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국민을 물먹이지 말라
김홍묵 2007년 06월 22일 (금) 10:07:17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다. 뭇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중국 고서 도덕경의 상선약수(上善若水)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고산 윤 선도도 오우가(五友歌)에서 물을 상찬 하였습니다.
"구름 빛이 조타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칠 뉘 없기는 물 뿐인가 하노라" 라고.
어느 누구의 명구를 늘어 놓지 않아도 생명의 근원인 물의 효용성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교수ㆍ국회의원ㆍ고위관직을 두루 거친 한 학자의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예수는 요르단 강물을 길어 오게 하여 성수로 쓰고 신자의 발을 씻어 주며 성인의 지위를 이룩했다. 메마른 땅에서 귀한 물을 구해 ‘물을 물 쓰듯 하여’ 출세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30년 전에 들은 희화이지만 물의 위력을 충분히 과장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나라 안이 물 때문에 난리입니다. 한나라당 이 명박 경선 후보가 내세운 ‘경부 대운하 건설’ 공약이 발원입니다.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을 이어 내륙 수로를 연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물류(物流)에 비중을 두었다가 수리(水利) 또는 일자리 창출로 초점이 옮겨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운하는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지에서 시작되어 오늘 날 까지 사용되는 곳도 있습니다. 운하의 종류는 2개의 하천을 잇는 연하(連河)운하, 바다와 바다를 연결하는 연해(連海)운하, 항만과 내륙 도시를 연결하는 통항(通港)운하, 소형 선박을 통행 시키는 내륙운하, 베네치아처럼 시가지를 연계하는 도시운하로 크게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수에즈나 파나마 운하 같은 연해운하의 역할은 더 할 나위 없이 커서 신 수에즈ㆍ신 파나마 운하 건설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운하는 철도와 자동차의 발달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그 대신 태국의 크라 지협(地峽)운하 또는 중국 산동반도 종단운하 등 정치적 목적이나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운하들이 논의 되고 있습니다.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사업은 옛날부터 위정자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입니다. 요순시대 요(堯)임금은 50년 재위 기간 동안 선정을 베풀고 창힐이란 사람을 시켜 한문자(漢文字)를 창안 했으며, 순(舜)임금은 대대적인 황하 치수공사를 벌여 오늘날까지 성군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항상 인류에게 혜택만 주지는 않습니다. 작게는 내 논에만 물을 대려다가(我田引水) 살인을 빚기도 하고, 크게는 홍수나 쓰나미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 가기도 합니다. 대규모 치수사업으로 재정이 거덜나 나라가 망하는가 하면, 물(백성)이 배(군주)를 뒤집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 한심한 작태는 우리 사회의 물을 흐리게 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현실입니다.
정치판에서는 한 물에 놀며 어천가(御天歌)를 합창하던 사람들이 물 좋은 곳을 찾아 썰물처럼 여당을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법을 물로 보는지 헌법과 선거관리법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한 두 마리가 아닙니다. 서울 성북구청은 ‘관행’이라며 허위 출장 신청서로 3년간 47억 원을 출장비로 나눠 썼다고 합니다. 광주에서는 스무 살 된 남녀가 열 네 살짜리 가출 여중생을 호텔에 감금해 놓고 800여명을 상대로 성 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교수 의사 약사 군장교들이 여중생이 감금 폭행당한 사실을 알고도 야욕만 채웠다고 합니다.

국민의 지팡이, 상아탑의 지성, 국가의 간성들까지 구정물을 일으키고 있으니 깨끗한 정부, 정의로운 사회, 희망찬 나라 건설은 물 건너 간 것일까요? 바야흐로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천도 깨끗하게 하고, 도시의 때도 씻고, 사회의 물도 맑게 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다만 노아의 홍수나 겁수(劫水: 불교에서 세상이 파멸될 때 일어난다는 큰 물)로 인해 온 국민이 물을 먹어서는 안되겠지요.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