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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리 입시
고영회 2012년 09월 27일 (목) 00:50:54
대입수시지원이 끝났습니다. 수험생은 이제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시지원하느라 학부모들 주머니 많이 털렸을 겁니다. 요즘 대학에 제대로 보내려면 학생의 머리,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이렇게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냥 웃고 넘길 우스개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담긴 뜻이 깊습니다.

아무리 애 머리가 좋고 노력해도, 엄마가 모은 입시정보에 맞게 공부해야 합니다. 복잡한 입시제도도 모르면서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거드는 아버지는 “모르는 소리 하지 말고 입 닫아요. 당신 입시 때와 같이 생각하면 큰일 나요!” 하며 핀잔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학교 내신, 교내 경시, 내놓을 실적(스펙)을 쌓으려고 수험생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내몰립니다. 덩달아 엄마는 피곤해하는 애를 실어 나르고, 입시정보를 얻으려 사방으로 뛰어야 합니다.

교과부는 올해 수능시험도 쉽게 내겠다고 합니다. 그래야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과목 만점 목표를 몇 %로 정하여 문제를 내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말이 안 됩니다.

대학은 절대점수가 아니라 상대점수로 학생을 뽑습니다. 다른 학생과 견줄 때 자기 점수가 어느 곳에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해당 과목에서 상대 위치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어렵고 쉽고가 쟁점이 아닙니다. 문제가 어렵든 쉽든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나 등급을 받습니다. 이치가 그렇습니다. 문제 난이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열심히 한 학생과 그러지 않은 학생의 점수에 차이 납니다. 문제가 쉬우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문제가 쉬워 두 학생이 같은 점수를 받으면 실력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때 등급이 실제 실력과 달리 매겨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학생이라도 단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등급이 달라집니다. 실제 실력과 점수로 나타난 실력이 서로 달라집니다.

문제 하나를 실수하면 학교가 달라지고, 또 하나를 실수하면 지역이 달라지고, 하나 더 실수하면 대학 가고 못 가고가 달렸다는 볼멘소리를 교육당국은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수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라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실수하지 않으려 같은 문제를 몇 번씩 되풀이합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같은 유형의 문제를 끝없이 풀고 또 풀어보는 공부에서 보람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이거야말로 입시 지옥입니다.

수능에서 변별력이 없으니 다른 요소로 넘어갑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2013학년도 대입전형 유형이 3,186개(수시모집 전형 2,105개와 정시 전형 1,081개)라 합니다. 이렇게 전형이 많으니 일선 고등학교 입시담당 상담 선생님도 제대로 상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비싼 자문료를 주어서라도 입시학원을 찾아야 합니다. 옛날 학교 선생님 상담만으로 원서를 냈던 아빠가 한마디 하면,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심각한 것은 입학사정관제입니다. 학생을 다양하게 뽑을 길을 터준다는 점에서 좋게 볼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딴 나라 얘기입니다. 입시에서 교과목 공부 외에 학습활동, 봉사활동 등 실적을 입학사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입니다. 본래 뜻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학생이 내신에 매여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판에 교과목이 아닌 다른 실적을 쌓을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도 실적을 쌓았다면 학생 스스로 한 게 아니라 주변에서 한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떠도는 얘기입니다. 작년 강남 어느 일반 고등학교에서, 서울 유명 의대에 학교성적 최상위 학생은 떨어지고 상당히 아래인 학생이 붙었다 합니다. 알아보니 그 학생이 알앤이(R&E, 아래 설명 참조) 논문을 썼고, 그 논문이 이름 있는 해외 학술지에 실렸고, 입학사정에서 그 논문 실적을 인정받아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 때문에 요즘 학부모 사이에 알앤이 바람이 거세다 합니다.

과학고도 아닌 일반고 학생이, 학교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연구하여 의료분야 논문을 썼고, 그 논문이 학술지에 실렸고, 학교는 그 논문을 높이 평가하여 그 학생을 합격시켰다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 과정 어느 하나도 정상일 수 없습니다. 가장 교육답게 교육시키고 교육받아야 하고 학생을 뽑아야 하는데, 어느 하나 교육다운 게 없습니다. 이제 의대를 보내려는 생각을 가진 부모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알앤이를 어떻게 하는지 찾아 나서야 합니다. 알앤이는 뭐며, 알앤이 논문을 낸 학생, 그것을 입학사정에서 핵심요소로 받아들인 입학사정관, 대학교수, 학생, 학부모 이들 사이는 어떤 관계일까요. 그렇지만 그 학생은 여전히 학교 잘 다니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교육에서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탄식이 나온 지 오래됐습니다. 교육을 통해 앞날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앞날입니다. 교육 본질에 충실하게 입시제도를 바로잡아 나가야 합니다.

* R&E(Research & Education)는 연구를 통한 교육을 말합니다. 주로 지도교수 1명과 학생 3~5명이 한 무리를 이루어 특정 연구를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지도교수는 학생에게 조언하고 학생이 연구의 중심 역할을 합니다. 연구가 끝나면 연구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는 것으로, 과학고나 대학에서 연구하며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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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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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19.XXX.XXX.227)
<고재윤 12.09.27 10:51>
올려주신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후일에 한국사회에서 부모를 잘 두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가 올것 같아 걱정입니다. 저는 다행히 두딸 중 첫째는 한의대를 졸업, 분당에서 개업을 해서 그런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침을 잘 한다니 기회되면 연락주세요.
둘째딸은 소아과전문의 마치고 현재 동탄 있는 병원에서 일합니다.
왜 이런 이야기하냐면 말씀하신 입시과정이 옛날과 달리 엄청 복잡해요. 그런 가운데 어떻게 어떻게 우여곡절끝에 행운이라면 행운일까 이렇게 되었어요
나는 환경부에 있다가 내년이 정년이고 관운은 재미가 없었어요.그렇지만 자녀들에게 내려준 행운으로 현세대를 아름답게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늘 바른 말, 바른 생각, 올려주시고 공감가는 면이 많고 또 종씨라서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감사합니다. 고재윤 강원대 농업자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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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0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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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5) (119.XXX.XXX.227)
<한승국 2012-09-29 09:10:10>
피터지게 치열한 대입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파헤치면서도 시종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 차분한 객관성과 진지함, 시침 떼고 구사하는 매혹적인 유머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추석에 주요 신문의 수준을 알게 한 동국제약, 롯데백화점 광고, 도로공사 현수막, 조선일보 오늘 날씨 <배꼽> 기사에 버젓이 나타난 <행복한 추석 되세요>란 표기법에 대해서도 특유의 일갈 부탁 드리겠습니다.<^^!
<배장호 2012-09-27 18:50:30>
가슴에 와 닿는 내용입니다. 요즘 입시생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변별력 있는 출제가 되어 우수생과 보통학생을 구분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이무성 2012-09-27 14:36:09>
고영회변리사님의 글은 항상 진취적입니다. 옳은 판단, 정확한 지적, 개선방향이 명료하게 제시됩니다. 고선생님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지적과 의견을 쓰겠씁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격려 하리라 생각합니다. 계속 걸으면서 나라와 교육을 걱정하시는 고선생님께 건강한 내일을 기원합니다.이무성사룀
<오마리 2012-09-27 10:15:55>
수시 전형은 보통 큰일이 아닌데 알 앤 이, 라는 것도 참 문제이군요.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의 양극 현상은 더욱 커질 터이니 걱정입니다.
<이병욱 2012-09-27 09:48:59>
상큼한 정답을 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일이 점수에만 국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세월에 바로서는 교육을 보개 될지요. 추석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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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2 09: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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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회담내용을 잘못 보도하여 엉뚱하게 반탁운동을 벌이게됐다는 내용을 읽고 기가 찼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이런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알까요?
인내천 님, 의견 주셔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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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8 10: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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