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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은 미래의 선택인가?
박상도 2012년 08월 22일 (수) 01:04:34
빌미는 버락 오마마가 제공을 했습니다. 재집권의 카드로 동성결혼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십 수년간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이슈를 다시 점화시킨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합니다. 그 중에는 지난 4년간의 재임동안 성적이 좋지 않은 오바마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제 문제와 외교 등의 이슈를 피하기 위해 해묵은 동성결혼 카드를 들고 나왔을 거라는 추측이 우세합니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선서를 할 때 성경에 손을 얹고 성경의 말씀으로 취임선서를 하고 ‘선서하오니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소서(I swear, so help me God)’라는 말로 끝을 맺습니다. 대부분의 기독교 단체는 동성애를 정상적인 행위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바마는 '다른 사람이 당신을 대해 주기를 바라는 만큼 당신도 다른 사람을 대하라(마태복음 7장 12절)’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서 동성결혼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입니다.

여기에 발끈한 사람은 미국 중부에서 사업을 시작한 치킨 샌드위치 체인점인 ‘칙필에이(Chick-fil-A)’의 댄 캐시(Dan Cathy) 회장이었습니다. 외식업체이면서도 일요일엔 문을 닫는 독실한 기독교 윤리를 실천하는 기업의 회장답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경 말씀대로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미국 39개 주에 1,600여 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그의 발언은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동성애자 단체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고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시카고 시장이 ‘우리 시에서는 칙필에이 점포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전 아칸소 주지사인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가 “8월 1일을 ‘칙필에이 감사의 날’로 정해 매장을 방문하자”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결전의 날인 8월 1일이 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칙필에이 매장을 찾았습니다. 자동차에서 주문을 해서 가져가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매장에서는 자동차 200여 대가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앞차가 뒤차가 주문한 음식값을 대신 내 주는가 하면 공짜 쿠폰이 있음에도 제 값을 다 주고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의 영적 조언자인 94세의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목사도 ‘칙필에이를 오늘 점심으로 먹었다’고 밝혔을 정도였습니다.

2008년 가을 캘리포니아에서는 동성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인 Prop.8에 반대하는 시위가 줄을 이었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love is love" "no to H8(hate를 발음대로 표기)" "fight the H8" "equal rights for all" 등을 적은 피켓을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자신들의 주장을 당당하게 표현하였습니다. 동성애자가 아닌 젊은 친구들도 시위에 동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Prop.8 법안은 찬성 52%, 반대 48%의 근소한 차이로 가결되었고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합법적인 동성결혼은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당시 Prop.8에 찬성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회를 중심으로 찬성운동을 줄기차게 벌였지만 주로 문단속을 하는 정도의 소극적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이 민감한 이슈를 재점화한 사람은 다름아닌 재선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자신들의 정체성이 충돌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체성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영.호남의 투표결과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이유도 바로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은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얘기는 정체성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동성 간의 결혼 문제 역시 긴 시간을 두고 먼발치서 바라보면 어렴풋이 무언가가 보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제가 추측하는 미래의 모습이 두렵습니다. 록 허드슨(Rock Hudson)이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됐으며 동성애자라고 밝혀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때가 1985년이었습니다. 당시 에이즈는 천형이었고 에이즈 환자는 의학적 사형선고에 앞서서 사회적 격리와 매장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에이즈에 대해 당시와 같은 편견은 없어졌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통념의 변화에는 의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시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주인공인 앤드류 베켓(Andrew Beckett; 톰 행크스 분)은 거대 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는 동성애자였고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비열한 수법으로 그를 해고합니다. 치열한 법적 투쟁 끝에 영화는 앤드류의 승리로 끝납니다.

어쩌면 동성결혼도 에이즈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그리고 나이키가 동성결혼을 공식적으로 지지했으며 수백만 달러의 기금도 내놓았습니다. 동성결혼을 지지한 기업의 이미지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미래의 사회는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친구들과 했던 농담이 떠올랐습니다.

결혼할 나이가 된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아빠, 저 결혼하려고 합니다.”

아버지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 잘됐구나… 근데 신부는 여자지?”

아들이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대답합니다.

“그럼요.”

아빠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

“고맙다. 아들아.”

이러한 변화의 문턱에서 오마바는 승리를 예측하고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쪽으로 과감한 베팅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성(性)에 대한 관념에도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미국 기업들은 IT로 대변되는 젊고 탈권위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이 오로지 인권만을 고려해서 동성결혼을 찬성하고 있는지는 한번 살펴봐야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동성결혼을 찬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아들이 결혼한다고 할 때 며느리가 될 사람의 성별을 묻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성 정체성이 혼동되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와 배려는 정치적 계산과 사업적 목적이 배제된 상태에서 매우 신중하고 천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변화합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방향이 옳은지 당장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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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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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 (14.XXX.XXX.156)
신이 가장 아름답게 인간을 창조했을 때는 남과 여를 지어 번성하라는 것이 지당한데 동성애자가 있다는 것 믿고 싶지 않고 간혹 있을 수 있겠지만 구지 결혼까지 하는 것 잘 이해가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동성 결혼은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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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18: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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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pen (211.XXX.XXX.73)
마태복음 7장12절이 오바마대통령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성서적 전거라는 게 사실입니까? 그럴바엔 네 이웃을 네몸같이 사랑하라는 귀절을 전거로 삼는 게 나을뻔했네요.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를 만들어 이 땅에서 번성하라고 한 성경의 말씀은 동성애와는 분명 다른 개념이겠죠.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배척하는 편도 아닌데, 성서에서 동성애의 근거를 찾으려는 것은 번지수가 틀렸다는 생각은 듭니다.
답변달기
2012-08-22 21: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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