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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현상
이상대 2012년 08월 29일 (수) 00:35:32
가뭄, 폭염, 폭우, 그것도 국지성 폭우가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정말이지 올 여름 날씨는 무척 얄궂었을 뿐 아니라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 이상기후가 서서히 맹위를 떨치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작년 장마 땐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고 하더니 요즘은 “가을장마”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 농사에 몇 가지 이상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1. 호박
이곳 무주에 와 처음 두어 해를 제외하고는 늙은 호박을 수확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자라다간 맥없이 떨어져 버리는데 확인하면 벌레가 속에서 바글바글하여 썩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도 애호박이나 호박잎을 먹기 위하여 해마다 조금 심었습니다.

그런데 금년엔 사정이 사뭇 다릅니다. 처음 열린 몇 개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데 그게 가뭄이 아주 심할 때 열린 것입니다. 그때 열린 것 모두가 익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 몇 개가 익어가는 중이고 몇 개는 어느 정도 크다가 벌써 떨어져버렸습니다.

더 두고 보아야 알겠지만, 여태 잘 익어가는 것은 제대로 여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늙은 호박을 맛 볼 수 있을 것 같아 약간의 흥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2. 고추
고추도 제대로 익은 걸 수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매번 계분을 듬뿍 준 탓인지 가을철 찬바람이 불 때서야 잠시잠깐 약간 열렸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추도 풋고추로 주로 땄었고 그것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자주 많이 따 버려야 했습니다.

그런 고추가 금년에는 이상하게도 한 열흘 전부터 붉어지고 있습니다. 소량이지만, 신나게 따서 서울에 가져다 말리고 있습니다. 금년 고추 값이 벌써부터 고공행진이라 야단들인데 적은 양이지만, 가계에 다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 야생 들깨
이건 씨가 떨어져 싹이 터 제 멋대로 자라기에 열매는 아주 작아 먹을 수 없지만, 잎에서 아주 진한 향이 풍겨 잎이나 따 먹는다고 해마다 씨를 뿌려 번식시키고 있는데 금년에는 이곳저곳에 상당히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잎에 예년 같으면 응애가 많이 끼어 지금쯤은 먹을 수 없어 포기하였었는데 올해는 아직 응애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응애가 끼지 않을지 모르지만…

4. 표고
표고는 저온과 고온 종균이 있습니다. 저온(봄가을용)이 많고 고온(여름용)은 조금이지만, 작년 여름에는 꽤나 많이 땄었는데 올해는 아주 시원찮습니다. 얼마 전부터 비가 상당히 왔는데도 오늘 돌아보니 달랑 한 개만 보였습니다. 지난번 비에 흠뻑 젖은 걸 망치로 힘차게 두들겼기에 기대가 컸었는데 큰 실망을 하였습니다.(표고는 충격을 가해야 잘 나온답니다) 표고는 온습도만 맞으면 상당히 잘 나오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여름철에 비가 오면 하루에도 크게 자라기에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온다는데 뭐 하러 가느냐?”는 집사람의 만류를 뿌리치고 내려왔는데 괜히 온 것 같아 후회스럽습니다.

5. 기타
오래 전에 걷어버린 상추, 쑥갓, 아욱 등 채소류의 자람이 시원찮았고 줄 콩, 오이, 가지, 고추, 호박 등도 열매 맺힘이 아주 시원찮습니다.

이 모두가 기후변화나 이상기후 탓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큰 걱정입니다. 사과의 주산지가 북상하고 있다느니 남해안에서 아열대 작물도 재배할 수 있다는 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접한 “한국인들처럼 막 버리면 지구 2.5개 있어야 감당”이라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의 댄 스클라루 미국인 교수는 19명의 수강 학생들에게 하루 24시간 동안 각자 배출한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오는 과제를 냈다. 학생들이 가져온 쓰레기의 무게를 달아보니 중국인 학생 5명이 모아온 쓰레기는 1kg으로 1인당 200g, 한국 학생 7명은 모두 1.2kg으로 1인당 171g, 브라질 학생 2명과 독일 학생 1명, 싱가포르 학생 4명은 1인당 20∼40g이었다. 그렇게 모인 20명의 쓰레기가 모두 2.5kg이었다. 24시간 동안 1인당 125g씩 배출한 셈이다.

스클라루 교수는 “이 수치대로라면 서울 시민 1,000만 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만 1,250톤으로 25톤 대형 트럭 50대분”이며 “회사나 공장에서 배출하는 것을 더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가져온 쓰레기 2.5kg 가운데 72%인 1.8kg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였다. 하루 25톤 트럭 50대 분량 중 36대 분량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스클라루 교수는 “재활용만 잘해도 쓰레기 처리 비용과 원자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재활용 쓰레기통에 잘 분류해 넣는 습관만으로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구의 기상 이변을 막지는 못해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쓰레기 문제는 좀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 태생의 농업인입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1988년 가을부터 전북 무주에 터를 잡아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마음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처음엔 가축, 주로 염소를 방목 사육하다가 정리한 후 지금은 소규모 영농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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