간부들은 1990년 3월 28일 그를 집으로 찾아가 한국 최초의 10단 증서를 수여했습니다. 타계하기 불과 11개월 전입니다. 유도인들은 대한유도회가 규정을 고쳐 석진경 선생을 10단으로 올린 그때의 결정을 참 잘한 일이라고 다행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석진경(1912~1990)  
유도인들은 그를 유성(柔聖)이라고 부릅니다.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거구이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품에다 카리스마와 관용을 겸비한 지도자, 아버지 같은 인자한 품성을 한결같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소공동 111번지 대한유도회 중앙도장의 입구 위쪽에 걸려 있던 ‘泰山無言(태산무언)’이라는 휘호 아래 그가 서 있으면 그야말로 태산 같은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유능제강(柔能制剛) 태산무언(泰山無言) 정력선용(精力善用)과 같은 말을 즐겨 했고, 항상 부드러움, 즉 유(柔)의 원리를 강조하고 사람의 도리를 실천하려 애썼다고 합니다.

열다섯 살 때 처음 석 선생을 뵈었다는 송영수 전 대한유도회 이사(전 한진중공업 사장)는 학업에도 유도만큼 열성을 기울이는 바람에 그분의 기대와 달리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운동을 계속하면서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회활동에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다고 감히 자위할 수 있는 것은 유도정신에 투철한 그분의 감화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석진경 선생의 생전의 꿈은 한국 유도를 널리 알리고 세계 제패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 때 우리나라는 하형주 안병근이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당시 병으로 입원해 있던 그는 제자 하형주(현재 동아대 교수)의 경기를 TV로 지켜보며 열렬히 응원했고,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따내자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제자들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탄 채 경기장에 나가 유도경기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유도인들은 2008년부터 추모사업을 논의하다가 이번에 한국유도유단자회가 중심이 되어 유족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추모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선 그의 구술을 받아 1981년 스포츠동아에 연재했던 기획기사 ‘한국인물체육사-한국유도의 거목(巨木) 석진경’을 바탕으로 <석진경 탄생 100주년 기념 자서전-나의 인생, 나의 유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제자와 후배 40여 명의 글을 모은 추모문집 <한국 유도의 큰 스승>도 함께 발간키로 했습니다. 박규직 한국유도유단자회 회장은 “앞으로 어느 정도 기금이 조성되면 ‘석진경 선생님 추모 유도대회’와 장학사업도 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도인들의 이런 활동은 한국 유도의 개척자요 선구자인 분에게 바치는 존경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런 분들은 사실 각 분야에 많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사람을 기르지 않고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 없는 사실도 지어내 깎아 내리고 헐뜯고 흠잡기 잘하는 사회에서는 각 분야의 훌륭한 분들과 영웅을 많이 발굴해 내고 그들의 업적과 활동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유도인들의 석진경 추모와 현창사업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획하는 대로 모든 일이 원만하게 잘 이루어져 유도인들의 단합과 화목은 물론 한국 유도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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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시인 맹문재선생께서 올림픽경기에서 메달 수에만 집착하는게 아닌가?하는 반성을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언론이나 타 서방국가에선 단순히 메달 숫자를 보도하는데 우리는 금메달, 은메달,... 하면서순위에 너무 집착해서 올림픽 자체를 즐기고 음미하는데 소홀한 것같다고...
즐기면 될 것을 반드시 이기기위해 불법과 탈법을 예사로 생각한다면 슬픈일이 되겠지요.
올림픽 축제를 맞아서 올리신 '유성 석진경 선생'을 다시 추억하고 기리는 일이 참 올림픽 정신에 맞는 것입니다.
이 글이 밤새 응원하며 밥잠 설쳤던 우리 이웃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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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2 1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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