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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늙는구나(4) - 갈발의 지니?
임철순 2007년 07월 09일 (월) 09:07:18
 어쩌다 읽게 된 월간 『시문학』 6월호에 재미시인 황갑주의「38선의 노래」라는 시가 실려 있었습니다. 「노래는 곧 그 사람」이라는 글에서 내가 언급했던 대중가요가 이 시에 2개 등장합니다. 좀 길지만 전문을 인용하겠습니다.
 
 망망한 사막의 천지 속을 나 홀로 몇날 며칠을/떠돌고 있을 때/나직이 절로 나오는 노래는 언제나 38선의 곡이었다/아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아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망망한 사막의 천지 속을 나 홀로 몇날 며칠을/떠돌고 있을 때/남북이 가로 막혀 원한 삼천리/꿈마다 너를 찾아 38선을 헤맨다를 한없이/부르다가 저절로 달리 이어지는 노래는 어머니였다//울어 봐도 불러 봐도 못 오실 어머니여/원통해 불러 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나는 우리 어머니가 생존해 계신데도/왜 이 노래만 부른지 몰랐다/나는 남쪽 나라에 살고 있으니 이산가족도 없는데/왜 분단 노래가 내 18번인가//눈물도 말라버린 나는 이 유행가만 부르고/부를수록 기운 없는 내가 살아나고 있었고/좋은 사람 되라고 내 기운을 돋궈주는/어머니가 계시니 기뻐서 울고 아아 내 조국의/소망이 어울려 한없이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데도 「불효자는 웁니다」에 콧날이 시큰거리고, 이북 실향민이나 이산가족이 아닌데도 「가거라 38선」을 좋아하는 것은 가사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노래는 그 곡조와 가락 덕분에 우선 기억되는 것이지만, 가사의 중요성도 결코 그에 못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사가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고향설」이라는 노래를 내가 잘 부르는 이유도 가사가 꽤나 시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2절의 ‘소매에 떨어지는 눈도 고향눈 뺨 위에 흩어지는 눈도 고향눈’이 인상적인데, 대체로 모든 노래의 가사는 1절보다 2절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작사자들이 1절에서 모든 걸 다 말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가사가 틀렸거나 엉터리로 번역된 노래가 참 많습니다. 먼저 이미자가 불렀던 「저 강은 알고 있다」. ‘비 오는 낙동강에 저녁 노을 짙어지면 흘려 보낸 내 청춘이 눈물 속에 떠오른다’. 비가 오는데 저녁노을이 짙어진다니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호랑이가 장가 가는 그런 날씨 비슷한 건가요?

 「월남의 달밤」이라는 노래는 ‘남 남쪽 섬의 나라 월남의 달밤’ 이렇게 시작되는데, 월남은 잘 알다시피 섬나라가 아닙니다. 섬이 많은 나라라는 뜻으로 쓴 거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 없지만.

 「소양강처녀」의 2절,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도 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소양강 일대에 무슨 남쪽에나 피는 동백꽃이 피느냐는 거지요. 이연실의 「찔레꽃」1절은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라고 돼 있습니다. 꽃이 아니라 잎을 먹는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하얀 잎이라는 말이 문제입니다. 잎이 하얀 꽃이 있나요?

 노사연의 히트곡 「만남」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라고 시작됩니다. 여기의 바램이 바람의 잘못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도는 사실 애교입니다. 맞춤법 틀린 것까지 일일이 시비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고, 부를 노래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사가 잘못된 것을 안타까워 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김희갑의 절절한 목소리가 좋은 「불효자는 웁니다」-. 그 2절은 이렇습니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 못 믿을 이 자식의 금의환향 바라시고 고생하신 어머니여 드디어 이 세상을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며 우는 건 좋은데 ‘드디어’ 가시다니! 어머니가 가시기를 그렇게도 바랐다는 것인지, 어따 대고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결국 그래서 나는 불효자라는 고백인가요? 

 스티븐 포스터의 「금발의 제니」의 원래 제목은「Jeanie with the light brown hair」입니다. 그러니까 밝은 갈색 머리의 지니입니다. 줄여서 말하면 금발의 제니가 아니라 갈발의 지니 쯤 되는 건데 갈발이라는 말이 우습고, 밝은 갈색 머리의 제니(제니든 지니든)라고 하면 아주 길고 어색합니다. 어쨌든 제 마음대로 과감하게 해 버린 번역입니다.

 30여년 전에 히트했던 3인조 여성그룹 와일드 캐츠의 노래 「마음 약해서」는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돌아서는 그 사람 혼자 남으니 쓸쓸하네요 내 마음 허전하네요’ 이렇게 되는데, 거기까지 잘 불러 놓고는 갑자기 뭐가 좋은지 짜~라라짜짜짜, 그럽니다. 그것도 가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그 남자가 가기를 바랐던 것일까요?

 그러나 잘못된 가사든 엉터리 번역이든 그 노래들은 다 세월의 이끼가 끼고 뭇 사람의 입에 오르면서 나름대로 멋과 의미를 갖게 마련입니다. 틀렸다고 시비해 봤자 고쳐질 리 없고 악착스럽게 고치려 할 것도 없습니다. 노래는 그렇게 늙는 것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틀린 가사를 보면 이럴 수가 있느냐고 흥분했지만…. 이제는 굳이 따지며 배척하기보다 틀렸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자장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쓰다 보니 이것저것 노래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짜~라라짜짜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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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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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edtree (211.XXX.XXX.129)
해뜰날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전에도 글에 썼지만 요즘 노래는 너무 몰라서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대체 누구신가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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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0 07: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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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68.XXX.XXX.66)
그리 섭하게 하시나?????""그런 건 쓸 수 없습니다"""라니요. 통상의 우리 표현으로 "그런 건"이라면 좀 비하하는 기분의 말투인데,,,,과연 그런 뜻입네까? 아니시라면 이제 시간도 좀 있으실테니 공부 좀 하시고,언젠가는 쓰십시~,,기다립니다,,(거 괜실히 옛 노래로 폼 잡으며 나이들었다 자랑마시고,,나이든 것은 자랑 할 일은 아니지만, 님의 마음이 아직도 젊었다는 걸 아래 댓글을 다는 모든 이에게 알려 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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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9 08: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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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edtree (211.XXX.XXX.129)
솔직히 말하면 이 아래 해뜰날님이 가사 이야기를 하셔서 이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발해를 꿈꾸며' 그런 건 쓸 수 없습니다. 아는 게 있어야지.... 이동 총장님 노순석상무님(전무?) 홍승철씨 이용백 원장님 김장실 실장님 노재천 국장님, 그리고 제가 잘 모르지만 여기 들어와 글 남겨 주신 분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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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2 13: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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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68.XXX.XXX.66)
가사에 대한 얘기가 없으면,,,,,이라고 찐따(?)를 걸었더니, 얼씨구 이번에는 그런 얘기가 많군요.기분 좋게,재미 있게 읽었습니다.아직 5,60년대의 "늙은 노래"가 주인데 언젠가는 거시기,,,"발해를 꿈꾸며",,,또는 "너를믿엇던만큼난내친구를믿었기에난아무런부담없이널내친구에게소개시켜줬고그런만남이있은후로부터우린자주함께만나며즐거운시간을보내며함께어울렸던것뿐인데그런만남이어디서,,"를 볼 수 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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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2 08: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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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기 (61.XXX.XXX.76)
연배이신 것같은데, 가사내용에 대한 분석력 대단합니다. 평상시에 노래를 부를 때 좀 이상하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해남에서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으로, 정부에서 맞지 안는 말을 할 때 화를 내고 하였는데, 지금은 필자와 같이 짜~라라짜짜짜! 하는 형태로 변하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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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0 11: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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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석 (210.XXX.XXX.211)
컬럼을 보며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틀린 곳을 쪽집게 처럼 찾아낸 것도 그러하지만 참 정갈한 맘으로 잘못을 다독거려서 말이죠.그러나 작사자들이 시향에 취해 완성한 그 시대의 정서를 공감하면서 싸한 그리움도 함께 밀려 왔습니다.
완성한 가사의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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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0 09: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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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 (211.XXX.XXX.211)
노래 가사에도 여러가지 사연이 많군요.

그중에서, 와일드캐츠의 '마음 약해서'는 한때 저의 애창곡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짜~라라짜짜라~~~는 이해가 갑니다.

혼자 남으니 쓸쓸하고...이판사판 짜~라라짜짜라~~~가 아닐런지요.
저도 이래저래 일이 안풀릴 땐 짜라라짜짜라~하곤 한답니다.

괜한 사족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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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18: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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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실 (152.XXX.XXX.25)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연재를 기다립니다. 대중에게 친근한 소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능력이 너무 좋아서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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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14: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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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천 (59.XXX.XXX.129)
무심코 넘겼던 노래가사에 대한 의미가 회수가 더해갈수록 마음에 와 닿은것은 무었때문일까? 자장가에 대한 노래가사가 무엇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됩니다.
더운 날씨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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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1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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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영 (222.XXX.XXX.150)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로움이 넓어진다는 증거이겠지요. 상대방의 조금한 실수도 용납이 안되던 것이 나이가 듦에 따라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이치에 공감하게 되고 되 돌리기 보다는 순응해지는 것이 인생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수고로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안녕히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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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10: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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