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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예찬 2
신아연 2012년 11월 26일 (월) 01:40:11
탁구를 시작한 지 얼추 두 달째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탁구장을 드나들며 탁구와의 인연과 사귐이 제법 깊어진 느낌입니다.
함께 탁구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면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으레 있는 소소한 갈등과 잡음이 동호인 모임에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더불어 실감합니다.

‘하룻강아지’인 저로서는 땀흘리며 운동하는 자체가 재미있기만 한데 오래 하거나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사람들은 서로간의 경쟁심 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은연중 보입니다. 말로는 ‘운동삼아 하는 거지 선수될 건가, 뭐? ’ 하면서도 회원 모두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약간의 시기와 질투로 조금씩은 괴롭게 취미생활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젯밤 게임에선 아무개가 아무개를 3대 0으로 이겼다더라, 이제 소문 좀 나게 생겼다, 아무개는 창피해서 어쩌나, 의외로 소문이 오래 가거든.” “여자한텐 지면 완전 쪽팔리지만 이겨도 본전이야, 남자가 여자를 이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남자하고 여자가 게임을 하면 결국 남자만 손핸 거지.” “5년 전엔 내가 아무개를 이겼잖아. 기억 안 나? 근데 오늘은 내가 왜 진 거야,속상하네, 정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맞는 거야, 평소엔 잘 되는데 게임만 하면 실력이 다 안 나오는 게 문제야.”

게임이 끝나면 겸연쩍게 웃거나 투덜대며, 심지어 5년 전 기록까지 들먹이면서 제각기 구시렁 구시렁 변명을 하거나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냅니다.어찌 탁구뿐일까요. 골프나 고스톱을 쳐보면 본래 성격이 다 드러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시기심은 가장 근원적이고 원시적인 정서인지라 탁구장에서도 말이 좋아 승부욕이지 비교에서 오는 우월감과 좌절감이 ‘핑퐁감염’처럼 기류를 탑니다.남보다 잘 해야 한다, 저 사람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골똘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실력과 기록을 향상시키겠지만 남보다 좀 잘 한다고 유세를 떨거나 대놓고 상대를 깔보면서 동호회의 분위기를 망치고 화목을 깨뜨리는 것은 좋아 보이질 않습니다.

나이들면서 이런 유의 감정 소모가 피곤해진 저는 종종 ‘살리에르 체험’을 스스로에게 시도합니다. 모차르트의 재능에 대한 시기심을 불쏘시개 삼아 자신의 삶을 몽땅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영화 <아마데우스>의 비참한 살리에르가 되지 않기 위해 시기심과 좌절을 번갈아 맛보며 면역력을 키우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반에서 1등을 하는 ‘모차르트’는 그 반의 나머지를 ‘살리에르’로 만들지만, 전교 1등 ‘모차르트’앞에서는 ‘살리에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런저런 삶의 장에서 자꾸만 살리에르가 되어 보면서 시기심을 완화시켜 현실의 제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시드니 탁구협회 동호인이 백 명쯤 되고 모두가 게임을 한다고 칠 때 결국 한 명이 나머지 99명을 살리에르로 만들겠지만 그도 역시 국가대표 선수인 코치 앞에서는 살리에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모차르트 코치’는 국가대표 5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미 ‘살짝 살리에르 ‘이고 세계 대회에서는 ‘거의 살리에르’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까짓 작은 모임 회원끼리는 이기고 진들 ‘우물안 개구리’요, ‘도토리 키재기’ 련만 그럼에도 묘한 감정의 기류가 생긴다는 거지요. 하기야 저는 올챙이도 못 되고 도토리 축에도 못 끼지만 말입니다.

어차피 경쟁은 우물안에서 하고 , 키는 도토리끼리 재는 거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모든 면이 그렇듯이 어쨌거나 과도한 경쟁은 무의미하고 해롭습니다.

낡고 처진 외투같은 일상의 무기력을 떨치기 위해 애써 용기를 낸 사람, 나이 듦에 위축되고 초라해지는 자신을 다독이며 망설임 끝에 시도한 경우, 비갠 오후 창문을 열어 젖히듯 삶의 활기를 되찾고 싶은 모처럼의 결심 등이 또다른 경쟁의 장 앞에 실망하여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탁구를 시작한 후 저는 더 많이 웃습니다. 돌발적으로 날아오는 공을 우연이나마 받아내고,또는 아차 하는 순간에 놓치고 하면서 2.7그램에 불과한 작고 가벼운 공을 정신없이 쫓아다니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웃음이 계속 터지는 것입니다. 탁구장에서 막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공에 걸린 마법에 희미하게 미소 짓습니다. 승부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어찌 아니 즐거운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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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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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맘 (1.XXX.XXX.211)
탁구 자꾸 하다보면 욕심이 생겨서 살리에르 정도가 아니랍니다.
남자들도 혹이라도 여자가 계속 이기면
그 승부성 자존심에 금이 간듯하면
상대방 여자 선수에게 강한 스메싱을 보내
얼굴이나 팔 다리에 3G의 구타를 당하게 한답니다.
공이 날라오는 순간 퍼억~ 하면
살에 달라붙고 그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피멍이 든답니다.
그래도 재미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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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07: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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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60.XXX.XXX.96)
신아연님!

재미 있게 읽고 나도 탁구가 하고싶어서 옛날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느 곳이든지 사람들 사는 곳은 다 똑 같다는 생각이 들고 오늘 이곳은 비가 내리고 외로워서 책을 보다가 컴퓨터를 켰는데 재미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 신아연님의 글은 공감이 갑니다. 땀 흘린 만큼 운동도 되고 웃고, 즐거워하시니 나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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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21: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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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60.XXX.XXX.96)
신선생님, 저는 한국일보에서 꽤 오래 근무한 전 언론인 하장춘 입니다.
1980년대 중반 호주를 방문하여 캔버러, 시드니 그리고 뉴질랜드와 휴양지를 다녀 온 적이 있어 멀게만 느껴지던 호주가 탁구 이야기를 읽으며 가까워 진 느낌을 가집니다. 지구가 작아진데다 우리교포들이 많이 사신다고 하면서 더욱 가까워 진 것입니다. 좋은 컬럼 많이 보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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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20: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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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60.XXX.XXX.96)
그렇지요, 즐기면 되지요.
도토리 키재기란 말씀을 읽으니 오래 전 일이 생각납니다. 고교 졸업식을 마친 2월말 동기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그 중 한 그룸이 '개성이 어떻고' 하는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귓등으로 들은 나는 갑자기 끼어 들어 한 소리 했습니다. "개성이란 게 뭐야. 히말라야가 높다, 챌린저 해연이 깊다 하지만 거대한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그게 높다, 깊다 할 수 없잖아. 개성이란 것도 사람이란 존재의 공통점이 대다수인데 극히 작은 일부가 다른 걸 가지고 말하는 거잖아..." 이런 식으로 궤변을 늘어놓으니 그 토론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니 계속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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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2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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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인내천님은 넘치는 에너지에 정말 아시는 것도 많고 활동도 다양하십니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신 분인 것 같습니다. 국궁에 대한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정말 그런 방식으로 하면 고루 즐거움과 기쁨을 나눌 수 있고 덩달아 실력도 향상될 수 있으니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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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20: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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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220.XXX.XXX.128)
프로 농구를 자주 봅니다. 감독들의 작전타임 때 그들이 선수들 한테 어떻게 하나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이는 지고있으면 선수들을 심하게 다그치고 얼굴이 폈다찌그러지기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심한 감독들은 그 구단에다 전화해서 '선수들이 어디 노옌가'하며 전화질을 하는 편입니다. 이길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승부욕이 지나친 사람은 정말 보기 흉합니다. 물론 시합은 이겨야지만 감독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구나 하며 자신의 부족함은 왜 탓하지 않고 선수만 못살게 하는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잘못도 알아야 하는 것인데 남탓만 하는 사람은 지나친 '욕심'에 자신을 마모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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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1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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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아주 잘 관찰하셨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선수들이, 더구나 어린 선수들의 경우 그 심적 부담감이 오죽 하겠습니까. 감독은 또 감독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거지만요... 저는 경쟁심은 딱 질색입니다. 자기의 삶, 자기의 꽃을 피우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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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20: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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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4.XXX.XXX.159)
운동삼아 치는 탁구에서도 승부욕이 작동한다는 말씀에 약간 의아해 집니다.
저야 탁구의 룰도 모르니 어떻게 칠 때 점수가 올라가는지 통 관심도 없고요.
다만 상대가 보낸 공을 놓쳐서 리듬이 깨지면 미안하겠다 싶었을 뿐.
잘 하고싶은 마음, 잘 해야지 싶은 욕심이 가벼운 승부욕을 자극한다면 그것으로 더 잘 칠 수 있어지고 더 열심히 치고 더 건강해 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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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20: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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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맞는 말씀입니다. 잘 하고 싶은 마음, 작은 욕심이 없다면 자신의 실력자체가 늘 수가 없겠더군요. 탁구를 시작한 후 저도 많이 건강해지고 무엇보다 명랑해졌습니다. 저는 원래 잘 웃는 편인데, 요즘은 노상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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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07: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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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걸 (60.XXX.XXX.96)
탁구예찬을 읽노라니 중고등학교 시절 땀을 뻘뻘 흘리며 탁구치던 때가 떠오르는군요.

저는 왼손잡이라서 같이 치는 친구들이 약간 곤혹스러워했지요.

지금은 그 많던 동네 탁구장도 다 사라지고, 어른들은 다 같이 작은 공인데

온통 골프공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탁구공이 서워러 살겠어요?


탁구를 치면서 즐거워야 하는데, 그것도 경쟁이라고 이기고 싶어하고, 지면 부아가 치밀고

질투심이 동한다니,

하하~ 어떻게 보면 그래서 살아있는 것이 아름답지 않을까요?



이제부터 저도 산에만 돌아다니지 말고 탁구와도 친해져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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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13: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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