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방석순 프리즘
     
고려장은 어떨까요
방석순 2007년 07월 13일 (금) 09:22:20
벌써 20여년전, 지금은 기억조차 흐릿해진 일입니다. 어쩌다 해외에 나가면 그곳 박물관부터 찾아보는 게 일정의 시작이었습니다.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던가요. 우선 그 웅장한 규모에 처음 서울 온 촌사람처럼 기가 죽었었지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라는 전통과 역사에 걸맞게 인류 역사유물을 몽땅 한 곳에 모아놓은 듯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우람한 석상과 그리스, 로마의 미려한 조각품들을 돌아본 다음이었습니다. 현지 유학생이던 가이드는 극동과 중동 아시아 민속품들이 진열된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이것저것 살피는 가운데 작은 구덩이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은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이드가 한국의 고려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순간 입맛이 싹 사라져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습니다. 그 요란한 전시유물들이 대부분 영국이 여기저기 식민지에서 빼앗아온 것이라는데 하필이면 우리나라의 전시품이 고려장이라니.

사실 그 전시품이 우리 땅에서 가져간 고려장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요즘 국내에선 아예 고려장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어떤 이들은 고대 제왕들의 순장이 와전되었다, 어떤 이들은 일본인들이 고분 도굴을 호도하기 위해 퍼뜨린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곳곳에 전해오는 고려장굴이니 고름장골이니 하는 지명은 무슨 뜻일까. 만약에 정말 고려장이 있었다면 왜 그런 반인륜적인 풍습이 생겨났을까.

예전 동서 여러 부족들 가운데는 집단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늙고 병든 사람을 산이나 숲 속에 유기하는 풍습이 있었다는 기술이 있긴 합니다. 언젠가 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무리가 전사한 사내의 미망인과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는 영화도 본 듯합니다.

그러나 한편 어미사자가 새끼들을 벼랑에다 굴려 살아 돌아온 새끼만 기른다는 거짓말도 철석같이 믿어온 터이니 고려장의 존재 역시 잘 못 알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새끼를 벼랑에서 굴리는 어미사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옛날 고릿적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는 고려장을 들먹이는 이유는 전혀 다른 데 있습니다. 역사 공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지난 7월 1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입니다. 그날 유엔개발계획(UNDP)과 우리나라 통계청이 약 40년 후에 맞게 될 초고령사회의 재앙을 경고했습니다. 2050년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거랍니다. 우리 인구의 한 복판 나이가 2005년 34.8세에서 2050년 56.7세로 스무살 이상 껑충 뛰어 절반 이상이 56세의 노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냐? 일손 놓는 사람은 많아지고 일할 사람은 적어지고, 먹을 식구는 늘어나고 벌 식구는 줄어드니 그만큼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무엇 때문에? 바로 고령화와 저출산 탓입니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기피하는데 노인들은 갈수록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인구의 현상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출산율은 유럽 선진국 평균을 밑도는 1.13명입니다. 반면 기대수명은 79.1세입니다.

결과적으로 노인에 대한 재정 부담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질 것이라는 게 UNDP의 전망입니다. 지금은 14세 이하 어린이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자가 47명 정도인데 2050년에는 어린이 100명당 고령자가 429명이 되고, 고령자 비율이 인구 10명 중 4명꼴인 38.2%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됩니다. 우리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도달했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들어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책은? 아이는 많이 낳고 노인은 일찍 죽어주는 것입니다.

유엔이 발표한 세계 인구는 현재 66억7천만명. 2050년에는 91억9천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며 살만한 지구촌 적정 인구가 15억명이라던가요. 환경 파괴와 자연 재해의 주 원인인 인구의 급속한 팽창으로 40년 후 지구촌 형편이 어떠할지 짐작이 갑니다.

7월1일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4천800만명, 세계 26위입니다. 그러나 인구밀도는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2005년 기준으로 평방킬로미터당 대부분의 선진국이 23명, 개도국이 64명인데 우리나라는 483명에 이릅니다.

그러니 아이만 많이 낳는다고 될 일입니까. 전체 수명이 길어지는데 아이만 더 낳으면 인구가 불어나고 결국은 좁은 땅에서 살기만 더 어려워질 겁니다.

우리 정부는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해 '새로마지 플랜 2010'이라는 것을 내놨습니다. 아동수당제 도입, 영유아 보육 및 교육비 지원 확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으로 우선 출산과 양육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론 기초노령연금제 시행, 근로 노인에게 국민연금을 높여주는 연기연금제도와 질환 노인을 지원하는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 등 노인들에 대한 지원책입니다.

그것으로 저출산 고령사회 대비는 끝나는 것일까요? 무슨 돈으로,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복지사회를 부르짖는 정부의 뜻은 갸륵하지만 자칫하면 언발에 오줌누기요, 자칫하면 나라 빚잔치하기가 십상입니다.

지금처럼 30세가 되어서도 일자리 구하기 어렵고 50세도 되기 전 퇴직 걱정을 해야 한다면 한 사람의 일생으로 보아서는 15년 벌어 80년을 살아야 합니다. 나라 전체로 보면 30대에서 40대 중반까지 채 한세대도 되지 않는 인구가 나머지 전체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2000년 91조원이던 국가예산은 금년 237조원, 내년 257조원(정부 요구액)으로 늘어났습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예산은 물론 국민 혈세를 짜내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선심행정, 큰 정부를 위해 예산이 팽창일로로 굴러가다가는 가계는 파탄나고 나라살림은 결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럼 다른 대책은? 글쎄 고려장이 더 적당할까요? 어차피 개개인의 일상생활과 복지를 정부가 지원하고 책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보다 큰 일은 정부 조직의 효율화, 전체 인구의 효율적인 관리일 것입니다. 나라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 강화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전체 국민의 평균연령이 56세라면 그 나이 이후까지도 생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새 틀을 짜야 할 것입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은 세계 제일의 부자 빌 게이츠의 하버드대 연설에서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한 ‘창조적인 자본주의’와 ‘온정넘치는 사회’에서. 생산과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 활동의 지원과 적절한 통제, 이를 바탕으로 한 고용의 창출과 확대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역할이 아닐까요.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