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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한국유물 전시
오마리 2007년 06월 19일 (화) 09:12:49
30년도 넘은 시절, 그 때만 해도 공해가 없고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사시사철 따스하고 풍요로웠던 로스앤젤레스에서, 공부하고 먹고 살기에 바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만 살거냐, 놀기도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디즈니랜드를 갔습니다. 주차를 하면서부터 그 거대한 주차장에 압도 당해 벌써 기가 질렸습니다.
   
 

로열 온타리오 뮤지엄

 
 
입장 후 몇 군데 돌아다니다 판타지 랜드에서 동심뿐 아니라 어른들도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세상(Small World)을 들어갔습니다. 몇 명씩 물 위의 배에 앉아서 인형들의 세계로 갑니다. 그 안은 동화의 세계처럼 세계 각국 인형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 춤을 추며 노래를 합니다. 얼마나 예쁘고 화사한지 어린이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겁고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It 's a small world 라고, 세계는 큰 것 같지만 작아서 우리는 어디에선가 다시 또 만난다는 것입니다.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혹시 한국 인형이 없나 하고 찾기 시작하였는데 일본 중국 동남아를 지나 거의 끝날 즈음 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높은 곳에 한복과 갓을 쓴 한국 남녀인형 한 쌍이 초라하게 있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무언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가슴에 고였습니다. 훗날 들었지만 그것도 한국인형이 없어 영사관이 항의하여 세웠다고 하였습니다.

80년대 초반의 기억입니다. 그 무렵 유럽 미국에서는 콤 드 갸르쏭의 카와쿠보 레이, 이세이 미야키, 겐조, 요지 야마모토, 등 일본 디자이너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일본적인 기모노 패션이 세계를 휩쓰는 것에 발 맞춰,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오티스 미술학교의 미술관에서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키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그는 입는 옷의 패션 쇼라는 개념을 떠나 컴퓨터와 음악, 조명, 영상으로 퍼포먼스에 가까운 종합예술을 보여 주었습니다. 또 전자 작동으로 현대 과학과 접목하여 의상이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더 진전된 것이었습니다.

   
 

일본전시관

 
 
그 때 전시관 천장에서는 일본 궁중 여인들만이 입는, 팔이 넓고 길이가 무척 긴 기모노가 바람과 어두운 조명 속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일본적인 음악과 함께 효과를 극대화하였는데 소름이 끼칠 만큼 깊게 뇌리에 박혔습니다. 아주 일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관람 후, 창의력이 뛰어난 이세이 미야키를 부러워했지만 더 부럽고 감동적인 것은 일본의 대 전자회사인 SONY가 이세이 미야키 전시회의 스폰서였던 것입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에서 한중일 삼국의 도자기 중심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을 떠난 이후 최초로 한국인의 긍지를 갖게 해준 전시회였습니다. 중국의 전시작은 색감이 강하고 아주 거대하거나 아주 작은 것 등으로 어떻게 저걸 만들었나 하는 호기심을 유발했고, 일본은 화려하고 섬세하나 깊이가 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유물 중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마사무네의 칼이었읍니다.

   
 

한국전시관

 
 
그런데 마지막 한국관에서 한국 청자 백자와의 만남은 가슴까지 뛰게 하였습니다. 문양 색채감 형태에서 한국 도자기는 두 나라를 압도했습니다. 도자기라는 오브제를 떠나 거기엔 한국 민족의 소박하고 따뜻하며 꾸밈없는,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한 그릇의 밥을 누구에게나 줄 수 있는 한국인의 여유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전시관

 
 
몇 해 전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갔습니다. 동양관을 찾아 보니 중국관과 일본관이 넓은 장소를 차지하고 있어서 한국관은 없나 하고 걱정했는데 한 쪽에 조선 도자기를 중심으로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보아도 한국 도자기가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보다 월등 뛰어 나는 것이 확연히 들어왔습니다. 그 때 미국여성 두 명이 중국 일본 도자기관은 관심조차 갖질 않고 한국관에서 오래 감상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얘기를 들으니 그들은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상당히 깊은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욱 감명 받았던 것은 그곳에 삼성이 그 전시관을 열게 한 스폰서였다는 문구가 씌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전시관

 
 
지난 주 이곳 토론토에서는 Royal Ontario Museum(ROM)이 오랜 기간의 개축 보수를 거쳐 개장하였습니다. 21세기는 크리스탈 에이지 (Crystal age-빛나는 시대)라는 상징성을 주제로, 첨단 유리공법과 유리의 투명함을 살린 화려한 설계 디자인은 뉴욕의 구겐하임(프랭크 로이드라이트의 설계)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초현대의 극적인 미를 보여주는 건물이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개축 중이라 궁금하였고 개관과 동시에 한중일 특별전이 있다 하여 기대를 가지고 관람하였습니다. 중국은 우선 넓은 장소와 배치부터 휼륭했습니다. 전시한 유물도 예전 미국에서의 전시와는 비교할 수 없었고 중국을 알리는 데 충분 그 이상일 만큼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많은 훌륭한 유물들로 중국의 중화사상과 그들의 전통 삶을 그대로 옮긴 듯 하였습니다.
일본관은 중국관의 20분의 1 정도로, 기대했던 것보다 유물 또한 빈약하 여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관은 그 일본관의 5분의 1도 안 되는 방에 조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한 칸 정도의 뒷방 신세였습니다,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유산이라고 하기에는 낯 뜨거운 전시, 그나마 몇 품목 되지도 않았습니다.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하였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수치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일본 중국관은 자국의 막강한 지원과 대기업들의 보조에 힘입어 좋은 장소에 자국의 문화를 충분히 알릴 수 있는 많은 작품을 전시했다고 합니다. 한국은 일ㆍ중과 비교해도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 유산이 많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사는 동안 이런 졸작으로 교포들을 망신시키는 전시회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디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외국인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습니다. 삼성은 알아도 코리아를 모르는 외국인이 상상 외로 많습니다.

우리는 일본인을 우습게 알지만 외국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에 대한 대우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지금은 또 중국이 무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엄청난 이민자 증가와 함께 중국정부와 기업의 막강한 힘을 업고 중국어가 프랑스어를 제치고 제2외국어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프랑스어는 거의 퀘벡주에서만 통용되고 있음).

국력과 국가의 위상은 강대국과 맞설 수 있는 경제력이 우선 순위겠으나 21세기에는 잘 먹고 잘 입는 것만이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화 시대에 어떻게 한국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인정 받느냐는 것이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식으로 홀로 잘난 정부는 국민들의 혈세인 수조의 돈과 엄청난 식량을 북한의 폐쇄적 집단에 퍼다 붓고 있습니다. 그 많은 자금이라면 정부가 문화 예술 학문에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며 두뇌 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나라도 광고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것도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한 해외에서 살거나 일하는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국을 떠나면 국가의 대표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외교관입니다. 그러므로 언행에도 조심을 해야 합니다. 돈에 눈이 어두워,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훨씬 앞선, 직지심경 상권같은 국가의 보물을 도굴하고 팔아 넘기는 매국인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불어 대기업들이 중국 일본처럼 사회의 각 분야에 큰 힘을 실어 준다면 분명 한국의 앞날에 발전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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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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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y (219.XXX.XXX.199)
너무 힘이 없음을...국민하나하나가..달라진다면...우리도 다른 나라보다 더..강한 나라가 될거예요. 요즘..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의 유출 된 유산을 찾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답니다.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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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18: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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