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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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황경춘

2012년 12월 20일 (목) 00:59:50

12월 19일 한국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공교롭게도 한 달 남짓한 시간대(時間帶)에 동북아시아 주요 세 나라 최고 지도자가 다 바뀌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거리상 우리나라와 제일 가까운 일본에서 있었던 중의원 총선거는 일본의 대외 이미지를 전후 최악으로 바꾸고 앞날을 걱정케 하는 불길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12월 16일에 있었던 일본 선거에서 재무장 등 보수주의 선거구호를 내세운 제1야당 자민당은 480석 하원의 과반을 훨씬 넘는 294석을 얻어 3년 만에 다시 여당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역시 재무장을 외치며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한 ‘일본유신의회(維新の會)’도 54석을 얻어 두 당 당선자 총수가 개헌에 필요한 정족수 3분의 2를 넘게 되었습니다.

자민당을 이끄는 전 총리 아베 신조(阿倍晉三)는 한국에 관련되는 위안부와 독도 문제에 초 강경 자세여서 우리와의 마찰은 피할 길이 없을 듯합니다. 그는 위안부에 관한 종전의 정부 사과 성명의 철회를 주장하고, 독도의 시마네 현 편입 고시를 기념하는 ‘다케시마(竹島)의 날’ 행사를 종래의 지방 현(縣) 주최에서 중앙정부 주최로 격상하자고 주장합니다.

매년 2월 22일에 열리는 이 기념식을 새해에 중앙정부 주최로 열게 되면, 이날이 바로 한국 새 대통령의 취임식 사흘 전이라 독도 영유권 분쟁의 일본 측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일본 정계 일부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있어, 이에 대한 아베 정권의 결정이 주목됩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의 첩(妾) 노릇을 해오다가 요즘에 와서는 ‘시나(支那)’의 첩 노릇을 하고 있다”고 현 여당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선거연설을 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동경도지사는 총선 직전에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의 국수주의 ’일본유신의회‘에 합류하여 이 당의 선거운동을 지휘하였습니다.

이시하라와 하시모토의 독설에 가까운 포퓰리즘 선동에 마취된 듯 많은 유권자가 표를 던져, 중앙 정계에 처음 진출한 ‘유신의회’는 54석을 얻어, 57석으로 가까스로 제2당 자리를 차지한 여당 민주당을 바짝 뒤따랐습니다.

이번 당선자의 정치성향 조사를 한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당선자 약 9할이 개헌을 지지하고 집단자위권 행사 찬성자는 약 8할이었습니다. 한편, 선거 전 유권자 대상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현재의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는 것에는 조사 대상의 5ㅣ%가 반대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30% 내외의 지지밖에 못 얻은 자민당이 압승한 것은 무려 12개의 정당이 난립하고 철저한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 덕도 있었지만, 일본의 현상을 바꾸어보자는 유권자의 갈망도 컸습니다. 포퓰리즘에 약한 현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허점(虛點)이 여실히 드러난 결과라 하겠습니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는 했지만 참의원에서는 여전히 제2당이기 때문에, 아베 정권은 명년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까지는 급격한 우경(右傾) 보수정책을 서둘지 않을 것으로 보는 평론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1945년 8월 연합군에 항복하여 민주화의 길을 택하여 한때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이번 선거 결과를 비롯하여 여러 면에서 크게 변했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이 옛 일본인의 높은 도덕성과 시민정신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관료의 무능, 부패와 산업사회가 가져 온 전통적 미풍양속의 심각한 타락을 보여주었습니다.

20년 이상 계속된 경제침체로 ‘워크맨’ 녹음기로 세계를 놀라게 한 ‘소니’의 신화는 사라지고, ‘경영의 귀신’으로 숭앙받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키운 ‘파나소닉’은 국제신용등급 하락의 수모를 겪는 등 일본 경제도 크게 후퇴했습니다. 세계시장을 석권하던 일본 전자 제품이 한국 제품 때문에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80년대 초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제 아내는 일본인의 친절과 정직성에 감탄했습니다. 지방 도시의 관광버스 기사가 산상의 전망대에서 경사진 길에 들어서기 전 승객의 양해를 얻어 차를 멈추고 브레이크 장치 점검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렇게 손님의 안전을 염려하던 일본 여행사가 최근에는 비정규직 기사를 고용하여 과로와 부주의로 대형 사고를 내는 일이 빈번합니다. 세계 제1의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 철도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족을 지극히 아끼고 상하 질서를 존중하던 미풍이 산업화의 영향으로 크게 손상되고 전통적 시민의식이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사망한 부모 시신과 오래 동거하거나,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죽이는 일이 자주 보도됩니다.

한때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국민의 3분의 2까지 달했던 것이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최근의 정부 조사에서는 39.2%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뜨거웠던 한류 열풍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강남 스타일’의 ‘싸이’도 일본 언론에서는 아주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해마다 연말을 장식하는 공영방송 NHK ‘홍백 노래 대합전(大合戰)’ 프로에 거의 매년 출장하던 한국 가수는 금년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미자, 조용필, 패티 김 등이 등장한 이 유명 프로에 작년까지는 ‘동방신기’ ‘카라’ ‘보아’ 등 우리 가수가 거의 매년 빠지지 않았습니다.

영토 분쟁으로 긴장 관계를 계속하고 있는 중국도 일본의 총선 결과에 신경을 쓸 것입니다.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수가 4개월째 감소하여 10월에는 작년에 비해 33%가 줄었습니다. 중국의 반일 시위는 줄어가는 추세이지만, 일본과의 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시진핑 새 정부도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대륙에서 7년 간 싸웠다는, 재무장을 반대하는 94세 옛 군인이 3백만 엔의 저금을 털어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다든가, 한류붐을 타고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정식 교과로 채택한 학교가 몇 년 전에 비하여 10배로 늘어났다든가 하는 기사는 보도되기는 하나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합니다.

연말에 출범할 아베 새 내각의 부총리에는 반한 언동으로 유명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물망에 오르고, 2~3명의 다른 강경 국수주의자도 중요 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보도되었습니다. 한국의 새 정부가 이렇게 급변하는 일본을 정확히 진단하여 대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차덕희 (121.XXX.XXX.52)

중국교포 부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그녀가 배운 역사의 인식이 사뭇달랐습니다.
그녀는 일본의 조선침략으로 보지않고,합병으로보는 견해여서 중국교과서로 공부를 해 한국에 대한 감정은 일본과 유사했습니다.
합병의 형식으로 침략정책의 발판을 삼아 아시아를 유린하였다는 견해여서 놀랐지요.교과서의 내용이 쇄뇌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우리나라의 일제 침략기를 설명하였지요.
일본은 명분을 만드는데 소질이 있지요.
입시문제로 역사가 덜 중요한 과목이 되어서는 않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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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0 09: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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