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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와 트라우마
안진의 2012년 12월 18일 (화) 02:33:41
   
  안진의, 트라우마 2, 140x80cm, 장지에 석채 혼합재료, 2011  

저는 지금 북촌의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황홀한 장관, 빛 나오르는 꽃의 몸짓>입니다. 그간 꽃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결국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표현했다면, 최근의 관심은 일상의 사소하거나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미물을 꽃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변화를 갖게 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업 변화의 갈증을 느끼던 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리던 저는 가장 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벌레였습니다. 그리고 벌레를 그리기 위해 도감을 빌리러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실물도 아닌데 사진으로 보는 벌레는 역시 징그럽기만 하여, 제대로 쳐다보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제게 벌레는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더럽고 추한 것이었고, 이 기억의 각인은 6살 무렵의 악몽 때문입니다. 병치레가 잦았던 저는 어머니의 곁에서 잠을 잤는데, 갑자기 바퀴벌레와 같은 검은 벌레들이 제 온몸을 덮어버렸습니다. 머리끝부터 발톱까지 어느 하나도 제 모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극도의 공포감에 소리도 안 나오고 겨우 어머니의 품안으로 헤집고 들어가면, 어머니와 맞닿은 부분만 괜찮고 제 움직임을 따라 어둠보다도 까만 벌레들이 제 온몸을 덮었습니다.

너무 무서워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가위눌린 상태에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고 다만 어머니와 닿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악몽을 꾼 이후부터 차라리 몸집이 있는 뱀이 덜 무서울 것 같았습니다. 작은 벌레는 예상할 수가 없어 더욱 무서웠습니다. 자다가 작은 벌레가 귓구멍으로 들어오면 어쩌나, 한여름의 초파리가 눈에 들어와 붙어버리면 어쩌나, 벌레는 늘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개미 한 마리 잡지 못한 건 당연했고, 방안에 등장한 귀뚜라미에도 기겁을 했습니다. 대학시절 야외스케치를 나가면 동기들이 괜히 주먹을 쥐고 손을 내밀어도 그 안에 벌레가 있는 것 같아 울어버렸습니다. 바퀴벌레가 출현하면 방 안을 뛰쳐나오거나 책상 위로 올라서서는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고, 성인이 되어 다소 용기가 생긴 후에는 책을 던져 눌러놓고 식구들을 불러 치우라 했습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벌레에 대해서는 일종의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가 있는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꽃잎, 나뭇잎으로 진드기과의 벌레를 표현해보았더니, 그 벌레가 앙증맞기도 하고 예쁘기조차 했습니다. 벌레가 풀을 만나 풀벌레가 되니 새롭고 부드럽고 편안한 정서로 와 닿았습니다. 트라우마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돌아볼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찮은 미물에게도 어쩜 청춘이 있고 운명 같은 사랑이 있고 죽음 앞에 떨고 있는 외로움이 있을지 모릅니다. 일상에 의미 없다고 하는 것에 대한 의미 부여, 그래서 저의 작업은 새로운 변화를 갖습니다.

내일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날이네요. 어느 대통령이 앞으로의 시간을 이끌어 갈지 궁금해집니다. 차기 대통령은 제가 벌레를 극도로 싫어했던 경험과 그로 인한 선입견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던 것처럼, 불통으로 긴 시간을 헤매지 않았음 합니다. 소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낮은 곳에서 허리 숙이고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온 마음으로 껴안아 줄 수 있는 마음이 고운 분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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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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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 (222.XXX.XXX.51)
허락도 없이 위글을 내 블로그에 옮겼습니다.아래는 제 블로그에 쓴 덧글입니다.
우리 외손녀 7살 인서는 화가이신 친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인지, 그림을 잘 그립니다. 공룡을 좋아해서 한 동안 공룡 그림만 그리더니, 뱀도 그리고 파충류도 그리며 이들의 모습과 색깔이 너무 아름답다고 찬탄합니다. 아내는 안진의 화백처럼 뱀, 벌레, 파충류 따위는 질색이어서, 인서의 그림 주제들을 때로 징그럽다고 야단 합니다. 안 화백의 표현을 빌리면 트라우마인 셈이지요.
착을 떼어내고, 판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원래 그대로 빛나 아름다워집니다. 단막증애[但莫憎愛]하면 통연명백[洞然明白]하리라. 신심명 한 줄 이를테면 구결[句訣]입니다. 바로보고 바로 알기. 부처가 주신 가르침은 이처럼 단순명료합니다. 화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세계도 이와 같으리라 가만히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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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3 1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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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83.XXX.XXX.139)
천적으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풀벌레는 풀의 색깔로 위장하거나 아님 공포(?)의 색깔을 지니기에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빛깔은 없습니다.
그런데 꽃잎으로, 나뭇잎으로 덧입혀 놓으니 아름다운 벌레로 바뀌는군요.
4대강의 수호신 최병성 목사의 이슬사진전을 보고 이슬도 다같은 이슬이 아니라 어디에 달렸느냐에 따라서 이슬은 꽃과 호수,하늘,구름 그리고 거미줄,사람사는동네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었습니다.아마도 이슬을 주제로한 사진전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합니다!
벌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롭게 단장하니 예술작품이 되고, 하찮은 이슬에 인격을 부여하니 새로운 예술의 경지가 열리듯이 우리의 정치도 작고 하찮은 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때 격차와 차별을 없애고 대동세상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권에서 하찮게 여기는 노동자와 농민이 이세상을 유지 발전시키는 두 축입니다,농민은 먹지 않음 죽는 먹을거리를 생산하고,노동자는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만들어내는데도 사회적 대우는 바닥입니다!
지금 축사에서는 사료가 소를 먹고 있습니다, 쌀값은 10년전보다 저렴하고 고추값은 20년째 1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어 농촌은 350만도 안되는 자연양로원으로 변했습니다! 대기업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40대에 명퇴를 강요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몰려 언제 그만둘지 몰라 불안해하고 비정규직도 못하고 쫒겨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철탑을 오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체게바라는 한 사람의 생명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재산보다 1000만배나 값지다고 했고 예수는 온 천하하고도 바꿀 수 없다고 설파했습니다!
그러기에 휴전협정 폐기하고 평화협정 맺어얍니다!
후손을 담보로 우선 편하려 돌리는 핵발전소 그만 멈춰얍니다!
의사의 소득과 길거리 청소부의 월급이 대등하고,머리는 비상한데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사람이 없고,몸이 아픈데 돈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고 학력차별 없이 능력과 필요에 따라 노력의 댓가가 주어지는 대동사회를 만들어 갔음 좋겠습니다! 수출은 그런데로 하는데 정신과 문화수준이 형편없는 짝퉁사회를 벗어나 사회정의를 세워 문화강국,통일강국을 이뤄갔음 좋겠습니다!
막혀서 죽어가는 4대강이 좌아좌악 흘러 철새들이 새까맣게 도래했음 좋겠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는 날이 내일입니다!
소수의 얘기에 귀기울여주고 낮은 곳에 허리 숙이고 모두가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게 하는 그런 후보를 선택해서 우리의 운명을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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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9 0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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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66)
나는 벌레를 친근하게 느낌니다.
송충이 잡이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던 중학생이였지요.
어린시절 셀수없이 시골 이사를 다녀 친구를 만들 틈이 없어 작은 미물의 생명체에 친근함을 가졌지요.
거미줄을 만드는 거미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였고 물고기의 밥으로 꽃지렁이도 예뻤지요.땅강아지를 잡아 경주시키는 놀이도 콧등에 땀이 송송 솟아오르는 흥분을 주었지요.무덤가의 송장 메뚜기는 구워먹는 것이 아니어서 서운함도 가져보고.
자연 속의 벌레는 흥미로왔지요.
도시생활의 시작으로바뀌벌레를 처음 보았을 때는 인상이 해충이구나 하는 정도였지요.안진의님은 작은 별세계를 놓친 유년 시절을 보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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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8 11: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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