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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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경화

황경춘

2012년 11월 08일 (목) 00:59:44

우리보다 20년 먼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일본은 9월 하순 베이징에서 있을 수교(修交) 40년 기념행사에 대규모 경축사절단을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토분쟁으로 격화된 중국 내의 반일 시위로 이 기념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폭동을 동반한 시위운동은 일단 진정되었지만 근본문제에 대한 양국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댜오위다오(釣魚島)’라 부르는 센카쿠(尖閣)열도 영유권 분쟁은 1972년 양국이 수교하기 전부터 있었던 문제입니다. 그러나 수교 당시 중국 수상이었던 저우언라이(周恩來)와 1978년 중국공산당 부주석 덩샤오핑(鄧小平)이 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차세대에 맡기자는 비공식 제안을 하여, 양국은 그동안 과격한 대립을 자제해 왔습니다.

지난해에 있었던 주변 해역에서의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의 물리적 충돌에 이어, 이 센카쿠열도로 중일 두 나라 사이의 외교적 충돌이 금년 여름 고조되어 마침내는 중국 내 100여 도시에서 격렬한 반일 시위가 계속되고, 일제 차나 일본 기업이 데모대의 습격을 받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동기가 된 것이, 지난 4월 미국 방문 중에 당시 동경도 지사였던 대표적 국수주의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의 센카쿠열도를 동경도가 매입하겠다는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평소 무인도인 센카쿠열도에 등대와 무선 중계탑 등을 세우고 어선 선착장을 마련하여 인근을 통행하는 외항선과 어부들의 안전을 돕자고 말해 왔습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개인 소유인 섬을 매입하는 기금으로 쓰라고 시민들의 성금이 답지하여, 반년도 되기 전에 그 액수는 일화로 15억 엔(약 200억 원)에 가까워졌습니다. 당황한 것은 일본 내각이었습니다. 중국 반대의 선봉인 이시하라의 동경도가 센카쿠를 매입하면 중국을 자극할 것이 불 보듯 하기 때문입니다.

이시하라를 자제시키려던 노력이 실패하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돌연 센카쿠열도의 국유화를 결정하였습니다. 중국을 설득하기에는 이편이 나을 거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조치가 중국을 더욱 자극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센카쿠 사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고조된 한일 두 나라의 영토 분쟁과도 겹쳐 일본 정계는 대단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9월에 있은 여야 두 정당의 당수 개선에 앞서 여론을 의식한 당수 입후보자들의 대외 강경노선 발언이 동아시아의 평화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틈을 타 착실하게 성장한 것이 일본의 재무장론(再武裝論)이고 전쟁을 포기한 현재의 소위 ‘평화헌법’ 수정의 당위성이었습니다. 당수로 입후보한 여당의 노다 총리와 제1야당 자민당의 전 총리 아베 신조(安部晉三)는 물론이고, 이시하라와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 도루(橋下徹)도 이 흐름에 가담하였습니다.

만일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중일 두 나라 중 어느 쪽이 이길까라는 가상기사를 어느 일본 신문이 실어 일본이 유리할 거라는 결론을 낸 데 대해, 중국 당국은 논평을 자제하였으나 중국 언론이 이를 반박하였습니다. 문제의 이시하라 본인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많은 일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일본 자위대의 실력은 대단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일본의 공군과 해군의 실력은 “병사의 장비와 훈련도”에 있어 미국 다음 간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통상 무기의 전쟁에 있어 일본이 시나에 패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중국을 싫어하는 그는 이 글 내내 중국을 비하하는 ‘시나(支那)’라는 옛 중국 호칭으로 일관했습니다.

중국과의 센카쿠 대결에 있어 일본에 중요한 것은 “가까이 오면 칼로 친다”고 위풍당당했던 옛 ‘사무라이(武士)’의 기개라고 강조한 그는 “다시 시나와 대치하는 데 있어, 나는 최저한의 핵무기 시뮬레이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하며, “일본의 높은 핵 기술은 중국에 대해 아직도 큰 위협이다”라는 호언으로 그의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한 자민당의 새 총재 아베는 당의 제2인자 간사장 자리에 방위청장관과 방위대신을 역임한 자위국방 주창자로 총재 선거에서 차점을 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를 기용했습니다.

그 이시바는 만일 중국에 있는 13만에 가까운 일본 교민에 위험한 사태가 일어나면, “자위대를 써서라도 대피시키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신임 소감의 글에서 말했습니다. “이때까지 일본 정계에서는 외교와 안보 문제는 표에 연결되지 않는다는 정설(定說)로 경시되어 왔다”고 논한 뒤, 이러한 무사안일주의는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946년에 공포된 전후 일본의 헌법 제9조는 전쟁포기, 전력(戰力) 불소유 및 교전권 부인의 소위 ‘평화3항목’으로 일본 지식층의 지지를 받아왔는데, 이것이 지금 보수정객들이 가장 즐기는 성토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미일방위협정 체제하에서의 일본의 비핵(非核)정책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우파의 제3세력 결집을 모색하는 이시하라와 하시모토는 교토(京都)에서 만나서 ‘일본유신 대연합’ 결성을 결의하였습니다. 한편 지지율이 18%대로 하락한 노다 정권은 뒤늦게 당 노선을 온건 리버럴로 수정하여 차기 총선에 임하겠다고 했으나, 개헌을 추진하는 우파 세력이 국회 과반수를 점할 것은 확실하다고 일본 언론은 보고 있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지금보다 더욱 우경화(右傾化)한 새로운 일본 정부가 들어설 것이 확실한 이때, 거의 때를 같이하여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지도자가 바뀝니다. 그들의 외교수완에 우리가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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