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는 동북아시아의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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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는 동북아시아의 격랑

방석순

2012년 09월 28일 (금) 00:59:55

한반도의 사면이 심상치 않습니다. 작은 섬의 영유권을 둘러싼 인접국들의 신경전으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시비, 중국과 일본, 거기에 대만까지 끼어든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대만명 댜오위타이(釣魚臺), 일본명 센가쿠열도(尖角列島)의 영유권 분쟁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어선을 가장한 북한 괴선박들이 잇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어 남북 긴장상태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우리 해군이 서해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서해 군사력 강화를 노골화해 군사적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험악해진 것이 한일 관계입니다. 지난 광복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시비는 극에 달한 느낌입니다. 거기에 종군위안부 보상 문제가 겹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일본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극우시민단체들의 반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도쿄 오사카와 나고야 삿포로 등지 도심 한복판에 욱일승천기를 들고 나온 이들은 태극기를 짓밟고 ‘독도는 일본 땅’ ‘한국과의 국교 단절’, ‘한국제품 불매’를 외쳤습니다. 더러는 “한국을 이기는 강한 일본이 되지 못한다면 세계에 나설 수 없다.” “한국을 저주한다. 재일 한국인을 죽여라.” 라는 위험천만한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중일 관계도 악화일로입니다. 일본 정부의 센가쿠열도 국유화 조처에 항의해 대륙 곳곳에서 격한 반일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고의로 일본 상품의 통관을 늦췄고, 관광객들은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관련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습니다. 일본은 센가쿠 분쟁 탓에 중국에 대한 연간 수출액이 1조엔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산업에 미치는 여파는 더욱 클 것입니다.

대륙과는 상대적으로 일본에 우호적이던 대만도 댜오위타이의 영유권과 조업권을 주장하며 일본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열도 해역에 들어간 대만 어선들을 향해 일본 순시선이 물대포를 발사하자 대만 순시선도 물대포로 응수했습니다. 양측은 한동안 무력충돌의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사태 진화를 위해 일본 정부는 서둘러 중국 대륙과 대만에 특사를 파견했습니다. 즉각적인 효과는 없었지만 중국과 대만에 대한 일본인들의 자세가 한국에 대해 취해온 것과는 정반대여서 놀랍고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힘이 있느냐 없느냐’ ‘어떤 이득과 불리가 있느냐’는 것만이 그들의 자세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반한(反韓) 화중(和中)의 곡예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현 총리에 이어 ‘강경우파’인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곧 다시 집권할 조짐이어서 동북아 분쟁의 위험은 그만큼 더 높아져가는 분위기입니다. 대표적 극우파로 통하는 그는 지난 26일 제1야당인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직후 “일본 영토와 영해가 위협받고 있다.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 정권을 되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힘이 세어지면 자랑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중국도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처음 건조한 항공모함 랴오닝(遼寧)함의 취역식을 가졌습니다. 주변국을 향한 무력시위인 셈입니다. 중국의 노골적인 군비 강화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자극해 군비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은 피할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동북아의 안보상황이 급변하고 현실적인 위협이 증대되어 가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가 안보상황에 대해서만은 정부와 국회,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다시 국론 분열로 외침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국가 존립을 위해 적어도 자국 영토를 지킬 만큼의 군사력 확보는 절대 불가결한 것입니다. 국제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고, 상대를 설득하는 외교력의 발휘도 필수적입니다.

독도는 대한민국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 번지의 지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거리입니다. 일본 쪽에서의 최단거리는 시마네(島根) 현 오키시마(隱岐島)에서의 157.5㎞입니다. 울릉도에서는 독도 조망이 가능하지만 오키시마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독도에는 김성도(73)씨 부부를 비롯해 독도등대, 경비대 직원 6명 등 모두 8명의 주민이 있습니다. 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황우여 대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 등 3,500여 명의 명예주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도 명예주민증은 독도를 방문한 뒤 60일 내에 독도 홈페이지(www.intodokdo.go.kr)를 통해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독도의 지리적 위치나 실효적 지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우리의 영토임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와 논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국제법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또 그런 자료와 논리로 최대한 널리 독도의 영유권을 인식시키는 홍보와 외교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풀기는커녕 갈수록 꼬이고만 있습니다. 남한은 북한을 경제협력으로, 북한은 남한을 무력 위협으로 길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68년 1ㆍ21사태를 극복하고 1972년 7ㆍ4남북공동성명이 나왔으며, 1983년 아웅산테러사건 후에도 1990년 남북 통일축구로 소통의 물꼬를 터 남북 교류가 본격화되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당연히 할 만한 일을 하면서도 대책 없이 일만 저질러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남북 교류의 단절이나 독도 주권 주장, 종군위안부 보상 요구가 그렇습니다. 공개적인 압박 외에 상대를 설득해낼 만한 외교적인 묘책이나 노력이 전혀 없었다면 앞뒤를 가리지 않은, 너무도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처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꽉 막힌 상대와의 우회 소통로를 뚫어내는 것이야말로 외교 능력이라 할 것입니다. 한일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를 원만히 풀기 위한 정치 외교적 지혜가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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