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본 일본의 호전ㆍ침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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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본 일본의 호전ㆍ침략성

황경춘

2012년 10월 17일 (수) 01:08:47

우리나라 역사책에서는 고대 조선과 왜(倭)라고 불리는 고대 일본의 첫 만남은 백제의 학자 왕인(王仁) 박사가 천자문과 논어를 일본에 전수(傳授)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문화교류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일본 역사책은 다릅니다. 그들은 ‘삼한정벌(三韓征伐)’이란 항목으로 ‘진구코고(神功皇后)’라는 여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3세기 초에 조선을 침공한다는 험악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일본에서는 ‘와니(王仁)’ 박사라고 부르는 백제 석학을 초빙한 ‘오진(應神)’ 천황의 어머니가 바로 이 호전적(好戰的) 여왕이라는 전후가 잘 부합(符合)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 여왕은 오진 천황을 잉태한 만삭의 몸으로 신탁(神託)을 받아 알지도 못한 조선반도를 향해 험한 바다를 건넜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일부 일본 역사학자까지도 이 설의 진위(眞僞)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삼한’도 당시 조선반도 동남부에 있던 마한, 변한, 진한의 세 부족 국가를 말한다는 설과 신라, 백제, 고구려 세 나라를 호칭한 거라는 등 설이 분분합니다.

또한 일제의 일본국사 교과서에는 조선반도 남부에 3~4세기 경 ‘임나(任那, 일본어 발음은 미마나)’라 불리는 나라가 있었으며, 이곳에 왜의 외교 대표부 격인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가 있었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의 고대 역사책의 하나인 ‘니혼쇼키(日本書紀, 720년 완성)’에는 ‘임나일본부’는 562년에 신라에 의해 격퇴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비문에도 왜의 침입에 관한 언급이 있는 만큼, 나중에 왜구(倭寇)로 세력이 확대되어 고대조선 여러 나라를 괴롭힌 해적들의 전신(前身)이라 말할 수 있는 왜 침략자들이 초창기의 이런 나라를 괴롭힌 흔적은 고고학자들의 연구로 적지 않게 발견되었습니다.

고대 일본에서는 왕인 박사 외에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에서 조선반도로부터 소위 ‘도래인(渡來人)’이 많이 건너 와 나라(奈良)시대의 ‘아스카(飛鳥)’문명의 성장에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그때의 찬란한 백제문화 유물이 현재에도 당시의 수도였던 나라를 중심으로 부근에 많이 남아 있고,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희귀한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얼마 안 가 내전에 휘말리고 무인(武人)들이 서서히 득세하여 전국시대로 들어갑니다. 일본 국내의 소요를 틈 타 왜구는 세력을 확대하여 조선반도뿐 아니라, 중국대륙의 동해안 일부, 대만, 류큐(琉球, 지금의 오키나와) 및 동남아 일부에까지 해적행위를 확대했습니다.

마침내는 대륙 침공의 야욕을 참지 못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전국시대의 천하통일을 이룩하자 명(明)나라 침공의 전 단계로 ‘조선정벌’을 결심하여, 가토 키요마사(加藤淸正)를 비롯한 지방 영주(領主)들이 약 15만의 대군을 이끌어 임진왜란을 일으켰습니다.

1592년(임진)에 시작되어 잠깐의 휴전 기간을 포함하여 약 7년 간 계속된 우리 민족의 이 비극은 일본민족의 호전ㆍ침략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낸 사례로 1910년의 경술(庚戌)국치와 더불어 한ㆍ일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큰 사건입니다.

명나라뿐 아니라 현재의 인도지방에 있었던 천축(天竺)까지의 침공도 염두에 둔 도요토미의 야심에 찬 대륙정복 계획은 실패로 끝났지만, 19세기에 명치유신(明治維新)으로 일본이 왕정복고(王政復古)를 한 뒤에도 정한론(征韓論)으로 그 야욕의 꿈이 다시 고개를 쳐듭니다.

유신 공신으로 이름을 올린 ‘사이고 다카모리(西鄕隆盛)’를 중심으로 혈기왕성한 강경파가 한말의 우리 대원군 쇄국(鎖國) 정책을 빌미로 한국 출병을 거론하였습니다. 정한론자는 내정 혼란을 걱정한 신중파의 반대로 정치적으로 실각하였으나, 그들의 뜻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영토 팽창에 눈이 먼 군부 강경파는, 서구 자유국가의 교육을 받은 일부 온건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륙 진출에 나서 마침내 청국과 러시아와의 두 번의 전쟁을 거쳐, 대만과 한국을 강점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육군 원수 및 총리대신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피살되는 등 우리 애국 시민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조국은 끝내 35년 동안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 못할 고초를 겪었습니다.

3세기 초의 ‘삼한정벌’의 신화를 신봉한 그들은 300회를 넘는 왜구 침범 후에 ‘조선정벌’이란 임진왜란과 조선 강제병합을 거쳐 대동아전쟁 때까지 영토 확장의 야욕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일본 국수주의자(國粹主義者)들의 정체(正體)입니다.

그들 일부는 17세기에 지금의 태국에서도 일본인 마을을 경영하며 활동했으며, 용병으로 당시의 ‘아윳타와’왕국을 위해 일하며 스페인 군함의 침공을 격퇴하는 등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두목 야마다 나가마사(山田長政)는 국위선양을 했다고 사후 250년이 넘은 1915년에 일본정부의 훈장도 받았습니다.

1930년대 초 일본 땅에서 초등학교에 다닌 필자는 줄넘기 놀이를 할 때 부르는 구전(口傳) 동요에 ‘조선정벌 나갔던 기요마사(淸正)가 개선해 돌아온다’란 가사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며, 같은 노래 일부에는 ‘이홍장(李鴻章)의 두상은 대머리’라고 청일전쟁 때 청국 대신이었던 그를 비하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군국주의 바람이 어린아이 동요에도 침투했던 예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일본이 1905년 그들의 일개 지방 관청이 한 어부와 합작한 간계(奸計)로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편입시킨 것을, 명치유신 직후 그때까지 조공국(朝貢國)이었던 류큐(오키나와)왕국을 일본 영토로 슬쩍 편입시킨 것과 동일 눈높이로 보는 일본인이 많은 듯 느껴져 가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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