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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 진실에 속지 말아야
박상도 2012년 10월 04일 (목) 01:36:18
TV에서 앵커가 입고 나오는 의상, 특히 여성 앵커가 입고 나오는 의상은 그 태가 참 곱습니다. 그런데 그 여성 앵커가 입은 의상의 상표를 확인하고 매장에 가서 같은 옷을 입어보면 왠지 TV에서 앵커가 입었던 것처럼 몸에 잘 맞지 않습니다. 그럼 이내 실망하면서 푸념을 하게 됩니다. ‘TV에 나오는 앵커는 몸매가 모델 같아서 이 옷이 맞춘 것처럼 딱 맞았나 보다’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옷핀에 속은 겁니다. 허리와 어깨와 겨드랑이 등등.. 곳곳에 옷핀으로 의상을 고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무려 십여 개의 옷핀으로 의상을 고정해 놓은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그러다 옷핀에 찔리지 않아?’하고 우스갯소리로 놀리기도 합니다.

시청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이유는 TV에서는 앵커의 뒷모습을 보여주기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시청자들은 TV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앵커의 의상뿐만이 아닙니다. 방송의 내용도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편집되어 전달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친구가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TV에서 인터뷰를 해달라고 해서 한 시간이나 열심히 응해줬는데 정작 중요한 내용은 다 빼버리고 제작자의 의도에 부합되는 부분만 편집되어 방송에 나가더라는 것입니다.

환경이 오염되면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취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PD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PD에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증거나 전문가의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문가가 "사실 암이 발생하는 이유는 환경보다는 개인의 식습관과 유전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라고 얘기를 한다면 PD는 그 전문가의 인터뷰를 자신의 다큐멘터리에 사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PD는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할 것입니다. 첫째는, 자신의 의도와 부합되게 인터뷰를 해주는 또 다른 전문가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앞서 다른 취지의 인터뷰를 한 그 전문가에게 “환경의 오염도 암 발생과 연관이 있겠죠?”하고 되물어서 “그렇습니다. 환경이 오염 되면 아무래도 암 발병이 늘어나겠죠”라는 대답을 얻어서 그 부분만 자신의 다큐멘터리에 쓰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려 할 것입니다. 물론 환경 오염이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면 자칫 과장된 일반화의 오류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60minutes’를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객관성과 공정성으로 정평이 난 이 프로그램조차도 소설(fiction)적인 요소와 단편적인 진리의 제시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구성 단계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한 궁금증을 만들어서 그 궁금한 것을 풀어나가는 소설의 기법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설적인 구성을 하게 되면 같은 사실이라도 그 강도가 증폭되어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예를 들면, 자주색 고구마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지금이야 자주색 고구마에 대해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10여년 전에는 흔하지 않았던 신품종이었습니다. 10여년 전 방송에서 처음 자주색 고구마가 소개될 때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자주색 고구마가 있다는데 정말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리포터가 자주색 고구마를 찾아 헤맵니다. 여기 저기를 헤맨 끝에 드디어 자주색 고구마가 재배되는 농장에 가서 자주색 고구마를 캡니다. “와! 신기하다.”를 연발하며 리포터가 소개를 합니다. 여기에 자주색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이 항산화작용을 한다며 마치 산삼이라도 만난 듯이 호들갑을 떱니다.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마트에서 일반 고구마보다 두 배는 비싼 자주색 고구마를 몸에 좋은 거라며 사서 드십니다. 그런데 사실은 가지에도 포도에도 블루베리에도 안토시아닌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의 섭취를 위해서라면 그냥 가지를 사서 드셔도 되는데 굳이 자주색 고구마를 드시려는 이유는 TV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주색 고구마를 드셔보라고 설득했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프로그램의 구성을 밋밋하게 해서 ‘자주색 고구마가 개발됐는데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은 자주색 과일이나 채소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제작을 한다면 시청률도 좋지 않을 것이고 방송을 본 사람들은 자주색 고구마를 선뜻 사서 드시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다큐멘터리 역시 내용 전달을 극적으로 하기 위해 10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실을 100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빈약한 그 사실조차도 일반화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산에 살면서 말기 암을 극복한 사례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도시의 찌든 삶 속에서 암에 걸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산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했더니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가 다큐멘터리의 줄거리였습니다. 암을 극복한 이야기의 주인공에게는 산에서 수련하듯이 사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겁니다. 또한 현재 암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는 큰 희망을 안겨주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엔 80만 여명의 암 환자가 있으며 우리 국민 세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사망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준 말기 암 극복 사례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극소수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말기 암을 극복한 생생한 사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즉, 단편적인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단편적인 진실을 영어로는 'a truth'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편적 진리인 'the truth'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사실 대학 강단에서조차도 'the truth'는 추구의 대상이지 이미 구현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물며 시간적 제약이 있는 방송프로그램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잘 포장된 'a truth'가 시청자에게는 'the truth'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몇 성공 사례를 보고 ‘암에 걸렸을 땐 산에 들어가 살면 낫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낫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산에서 생활하면 다 나을 수 있다면 우리국민의 사망원인 1위가 암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PD는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산에서 암을 극복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이는 극소수의 사례이고 모든 분들에게 적용 가능한 이야기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취사선택은 수용자의 몫입니다. 미디어의 ‘선택적 지각’ 이론에 의하면 미디어에서 보내는 정보의 수용은 이용자가 필요한 것만 받아들인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말기 암 환자에게는 산속에서 생활하면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얘기만 들릴 것입니다. PD는 선의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해도 자신의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한쪽의 얘기만 맹신하게 된다면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가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자칫 과대 포장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PD가 양심적으로 주의를 주는 경우에도 수용자들은 한쪽의 이야기에 쏠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제작자가 한쪽의 이야기만 전달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아래의 사진은 미디어가 사실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수용자가 전혀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군이 이라크 포로에게 총을 겨누며 경계를 하면서 물을 먹여주는 모습입니다. 가운데 컬러사진이 실제 상황입니다. 하지만 왼쪽 사진은 총을 겨누는 모습만을, 오른쪽 사진은 물을 먹여주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P / 이노우에 이쓰오 (Itsuo Inouye)  
이 사진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미군의 인도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포로를 즉결 처형하는 잔인한 미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도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미디어가 사진의 한쪽만을 보여줄 때 나머지 한쪽을 찾거나 요구하는 현명한 수용자가 많아진다면 터무니없는 편집을 하거나 단편적 진실을 과장해서 포장하는 제작자는 설 자리를 잊게 될 것입니다. ‘주권자의 참여가 민주주의의 수준을 결정’하듯이 미디어 수용자의 현명한 판단과 참여가 언론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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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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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7.XXX.XXX.246)
그러면 그렃지. 초심은 안 그랬는데 차츰 변하더니 이제 선거철이 되니 가면을 벗는 자유컬럼......금년 말에는 철새처럼 바뀌겠지요.썰물처럼 오물처리되어 사라지겠지요. 이미 우리 속에 들어온 조류를 이들만 못 보고 있으니...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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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1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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