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정치의 위기인가

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홈 >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대의정치의 위기인가

김홍묵

2012년 09월 12일 (수) 01:56:32

대의정치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민이 스스로 선출한 대의원을 통하여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제도인 대의제(代議制,representative system)가 국민과 대의원 사이의 동질성과 신뢰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국가 권력의 행사를 신탁받은 국회의원들이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세금 축내기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의제는 1861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저술 ‘대의정체론’(代議政體論 Consideration on Representative Government)이 출발점입니다. 좋은 사회는 인간의 미덕과 양식이 요건이며, 그것을 촉진하는 정체가 바로 대의정치라는 것입니다. 근대 국가의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그리고 사회의 다양화로 한계를 드러낸 직접민주제보다 간접민주제가 민주주의 실현에 적합하다는 논리입니다.

대의제는 처음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다수결 원칙이 초래하는 다수당의 횡포, 매수(買收) 위협(威脅) 등 위험 수반, 1인1표주의에 따른 우민정치화 등입니다. 학자들은 이같은 요소를 고려하여 비례대표제, 직업과 교육을 감안한 복수투표제, 선거 공영화와 공개선거, 세비 지급 폐지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구현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참정권의 확대, 정당의 집권욕과 과두화(寡頭化), 행정권의 강화 등으로 국민과 의회 간의 괴리는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의회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나라의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태평양전쟁 전의 일본 군국주의가 좋은 예입니다. 1932년 5월15일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 총리가 수상관저에서 피살되었습니다. 범인은 해군의 현역 중위, 예비역 소위, 사관후보생과 육군의 사관후보생 등 5명. 헌정(憲政)의 신으로 추앙받던 모쿠도(木堂: 이누카이의 호)의 죽음으로 메이지(明治)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시대를 이어온 일본의 정당정치는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모쿠도의 정우회(政友會)와 야당인 민정당(民政黨)은 집권을 위해 비산(誹訕) 각축(角逐)으로 날을 지샜고, 정치인은 벼슬자리를 찾아 탈당 창당 재입당을 일삼았습니다. 정우회에서 간사장과 서기관장(현 관방장관)을 지낸 모사꾼 모리 가쿠(森恪)조차 이누카이의 대중국 화평-제휴 공작을 방해하고 무산시켜 내각의 외교정책을 난맥상으로 몰아갔습니다. 군부가 중심이 되는 1국1정당 주장에 맞장구를 친 것입니다.

군부는 청국 및 러시아와의 전쟁 승리에 도취되어 끊임없이 전쟁을 통한 영토확장 야욕을 내보였습니다. 만주 군벌 장작림(張作霖) 폭살과 만주사변 상해사변을 독단으로 자행했습니다. 사후에 이들 사건의 원만한 수습에 나서려는 내각과 정치권에 대해서는 제2 제3의 쿠데타 가능성으로 위협했습니다. 나아가 독일-이탈리아와의 삼국동맹을 체결하고 ,국제연맹을 탈퇴했습니다. 국민도 언론도 군부의 결단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육군은 ‘전쟁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팸플릿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부정하고, 통제경제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해군의 압력으로 미국-영국과의 해군 군축 런던 회의도 결렬시켰습니다. 군부가 주장하는 ‘시대조류’에 밀려 거수기 노릇만 하던 모든 정당은 전쟁론자들의 압력으로 해산했습니다. 대신 군부정권의 수상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의 전횡으로 만들어진 대정익찬(大政翼贊)의원연맹이라는 단일 정당이 탄생하면서 태평양전쟁에 돌입했습니다. 결과는 영토도 인명도 잃는 참담한 패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국회는 국민도 몰래 세비를 작년 대비 16%나 올린 것으로 최근 밝혀졌습니다. 18대 때보다는 20% 가량 인상돼 연간 실제 수령 액수가 2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몰래 세비를 인상할 수 있는 것은 여야 원내대표가 세비 인상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의 결재만으로 확정하기 때문입니다. 상임위나 본회의에서는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눈만 뜨면 으르렁대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제 밥값 챙기는 일에는 어떻게 그리 입을 잘 맞췄는지 놀랍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원내 대책회의에서 “19대 국회의원 세비가 18대 때보다 20% 가량 올랐으니 의원의 생산성도 20% 올라가야 한다”고 발언함으로써 알려졌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19대 국회는 공천헌금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차떼기’ 정당으로 호된 질타와 대선 패배를 겪은 새누리당은 현영희 의원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의혹이 남아 있고, 돈 문제만 나오면 전면에 불거지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검찰의 칼날을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국민과 언론의 지탄이 심하다 싶으면 상설국회니 민생우선이니 의원연금과 면책특권 반납이니 떠들다가도 정작 실행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상설은커녕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과 결산 심의를 끝내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임기가 끝나도록 사장되는 법안이 수천 건에 이르곤 합니다. 회기 또는 임기 마지막 회의에서 수십 수백 건의 법안을 단 5분 안에 무더기로 처리하는 작태를 두고 우리 국회의 생산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국회의원이 되면 그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200여 가지나 됩니다. 굵직한 것들은 제외하더라도 국비로 1년에 2회 해외 시찰, 전화료 우편료 주유비 차량유지비 야근식비 의원회관 유지비 지원, 항공기 1등석과 KTX 선박 무료 탑승, 골프장 VIP대우, 공항 귀빈실과 VIP주차장 이용, 치과질환 무료 진료 등 수없이 많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돈 공천이나 이권 개입 사건에 빠지는 일이 없으니 국민이 고운 눈길로 보겠습니까.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의 의원들은 불황과 민생을 감안해 자제하는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일본은 올들어 세비를 14%나 자진 삭감했습니다. 미국은 2년째 세비를 동결했습니다. 스위스에는 의원회관과 보좌관이 없고, 덴마크 의원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자강불식(自强不息)합니다. 멱살잡이나 단상점거는 물론 망치나 전기톱의 등장, 인분이나 최루가스 살포의 예를 찾을 수 없습니다.

팍팍한 국민 생활은 외면하면서 제 밥그릇은 살금살금 챙기고, 염불은 뒷전으로 미룬 채 공천장사나 이권 개입에는 앞장서는 국회의원이라면 선량(選良)이 아닌 철면피라는 인식이 짙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백성의 살림과 욕구를 무시하는 대표는 손가락질 당하고 원망을 삽니다. 민심이 이반하면 요언 요설이 난무합니다. 성난 물결(민심)은 끝내 배(정부)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배가 난파하면 선장도 선원도 온전하지 못합니다.

열매 (67.XXX.XXX.218)

"헌법제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것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즉, 국민의 평등권은 법에의해 종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 민국 국민은 순수한, 배타적인 평등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All men are created equal." 이런 명시된 문구가 헌법에 없다는 것입니다. 법을 교묘히 잘 만들어 놓기만 하면 이 법에 따라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그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가 있다는 게 현 한국의 헌법실태입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이 글에 대한 반론이나, 댓글 가감없이 부탁드립니다.

답변달기 ▼

2012-10-05 02:36:47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