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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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길

오마리

2013년 01월 24일 (목) 01:11:52

# 작년 추석이었습니다. 명절을 언니 집에서 보내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아 잠깐 어딘가로 나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로 마음을 열어놓고 지내는 지인이 보낸 추석 선물은 고가의 호텔 이용권이었습니다. 깜짝놀랐습니다. 아직 자신의 집 한 칸도 없이 전셋집에 살고 있는 40대 후반의 이 여성은 그런 선물을 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공기업에 다니는 남편 업무의 특성상 그녀는 항상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살지만 국내에 돌아와 외국 학교생활에 젖은 아이들을 한국의 학교에 적응시키는 일, 돌아오면 살 집이 없어 세를 들어야만 하는 실정이 그녀를 힘들게 합니다. 그런 데다 전세금이 너무 올라서 이번엔 전세금의 일부를 대출받아 그나마 한숨 돌렸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 오랜만에 조카를 만났습니다. 그날 그녀는 10여 년 전에 내가 주었던 낡은 옷과 부츠를 썩 멋지게 입고 나와 나를 기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외교관 부인인데도 결혼 17년 동안 옷 한 벌 변변히 사 입지 못한 것이 내 마음을 시리게 했습니다. 풍요롭게 자랐던 그녀가 결혼 후 이렇게 변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국제변호사 자격증을 얻은 40대 후반인 조카의 남편은 외무공무원으로 일한 지가 꽤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카 부부는 국내 근무를 2년 정도 해야 할 때마다 집이 없어 친정의 도움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친정도 어려워지자 시부모님의 집을 팔아 큰 집을 전세 얻어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음 번 해외 근무 후 귀국해 살 때는 거처 때문에 고민일 것입니다. 그녀에게는 한국의 비싼 전세자금도 없는 데다 시부모가 자녀와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고 독립을 원하며 자신들의 노후문제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의도가 없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조카는 아이들의 교육비 때문에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 어떤 분이 제가 보낸 새해 인사에 이런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외관상 잘 버티는 듯해도 가가호호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이건만, 경조사비도 줄이는 형편이고, 경기와 무관했던 대치동 학원가에도 불황이 닥치는 상황입니다. 무릎 하나 허용할 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을 시작으로, 아직 자리잡지 못한 두 아이의 어미로서, 저 또한 생각이 많습니다. 여러모로 용기가 필요한 새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에 이 여성의 글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던 이유는 이 여성이 남편과 사별 후 홀로 25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꿋꿋하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50대 후반 베이비부머의 세대이며 대학 교수인 그녀의 가슴 서늘한 표현대로 ‘무릎 하나 허용할 곳’ 몇 평도 되지 않는 전셋집으로 옮겼다는 얘기와 소유하던 것들을 처분하고 무소유처럼 산다는 얘길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아직 자립하지 못한 자녀의 걱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여성들과 이들의 남편은 한국사회에서는 누구라도 부러워할 유명 대학, 대학원 그리고 외국유학을 다녀온 고학력자이며 인텔리라고 불리는 지적 상류층입니다. 그리고 현재 모두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겉으로 보아서는 궁색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이들이 자라온 환경이 넉넉했고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중산층과 상류층 사이의 가정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이나 이들의 부모는 성실하게만 살아왔지 격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부를 불리지 못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현재 서민층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는 현실이니 이들이야말로 Education Poor입니다. 재개발지역의 딱지를 사서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린다거나 하다못해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다운계약서조차도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정직한 사람들이었으니 앞으로 퇴직 후 그리고 노후의 경제적 현실은 암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의 마인드는 중산층이거나 상류층입니다. 실제는 노후에 서민층보다 더 잘 살 것이란 보장도 없고 미래의 삶이 안락하리란 보장도 없으니 내심 근심을 하지 않겠습니까마는 결코 궁상을 떨거나 국가나 세상에 대한 불평, 선동적인 언행을 하지 않습니다. 오직 당당하고 묵묵히 모범적인 시민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민주주의의 시대에 가장 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경제적 풍요까지 누리고 있는 공인들입니다. 생계의 수단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념 때문에 조국을 버리고 살기 좋고 풍치 좋은 남유럽이나 프로방스 지방으로 가서 살겠다는 생각을 하는 70대 부유한 민중작가, 운동권시대의 버려야 할 낡은 유산을 버리지 못하고 마치 대한민국이 그 무시무시한 나치당 아래 살고 있는 듯, 살기 좋아진 나라를 폐허인 양 부르짖는 배부른 40대의 인기작가도 있습니다. 이런 작가들이 자신의 한까지 국민에게 심으려는 선동과 세대 간의 분열까지 일으키는 언행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전혀 감사하지 않고 개인적인 원한으로 과거지향적인 편협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사이비 언론들과 SNS 매체가 함부로 던지는 글과 말, 극렬한 표현, 이 모든 것이 무섭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여 귀감이 되어야 할 공인들과 가장 공정해야 할 언론은 사회를 이끌어 가야하는 핵심일 터인데 국민의 단합을 해치는 글과 말을 자중해야 할 그들이 칼보다 무서운 말을 마구 휘두르고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3인의 여성이나 그 가족들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불평 없이 어려움을 참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이고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는 힘의 원천일 것입니다. 세계가 모두 살얼음 딛듯 살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런 시민정신을 가진 선량한 시민들이 국가의 법을 지키며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행복한 세상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정우맘 (1.XXX.XXX.211)

세계강대국 중 빈부 차가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어요
심지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 에서도 빈부차가 어마어마 한데요
그나마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이 아주 잘되어
어느 누구라도 아프면 병원에 돈한푼 안들고도 병원갈 수 있는데
아마도 가난한 서민이 의료보험료 5만원미만 내는 사람이나
최대 300만원의 의료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똑같이 보험 적용되는 나라가
우리나라 인데 너무 스스로의조국을 격하 시키는건 조매 문제가 있는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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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07: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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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맘 (1.XXX.XXX.211)

옛 선비들은 가난하지만 배움과 학문을 소중히 여기고 염치 있는 삶을 살아
어릴적 학교 선생님이나 언론계에 종사하신다면 참으로 존경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얇팍한 지식인들은 언제부터인가 돈으로 학위도 만들고
차명의로 재개발지역의 딱지를 사서 부동산과 재산을 늘린다거나
한치의 양심가책도 없이 세금포탈을 너무나 당연히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세대 어느 구석엔 학자의 양심이나 염치는 진작에 변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오늘 이글을 읽으니 저도 마리님의 마음과 동일한 생각으로
엉터리 지식인 손에 쥐어진 펜은 마치 술취한 망나니 손 안에 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얼이 담겨진 좋은 글이 전파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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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21: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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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24.XXX.XXX.229)

세계가 모두 살얼음 딛고 살아 가고 있는 이 싯점에 시민정신을 가진 선량한 시민들이 국가의 법을 지키며 의무와 책임을 다해 살아 갈때 행복한 세상이 이루어 지리라는 필자의 시민 정신에 지지를 드립니다. 구름 사진 찍으신다는 나그네 오마리 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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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5 14:37:29

3		1

wheeling (67.XXX.XXX.78)

옳으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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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10: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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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식 (24.XXX.XXX.229)

참으로 안타'가운 일들이 우리의 주변에서 졸부들의 근성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졸부와 후손들은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까요.100년을 1000년을 누릴까요. 세상은 공평합니다. 결국에는 건강한 사회는 그를 느낀사람들이 이끌어가겠지요. 희망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좋은 세상이 오겠지요. 멋지고 맛나는 검은 뱀(黑巳)의 축복을 받는 올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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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5 14: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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