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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기사 조심
임철순 2012년 10월 10일 (수) 00:11:17
‘조심 조심 기사 조심’은 신문이나 방송에 기사가 나가지 않게 조심하라는 게 아니라 운전기사를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보도기사는 조심한다고 해서 나갈 게 안 나가지 않지만, 운전기사에 대해서는 평소에 늘 조심하고 잘 대우해 주면 말썽이 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다시피 정치인이나 기업체 경영주들은 그가 데리고 있던 기사들의 비리 제보에 의해 구속되거나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중국으로 밀항하려다가 그의 운전기사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검찰에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인테리어업자 이모씨의 운전기사였던 사람은 파이시티 로비 사실을 알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씨를 협박해 1억원을 챙겼습니다. 그는 최 전 위원장에게 “다 알고 있으니 돈을 달라”는 협박편지를 보내면서 돈 보따리를 찍은 사진을 동봉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검찰에 고발한 것도 돈을 준 사람의 운전기사가 제보를 해옴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조사를 거친 뒤에 취한 조치였습니다.

검찰은 주요 뇌물 사건이 터지면 피의자의 운전기사부터 먼저 조사합니다. 피의자 본인이야 모르쇠나 부인으로 일관하기 마련이지만, 금품 심부름을 한 기사는 전후 상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사는 직접 돈가방이나 박스를 운반하지 않았더라도 승용차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나 전화통화 내용을 다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 대한 불출마 종용 협박으로 논란을 빚은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경우, 택시를 탄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전화통화 내용을 다 들은 택시 기사의 증언이 나오자 군색한 해명을 한 일도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해고를 당하거나 섭섭하고 억울한 일을 겪은 기사들이 전 고용주를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일까지 생깁니다. 지역단체의 한 간부는 기사가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청하자 예외를 적용해 그렇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형편이 나아지자 그 기사는 중간정산으로 손해를 봤으니 없던 일로 하자며 원래 퇴직금을 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거절했더니 그가 차 타고 다니며 술 대접 받은 것, 사적 용도로 승용차를 이용한 것 등을 다 폭로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이제 운전기사가 상전입니다. 모시는 사람의 구린 구석을 속속들이 보고 들어 알고 있는 운전기사들의 ‘배신’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사람을 채용할 때 더 신중하게 따져보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뒷좌석의 대화나 통화를 듣지 못하게 방음스크린 장치를 한 고급 외제차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보안’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멀찌감치 승용차에서 내려 자기 기사 모르게 택시로 옮겨 타기도 한답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돈이나 물건 심부름을 한 기사들이 많을 텐데, 그런 기사들이 나중에 까탈을 부리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사람들이 아마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을 못 알아듣게 방음을 하고 눈에 안 띄게 은밀한 일을 하는 것보다 평소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것입니다. 택시를 탔을 때나 아니면 자기 승용차에서 마치 운전기사가 없는 것처럼, 그 자리에 늘 있는 무슨 물건이나 되는 것처럼 기사를 안하무인으로 무시하면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실 운전기사들은 안 보는 듯, 안 듣는 듯하면서도 손님이나 고용주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살피고 주시하는 사람들입니다. 눈치로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데도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함부로 반말이나 찍찍 하고 마치 종 부리듯 하니 탈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사를 쓸 정도의 신분이라면 운전기사로부터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적으로 신뢰는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아는 어느 기업체의 대표 A씨는 운전기사의 머리에서 냄새가 많이 나 머리가 아플 정도인데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고 죽을 지경이라며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하소연을 하곤 합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다녀야 하는 시간은 분명 고역일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그의 기사는 나에게 A씨가 차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걸핏하면 시간이 없다고 마구 달리라고 하고 나이도 자기가 더 많은데 반말을 해 기분이 나쁘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이 둘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어떤 모습으로 헤어질지,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양쪽의 불만을 다 알고 있는 나는 아주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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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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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환 (121.XXX.XXX.16)
임 선생. 조두환입니다. 세태를 반영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신분은 물론 종사하는 일의 귀천이 재정립되어야 하는 조용한 혁명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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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3 21: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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