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오마리 구름따라
     
'에밀리에게 장미를' (1)
오마리 2007년 07월 14일 (토) 04:47:00
h h 앞과 뒤뜰이 웬만큼 넓고 옆에는 우거진 숲과 계곡이 있어서 가끔 사슴들이 뜰에서 서성이거나, 아주 귀여운 여우가 스쳐가는, 사시절 자연의 향기가 머물던 그런 집에서 산 적이 있었습니다. 참 행복했어야만 했던 시절이었는데 자연을 즐기기보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일하기에 바쁘기만 했 습니다. 눈이 녹으면서부터 입동까지는 자연의 변화에 꺾인 계곡의 나뭇가지, 매일 수북이 쌓인 300년생 소나무 참나무 등의 잎사귀 청소를 해야 했고, 너구리는 매일 나타나 집 뜰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화초를 좋아해서 자초한 일로, 특히 초봄부터 늦가을까지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끝이 없던 정원 일을 누구에게 불평도 못하고 혼자 감내했지만, 동네 이웃들이 산책길에 꽃을 보고 행복해 하는 인사말에 흐뭇했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꽃이 다르고 꽃의 특성도 다릅니다. 전에는 소박하거나 단정해 보이는 종류의 꽃들을 좋아했는데 실질적으로 꽃밭에서 살다 보니 많은 꽃 중에 장미꽃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미꽃이 빠진 꽃밭은 영 맹맹할 뿐더러 향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올림피아드(Olympiad), 하이브리드 티( Hybrid Tea )      아이스버그(Iceberg), 플로리분다(Floribunda)  

너서리(묘목, 정원용 꽃모종 나무 파는 화원)에 갈 때마다 무수히 많은 장미 앞에서 다채로운 색상과 모양새, 꽃잎들, 향기에 취하여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나 둘 사다 심기 시작한 장미가 나중에 세어보니 모두 108 그루(종류로는 대략 90 종)였는데, 2만 종의 로즈 중에 90종은 대단하다고 할 수 없으나 나름대로 결국은 로즈 매니아가 돼 버렸습니다.

장미를 세분하여 간략하게 설명하면 3,500만년 전부터 그 흔적이 증명됩니다. 지금 볼 수 있는 장미는 5,000년의 역사를 거쳐 지금도 그 때처럼 피는 올드 로즈와 잉글리시 로즈(일명 데이비드 오스틴), 플로리분다, 하이브리드 티 로즈, 그랜디 플로라, 클라이머(넝쿨장미), 슈럽 로즈(잉글리시 로즈 포함), 그라운드 커버 등입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장미는 플로리스트(꽃집)에서 상품용으로 대량 생산되는 선물용 장미와는 종류가 다릅니다.
   
  에이브라함 다비(Abraham Darby) 잉글리시 로즈(English Rose, 일 David Austin)  

장미는 끝없는 사랑과 인내를 요구합니다. 헤프지 않은 배려와 정성을 기대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맑은 눈을 뜨고 관심을 가져 주기 바라며, 자격과 품격 있는 관리를 원합니다. 즉 개성이 강하고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데,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의식하는지 다른 꽃이 옆에서 귀찮게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며 홀로 찬란히 피고자 하여 거리를 멀찍이 두고 심어야 합니다
(클라이머와 그라운드커버는 제외).

우선 장미는 오후의 강렬한 태양을 원합니다. 단단한 땅에 뿌리 뻗기를 좋아하고 다른 화초보다 수분을 더 필요로 하면서도 질척거리는 땅은 싫어합니다. 물은 좋아하되 아침에 주는 물, 그것도 잎새(Foliage)에 닿지 않게 주어야 하고 물이 닿은 잎은 낮 동안의 빛으로 상큼하게 말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곰팡이가 어느 화초보다 빨리 슬고 벌레가 자주 끼어 해충약도 자주 뿌려 어야 하며, 주기적으로 영양분을 주지 않으면 탐스러운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또 꽃이 피었다. 지자마자 그 가지 밑을 전지해 주지 않으면 다음 꽃을 잘 피우지 않으니 모든 꽃봉오리마다 지고 나면 쳐 주는 것이 큰 작업입니다. 움이 터 오르는 봄부터 서리가 내려앉는 초겨울까지 이 작업은 계속되는데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갈리카 (Gallica), 올드 로즈 (Old Rose)  

겨울 월동은 뿌리가 상하지 않게 뿌리 주변을 멀취로 덮어주고 가지들은 마대포로 감싸 주어야 합니다. 장미 옆에서 일을 할 때는 옷과 장갑을 두툼한 것으로 무장을 합니다. 장미의 가시는 꽃이 아름다운 만큼 그 독도 커서 한 번 찔리면 경우에 따라 오래 고생을 하기 때문입니다. 단 클라이머와 그라운드 커버는 자생력이 강해 많은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사랑할 때는 장미 꽃다발을 받기를 원합니다. 남성들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장미꽃을 보내는 것을 사랑의 고백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무언지 장미는 희망과 사랑과 정열을 느끼게 해주는 기이한 힘이 있나 봅니다. 고대에서부터나 지금도 결혼식 때, 신부의 머리에 두르는 화환(Garland)이나 부케를 장미로 장식하는 것도 아마 희망적인 미래와 영원한 사랑에 대한 기대에서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엄 토머스(Gramham Thomas), 잉글리시 로즈. 슈럽(Shrub)  

윌리암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소설 「에밀리에게 장미를(A rose for Emily)」은 한 귀족의 후예인 에밀리의 비정상적인 사랑을 보여 줍니다. 에밀리는 자의건 타의건 보통 세상과 유리된 삶을 거부하고 어둠 밖으로 뛰쳐나올 수 없는 숙명으로 선택되어진 여인입니다. 그녀의 주변에서 사람의 냄새라고는 기계처럼 움직이는 아버지와 하녀로 부터일 뿐입니다. 한 발자국도 평인의 삶 속으로 동화될 수 없었던 그녀에게 아버지마저 떠나자 단절과 고립밖에는 없었습니다. 이웃의 모든 이들은 에밀리의 비운을 막연히 가정하면서 방관만 할 뿐 어느 누구도 도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그녀가 장밋빛 희망을 꿈꾸었던 것은 자신의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공사장 책임자인 한 떠돌이 남성을 사랑하면서부터 입니다. 그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져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어 사람들을 잠시 의아케 합니다. 그러나 그 꿈도 잠시, 그로부터 버림을 받은 이후 오래된 유령 같은 뾰족탑 지붕의 저택으로 다시 몸을 숨깁니다. 그리고 그를 소유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합니다. 마치 혼례를 하는 여인처럼 장밋빛 침구와 커튼으로 방을 장식하고, 에밀리는 마지막 방문한 연인을 다시 세상 밖으로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델라니 시스터(Delani sister), 그랜디 플로라 (Grandiflora)  

또한 그 장밋빛 방에서 영혼은 이미 떠나 소유할 수 없는 유기체로 변해버린 정인의 껍질을 붙들고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세월이 흘러, 잿빛 머리가 된 에밀리는 유령같이 허물어져 가는 저택에서 사랑했던 남성의 빈 육신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그녀 인생의 플랜을 매듭짓습니다.

에밀리가 갈망했던 것은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사랑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고독했던 그녀는 많은 희망을 갈구하고 따스한 애정을 그리워했으나 귀족의 신분으로 본의 아니게 본성과 감성을 항상 숨기는 데 길들여져 왔고, 그것이 그녀를 사랑이라는 환상 속에서 탈출할 수 없는 망상에 젖도록 만들었으며, 사랑의 노예가 되어 떠밀려 가게 된 것입니다. 이 불행한 에밀리에게 누군가가 장미꽃 몇 다발씩이라도 주었다면, 그래서 그녀가 장밋빛 날개를 달고 뾰족탑 지붕 밖 무한한 세계로 날아갈 수만 있었다면 그녀는 또 하나의 사랑에 새 희망을 걸었을 것입니다.

사랑은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시소 게임처럼 올라가고 내려감의 평형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사랑은 줄다리기같아서 너무 끌지도 너무 놓지도 말아야 합니다. 또 어려운 퍼즐 맞히기 같아서 처음부터 잘못 시작하면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엄청난 시간과 감성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랑은 에밀리처럼 우리를 불가사의한 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관리의 시기를 놓쳐 잃어버린 장미는 다시 피울 수 없는 것과 같으며, 또한 그 화사한 웃음을 보고자 할 때는 이미 때가 늦어버림과 같습니다.
   
  스완 레이크(Swan Lake), 클라이머(Climber)    

한 송이 아름다운 장미를 보기 위해서는 정성어린 인내와 사랑으로 보살펴야 할 것입니다. 더 많이 늦기 전에….

*장미 사진은 캐나다의 해밀턴 로얄 보태니컬 로즈 가든(Royal Botanical Garden in Hamilton)과
토론토 화원에서 찍은 것입니다.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관련칼럼
· '에밀리에게 장미를'(2)-오마리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5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테리 (74.XXX.XXX.211)
해밀턴 로얄 보태니컬 로즈가든에 갔었읍니다. 오늘. 몇년전에도 갔었는데 오늘은 선생님 글을 본후라 장미송이마다 그루마다 다르게 보였읍니다.하지만 장미가 거의 지고 몇송이씩 밖에 없어서 많이 아쉬웠읍니다. 내년에는 6월 말쯤에 가면 좋겠습니다.이왕이면 마음이 아름다운 장미같은 사람과 함께,,,,,좋겠지요.
답변달기
2007-07-18 13:30:54
0 0
nordy (219.XXX.XXX.199)
노르웨이에 살 때 저희도 장미를 키웠습니다. 꽃 봉우리가 싹 터서 꽃이 필 때까지 저희 가족은 하루도 빠짐 없이 그 화단 앞에서 이야기를 하며..기다렸습니다. 장미가 주는 그 작은 행복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예쁜 사진 감사드려요.^^ 건강하세요.
답변달기
2007-07-17 18:48:53
0 0
chungwon (211.XXX.XXX.129)
노란 장미는 일부에서 알려진 대로 이별과 질투의 상징인가요?
이런 이야기도 좀 해 주시지요. 잘 아실 것 같은데.
답변달기
2007-07-16 16:48:40
0 0
테리 (74.XXX.XXX.211)
누구나 좋아하는 장미 누구나 사랑하는 장미입니다. 하지만 장미를 알고 좋아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선생님덕분에 많은것을 알게 되었읍니다.아름다운 장미와 많은정보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장미를 받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바램일것입니다.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 한송이를......
답변달기
2007-07-16 13:27:10
0 0
flatwhite (211.XXX.XXX.166)
많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라는 어느 설문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미라는 꽃이 이렇게 많은 종을 갖고 있고, 많은 관심과 배려를 받아야 잘 자랄수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영국여행중 거의 모든 집 정원들에 피어있던 장미가 아련하게 기억납니다. 그들이 아름다운 꽃을 보기위애 얼마나 수고스러운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답변달기
2007-07-14 23:59:06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