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새 (화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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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새 (화본과)

2013년 01월09일 (수) / 박대문

새해 첫날 내린 서설이
메마른 산천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골짜기, 산마루, 바위 위, 나뭇가지에까지
오지게도 쌓였습니다.

목마른 산 짐승 목 축여주고
드러난 풀뿌리 고이 덮어 주며
축복인양, 새로운 삶의 희망인양
온 세상을 은빛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땅바닥 갈색 풀잎들이 흰 눈에 가려지니
언덕 끝 솔새의 꿋꿋한 자태가
하얀 눈바닥에서 선연히 드러납니다.

몰아치는 삭풍에 닳고 닳아
씨앗이 멀리멀리 흩어져야만 하기에
이미 생(生)을 마친 것 같지만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솔새의 억센 풀잎이 삭풍 속에서
리드 악기의 떨판처럼 파르르 떨며
긴 휘파람소리와 함께 사그라져 갈 적마다
매달린 씨앗은 바람 따라 멀리 떠납니다.
씨앗 떠난 빈 쭉정이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봅니다.

솔새는 전국의 산야에서 자라는 다년초로서
수꽃은 까끄라기가 없고 포영(gluma)이 붉습니다.
주로 땔감으로 사용하였으며
빳빳한 뿌리를 잘라내어 묶어서
무명이나 삼베의 길쌈 도중 실이 엉키지 않도록
풀칠을 하는 베솔 재료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종으로는 꽃이 성기게 달리고
은빛이 도는 개솔새가 있는데
솔새의 꽃이삭은 부챗살 모양으로
한쪽으로 달리는 것이 개솔새와 다릅니다.

(2013.1.1. 새해 아침에 아차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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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0 00: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